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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서 긴축의 시대로…월가 “내년 6·7월 금리 올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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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일(현지시간) 테이퍼링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테이퍼링을 시작하기로 한 결정이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직접적 신호는 아니다”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설치돼 있는 TV에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을 발표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일(현지시간) 테이퍼링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테이퍼링을 시작하기로 한 결정이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직접적 신호는 아니다”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설치돼 있는 TV에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을 발표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다. [AP=연합뉴스]

‘과잉 유동성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일(현지시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를 공식 선언하면서다.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려 지난해 3월 시작한 양적완화(QE)를 줄이고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Fed가 긴축 모드로의 돌입을 위한 시동을 걸며, 시장의 관심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이달 말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달 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 등 총 150억 달러씩 단계적으로 자산매입량을 줄인다. Fed는 지난해 3월부터 국채(800억 달러)와 MBS(400억 달러) 등 총 1200억 달러의 채권을 매달 사들이며 시중에 돈을 풀어 왔다.

물가·고용 상황이 금리인상 변수

돈줄 죄기에 나선 파월은 시장의 ‘긴축 발작’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는 “테이퍼링 결정이 기준금리 인상에 직접적인 신호를 주는 건 아니다”며 “아직 인상할 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의 노련한 연착륙 기술에 시장은 환호로 답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선 다우(0.29%)·S&P500(0.65%)·나스닥(1.04%) 지수가 모두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인상 확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인상 확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통화 정상화로 발걸음을 옮긴 Fed가 머지않아 긴축의 끈을 당길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가장 유력한 시점은 테이퍼링이 종료되는 내년 6월 이후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유동성 공급을 중단한 뒤 바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Fed의 첫 번째 금리 인상 시점은 내년 6월이 될 것”이라며 “Fed 의장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인사로 교체되지 않는다면 내년 9월과 12월에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도 내년 6월 인상 가능성을 64%, 7월은 72%로 전망했다.

Fed의 시간표는 물가와 완전고용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Fed가 금리 인상이라는 긴축으로 움직일 필요충분조건은 2% 이상의 물가상승률과 완전고용 상태다. 이런 상황에 대한 Fed의 판단이 조금 달라지는 기미가 엿보이며 금리 인상 스케줄도 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는 이미 Fed의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5.4% 상승했다. 5개월 연속 상승률이 5%를 넘겼다. Fed가 주로 참고하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지난 9월 4.4%로 급등했다. 물가의 고공행진 속에도 Fed는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며 물가에 대한 기존의 전망에서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모양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파월 의장은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생각을 조정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인 만큼 위협이 된다면 언제든 도구(금리 인상)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을 위한 퍼즐 맞추기에 나머지 변수인 고용은 금리 인상을 고려하기엔 역부족이다. 미국의 대규모 인력난 때문이다. 지난 8월과 9월 비농업 고용은 각각 36만6000명, 19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파월도 금리 인상이 시기상조라는 근거로 “아직 완전고용 상태가 아니다”라는 점을 들었다.

이 때문에 고용 상황이 금리 인상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힌트가 됐다. 파월은 “완전고용이 달성되는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완전고용이 이뤄지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다.

영국·캐나다 ‘돈줄 죄기’ 동참할 듯

씨티은행은 “내년 중 1~2회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시장의 예상이 틀렸냐는 질문에 대해 파월 의장이 즉답을 회피했다”며 “매파(긴축 선호)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 신중한 긴축을 하려 해도 물가 상승세가 거세면 Fed도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한 달 사이 Fed가 금리를 올려 치솟는 물가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며 “테이퍼링 결정으로 Fed는 금리 인상 시점을 판단할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Fed도 “필요할 경우 (테이퍼링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며 테이퍼링 조기 종료에 대한 가능성을 남겼다. 테이퍼링 종료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금리 인상 시점도 당겨질 수 있다

Fed가 테이퍼링에 나서며 주요국들의 ‘돈줄 조이기’ 도미노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WSJ은 “4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영국 중앙은행(BOE·영란은행)이 선진국 중 처음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도 이달 QE 종료를 선언하고 내년 4월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한국은행도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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