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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꼭 붙잡고 울음 참았다…美 5~11세 백신접종 진풍경

중앙일보

입력

3일(현지시간) 5~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미국 각 병원에는 아이들의 주사 공포를 줄이기 위한 각종 장난감이 동원됐다. 한 어린이는 주사바늘이 무서운 듯 글썽이며 왼쪽 팔을 바라봤지만, 이내 강아지를 쓰다듬고 아버지의 손을 꽉 쥔 뒤 백신 접종을 받았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3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에딘버그의 에딘버그 컨퍼런스 센터에서 한 8세 어린이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면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전날 5~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승인하면서 이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AP=뉴시스]

3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에딘버그의 에딘버그 컨퍼런스 센터에서 한 8세 어린이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면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전날 5~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승인하면서 이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AP=뉴시스]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이날 전한 백신 접종 풍경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2일 밤 5~11세 어린이들에게 화이자 백신 접종을 승인하면서 미국 전역의 병원에는 어린이 접종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코네티컷주(州)에 위치한 의료법인 하트퍼드 종합병원에선 6명의 어린이가 CDC 승인과 거의 동시에 백신을 맞았고, 텍사스의 한 아동병원에는 예약 신청이 몰리며 추수감사절(11월 25일) 주간까지 약 3만7000건의 예약이 잡혔다.

이에 미국소아과학회(AAP) 관계자인 사라 보드는 “우리는 아이들을 편안하게 할 온갖 재주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수퍼히어로 망토가 주어질 것”이라고 접종 개시를 환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이번 결정은 미국 전역의 부모들이 몇 달씩 자녀를 걱정했던 현실을 끝낼 것”이라며 “중대한 진전(giant step)이고, 우리는 행동할 준비가 됐다. 이미 미국의 모든 어린이를 위해 충분한 백신 공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5~11세 어린이에 대한 백신 접종과 함께 미국은 전 국민의 94%(약 3억800만명)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능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의 사우스코트 오디토리엄에서 5~11세 어린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과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의 사우스코트 오디토리엄에서 5~11세 어린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과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CDC는 이를 통해 60%를 넘기지 못하고 정체된 미국의 완전 접종 비율(58.1%)을 끌어올리고, 전체 환자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어린이 환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어린이 예방 접종은 우리가 이 모든 상황을 바꾸는 데 힘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강조했다.

존스홉킨스대학(JHU)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9월 중순 약 1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하루 7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부모들의 부작용 우려가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달 28일 카이저가족재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5~11세 자녀를 둔 부모들 중 27%만 백신을 맞히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우선 경과를 살피겠다는 부모가 33%, 경과와 상관없이 백신을 거부하는 부모도 30%에 달한다. 가장 큰 우려는 “아이들의 미래 출산능력에 끼칠 영향이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용량을 성인의 3분의 1로 줄인 화이자의 소아 백신이 2021년 11월2일(현지시간) 코네티컷 하트퍼드 종합병원 접종소에 준비된 모습. [AFP=뉴스1]

용량을 성인의 3분의 1로 줄인 화이자의 소아 백신이 2021년 11월2일(현지시간) 코네티컷 하트퍼드 종합병원 접종소에 준비된 모습. [AFP=뉴스1]

이에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CNN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수준의 부작용 외 백신이 생식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월렌스키 국장도 “그들(화이자)은 정밀실사를 했고, 과학을 검토했으며, 우리 아이들에게 적절한 투약분이 접종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5~11세 어린이 대상 백신은 12세 이상 백신 투여량의 3분의 1인 10마이크로그램(㎍)을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방식이다. 화이자에 따르면 5~11세 아동 약 31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백신은 90.7%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한편, 미국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5~11세 연령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이뤄질 예정이다. 3일 사우디 식품의약국(SFDA)은 “백신 제조 회사가 제공한 자료에 근거해 백신이 특별한 규제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브라질과 유럽연합(EU)의 규제기관에서도 해당 연령의 백신 접종을 검토 중이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중국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을 6∼11세 어린이 대상으로 긴급사용하도록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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