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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역 열리면 사람도? 정부, 국경 틈새서 '대북 대화'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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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코로나19로 국경을 닫아걸었던 북한이 최근 중ㆍ러와 접경 지역에서 무역 재개를 준비하는 동향이 연이어 포착됐다. 정부는 북한의 국경 봉쇄 완화가 남북 및 북ㆍ미 대화의 불씨가 살아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관건은 역시 북한의 대화 의지라는 지적이다.

중국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북ㆍ중 우의교. 연합뉴스.

중국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북ㆍ중 우의교. 연합뉴스.

열릴락 말락 北 국경

통일부 당국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철도를 이용한 화물 운송을 중심으로 국경 물자 교역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며 "준비는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간 열차 운행이 다음 달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도 지난 2일 북ㆍ중 접경지역 내 철로 주변에서 세관 시설이 들어서는 정황을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은 4일 중앙일보에 "북ㆍ중 당국이 다음 달부터 고위급 차원의 인적 교류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양국 대사관에 잔류하고 있는 외교관 중 귀국이 시급한 인원 위주로 우선 귀국시킬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이라고 말했다.

현재 평양의 주북한 중국 대사관에는 리진쥔(李進軍) 대사가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막히며 후임자와 교대를 못 한 채 주중 북한 대사로서 역대 최장 임기를 채우고 있다. 베이징의 북한 대사관 상황도 비슷하다. 이용남 주중 북한 대사가 지난 2월 부임했지만, 전임자인 지재룡 전 대사는 아직도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이용남 주중국 북한 대사가 만난 모습. 중앙DB.

지난 5월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이용남 주중국 북한 대사가 만난 모습. 중앙DB.

빗장 풀리면 협상 가능성도↑? 

정부는 북한이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물자 교역을 본격화한 뒤 → 인적 왕래를 시작하고 → 이어 본격적인 대외 접촉에 나설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은 그간 비핵화 협상 등 미국을 상대하는 고위급 논의를 항상 대면으로 진행했다. 게다가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들어선 만큼 신정부의 입장을 탐색하려면 직접 미측 인사들을 마주할 필요가 있는데, 코로나19 국면에선 한ㆍ미와 대화에 나서고 싶어도 수단 자체가 여의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특히 최고 지도자를 비롯한 수뇌부가 유선이나 화상으로 일 대 일의 회담을 하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북 정상회담만 세 차례 열렸던 지난 2018년 마련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남북 핫라인(직통 전화)은 지금까지 한 번도 사실상 가동된 적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북한이 중국과 우선 국경을 트고 당 대 당 교류를 재개하는 식으로 외교활동 정상화 수순으로 간다면, 한국 혹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 측면에서도 적어도 물리적 여건은 다소 나아진다는 해석이다.

다만 최근 북한의 물자 교류 재개 동향을 당장 대외 인적 교류 가능성과 연결 짓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북한이 외부로의 빗장을 조금씩 푸는 건 코로나19에 융통성을 보인 측면보다는 내부적으로 방역ㆍ의료 물품 등의 수급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4일에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통해서도 코로나19가 유입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지난해에 이어 또 내세우며 겨울철 대비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2018년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가 개통됐지만 사실상 지금까지 사용된 적은 없다고 한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가 개통됐지만 사실상 지금까지 사용된 적은 없다고 한다. 연합뉴스.

핵심은 북한의 대화 의지

또 코로나19를 대북 대화 재개의 가장 큰 걸림돌로 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의지만 있다면 화상 회담 외에도 자국 협상 대표단을 해외에 파견한 뒤 일정 기간 격리하거나 판문점에 마련된 방역 회담장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대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고위급에서 화상 회담을 선호하지 않으니 국경 봉쇄를 해제해야 대화 기회가 커진다고 보는 건 우리만의 선입견일 수 있다"며 "김정은 시대 북한은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신들이 내건 대화의 선결 조건과 관련해 가시적인 진전이 있을 경우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대화에 나설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ㆍ미가 논의 중인 식수 및 방역 물품 관련 대북 인도적 지원의 경우 북한이 국경 빗장을 일부 풀 경우 훨씬 용이해지는 게 사실이다. 지난 4월을 기점으로 북한에서 국제기구 직원이 전부 철수한 가운데 이들의 재입국이 이뤄진다면 대북 우회 지원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조차도 "방역 협력과 인도주의적 협력은 비본질적"이라며 외면하는 북한의 태도를 돌려놓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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