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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컵 1억개 줄일까?…'테이크아웃 다회용컵' 서울 챌린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시내에 설치된 무인 다회용컵 반납 기기. 뉴스1

서울 시내에 설치된 무인 다회용컵 반납 기기. 뉴스1

테이크아웃 음료 일회용컵 20만개를 줄인 실험이 1억개로 늘어날 수 있을까. 제주도 스타벅스에서 시작된 카페 다회용컵 사용 시범사업이 서울 시내로 확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가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다시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6일부터 시청 일대 카페들과 함께 다회용컵만 쓰는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참여 대상은 스타벅스가 12곳으로 가장 많고 소상공인 카페(5곳), 달콤커피(1곳), SKT 등이다. 참여 카페는 시범사업 중 꾸준히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다회용컵. 보증금 1000원을 내고 쓴 뒤 컵을 반납하고 돌려받으면 된다. 중앙포토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다회용컵. 보증금 1000원을 내고 쓴 뒤 컵을 반납하고 돌려받으면 된다. 중앙포토

서울 시내 다회용컵 사용 시범사업 참여 매장. 자료 서울시

서울 시내 다회용컵 사용 시범사업 참여 매장. 자료 서울시

보증금 내고 사용, 기기 반납 후 돌려받아 

방식은 간단하다. 카페 고객이 음료를 받을 때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쓰게 된다. 매장용 머그잔이나 개인 텀블러를 사용해도 된다. 다회용컵은 음료값을 낼 때 보증금 1000원을 함께 계산하는 식이다. 폐기 후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단일 소재의 무색 컵으로 만들었다.

음료를 다 마신 뒤엔 무인 반납기에 반납하면 된다. 다회용컵을 돌려주면 보증금은 현금이나 '해피해빗' 포인트 등으로 받을 수 있다. 이 기기는 시범사업에 참여한 스타벅스 매장 12곳, 서울시청 로비 등 서울 시내 14곳에 각각 설치된다. 이렇게 회수한 다회용컵은 전문 업체에서 7단계를 거쳐 깨끗하게 세척된다. 세척 후 오염 여부를 체크한 뒤 다시 각 카페로 공급된다. 다회용컵 관리는 SK그룹이 설립한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가 맡는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7월 제주 도내 4개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없애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제주도를 살리기 위한 탈(脫) 플라스틱 사업 '에코제주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이렇게 다회용컵만 사용하면서 약 3개월 만에 20만개가량의 일회용컵을 줄였다고 한다. 이런 실험이 성과를 거두자 '탄소중립'을 위한 시도가 서울로 확대된 것이다. 이번엔 스타벅스뿐 아니라 다른 카페들도 동참했다.

제주 도내 스타벅스 매장에 세워진 다회용컵 사용 안내문. 편광현 기자

제주 도내 스타벅스 매장에 세워진 다회용컵 사용 안내문. 편광현 기자

매장 확대 예정, '스벅'서만 연 1억개 감축 기대 

스타벅스 측은 올해 안에 제주도 전 매장을 일회용컵 없는 곳으로 바꾼다는 목표다. 내년 중엔 서울 전 매장, 2025년에는 전국 모든 매장에서 다회용컵만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도 내년 2월까지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 효과를 분석한 뒤 일회용컵 없는 매장을 꾸준히 늘려 시내 프랜차이즈 카페에 다회용컵을 전면 도입한다는 목표다.

스타벅스는 올해 안에 서울 시범사업 매장 12곳에서만 일회용컵 50만개를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ㆍ제주 전 매장으로 다회용컵 사용이 확대되면 연간 1억개 이상의 일회용컵을 감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연간 일회용컵 사용량만 6억3000만개로 추정된다. 스타벅스 계획대로라면 해마다 서울시 사용량의 16% 가까이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일반 카페에서 사용되는 일회용컵. 뉴스1

일반 카페에서 사용되는 일회용컵. 뉴스1

제주도와 비교해 다회용컵 사용량이 대폭 늘면서 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다회용컵을 담당하는 행복커넥트 측은 늘어난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내년엔 자체 세척장을 구축하는 한편 외부 세척 업체 파트너십도 계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용자 편의와 직결되는 무인 반납기는 꾸준히 늘려나간다는 목표다. 다만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행복커넥트 관계자는 "고객 동선에 맞춰 시내 주요 거점에 기기를 설치하는 한편 거리가 가까운 매장들은 한곳에 모아서 기기를 둘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위생 측면에선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미생물 수치 테스트 결과 일회용컵은 125RLU(유기 화합물 오염도 농도)인 반면, 세척을 마친 다회용컵은 50RLU 이하였다.

사용한 다회용컵을 세척하는 모습. 편광현 기자

사용한 다회용컵을 세척하는 모습. 편광현 기자

시민 참여 독려와 반납률 제고가 '숙제'

다만 탈 플라스틱 도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지자체와의 협의, 컵 반납률 제고, 시민 참여 독려 등이다. 특히 다회용컵은 관리를 잘하면 100번 이상도 쓸 수 있다지만, 반납 비율이 낮으면 플라스틱 감축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시민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일회용컵 사용 카페로 발걸음을 돌리면 시범사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행복커넥트 관계자는 "주요 거점별로 설치할 반납기는 각 지자체와 계속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제주는 관광객이 많다 보니 그냥 컵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 회수율이 높진 않았다. 하지만 서울은 시범사업 대상이 오피스 상권이다 보니 반납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시범사업 중 다회용컵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소상공인 카페는 다회용컵 이용 시 음료 무료 쿠폰을 준다. 보증금을 '해피해빗' 포인트로 돌려받으면 추가 포인트를 얹어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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