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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佛대사 "탄소제로 시대, 프랑스가 원전 투자하는 이유는…" [똑똑, 뉴스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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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독자 고정석님의 질의를 받아 담당 기자가 심층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프랑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프랑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소형모듈화(SMR) 원전에 10억 유로(약 1조37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10월 14일자 중앙일보 1면)했다. 곧 이어 영국에서도 2050년 탄소 배출량 감축 계획의 핵심은 원자력 발전이 될 것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가 나왔다(10월 18일자 본지 14면). 그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려온 유럽이 극심한 전력난을 겪는 중에 나온 발표들이라 국내 독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도 '탈(脫) 석탄'이 주된 화두다. 유럽은 탈 석탄 시대의 에너지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 비중을 얼마나 두려는 걸까. 필립 르포르(65) 주한 프랑스 대사를 만나 프랑스의 에너지 전략에 대해 들었다.(※는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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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프랑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프랑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마크롱 대통령이 소형모듈화(SMR) 원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에 있어서 프랑스가 최고의 미덕을 발휘하고 있는 국가라고 자부한다. 이는 원자력의 비중(75%) 덕택이다. 프랑스는 여러 노후 원자로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다각도로 고민했다. 결국 2030년까지 노후 원전을 새로운 유럽형 가압 원자로(EPR) 등 여러 원자로로 대체하려 한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전문가들도 원전이 이산화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발전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도 증명 된다. 1kWh 발전이 이뤄지는데 석탄발전은 1000g의 이산화탄소를, 원전은 6g을 배출한다. 이는 발전소를 짓는 데 사용된 탄소 배출을 포함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그동안 3세대 원자로인 EPR로 새 원전을 건설할 지에 대한 결정을 미뤄왔다.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프랑스의 에너지 믹스에서 원자력의 기여도를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에너지 위기가 파리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며 "6기의 새로운 원자로를 건설하게 되면 EPR이 도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매체 르 피가로는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성탄절 전까지 EPR 관련 발표를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탈원전 기조에서 '유턴'한 건가
실은 이 문제에 있어서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입장을 견지해 왔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병행돼 발전돼야 한다는 노선을 꾸준히 유지해온 것이다. 다만 (프랑스 에너지 믹스의) 균형점을 찾겠다는 것이 마크롱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앞서 프랑스는 2050년까지의 전력 공급과 관련해 100%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포함한 6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최근에 난 결론이 원자력 50%, 신재생에너지 50% 비중 안이다. 2015년에 전체 에너지원에서 75%인 원전 비중을 2050년까지 50%로 축소하겠다고 한 데서 더 줄이지 않는단 뜻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원전 50% 비중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2015년에 원자력을 50%까지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회적인 요구 때문이었다. 신재생에너지를 더 활용해달라는 요구 등이다. 그런데 우리가 점점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불만과 반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에서는 지상 풍력 발전에 대한 반대가 커지고 있다. 환경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 요금과 관련해서는 신재생에너지가 지닌 간헐성 문제(전기 공급이 일정하지 않음)로 인해 점점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50대 50으로 결정한 것은 사회의 이 같은 목소리를 타협해서 담아낸 결정이었다고 본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초 풍력 발전과 관련한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육상 풍력 발전이 동물, 특히 조류 서식 환경에 해를 끼치고 풍력 발전소를 세울 지역이 충분치 않다는 등의 문제였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유럽판)에 따르면 특히 프랑스군이 육상 풍력 발전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풍력 터빈이 군용 레이더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8일 프랑스 시보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8일 프랑스 시보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SMR의 장점은 무엇인가 
프랑스가 소형모듈화 원전(SMR)에 투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SMR은 많은 초기 설비 투자 없이, 전력망에 대한 추가 투자 없이 바로 개발해서 활용할 수 있는 원자력이다. 관리와 운영 면에서도 용이하다. 원자력에 필요한 원료를 투입하지 않고 원자로를 그대로 단일 체제로 설비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은 전력 발전의 유연성을 조금 더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에너지안보에도 도움될까
두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첫 번째 에너지 자립이다. 에너지 발전과 전기 접근성에 있어서 한 국가의 에너지 수급 자립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원전이다. 두 번째는 비용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해서 다른 에너지원과의 비교가 가능한 정도로 발전 비용이 떨어질 때까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전은 효율적이다.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프랑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프랑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환경단체는 소형원자로도 기후변화 시대에는 위험하다고 경고하는데
프랑스에서 논쟁이 붙었던 주제다. 소형 원자로의 기술적인 원칙은 핵잠수함에서 사용되고 있는 원료공급망과 일치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핵추진잠수함 보유) 국가들, 예를 들어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을 보면 소형원자로의 안전성 문제는 없었다. 사고가 한 차례도 없었다. 프랑스에서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시나리오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 프랑스 원전의 안전 문제는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기후위기가 악화할수록 (해안가에 주로 짓는 원전이) 극심한 기상이변에 노출되는 위험도와 취약성도 증가한다"면서 이는 소형 원전도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전 세계 탄소 배출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여기서 보면 프랑스는 녹색으로 표시돼 있는데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 청정국이라는 뜻이다. 이는 원자력의 비중 덕택이기도 하고 덧붙여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지속한 결과이기도 하다. 수력발전이 프랑스의 재생에너지 대표 분야다. 전 세계가 탈 석탄화를 가속해야 한다. 프랑스도 더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프랑스는 지난 8월 기후와 회복력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법안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에너지를 다량 소비하는 건물들인데 이런 건물에 대해서는 2023년부터 임대료를 동결하고, 임대차를 2025년부터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되고 있다. 2시간 30분 내의 거리에 있는 경우 국내 항공 노선을 완전히 금지하고 이동 수단은 기차로 대체한다.

※프랑스가 소속된 유럽연합(EU)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2050년까지 '넷 제로(탄소 순 배출량 0)'를 달성하는 것이다. EU는 지난해 12월 NDC를 업데이트하면서 2030년 목표를 상향했다.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55% 감소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EU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40% 줄인다는 NDC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UNFCCC)에 제출한 바 있다.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프랑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 스마트폰을 열어 프랑스의 탄소 배출 현황(동그라미)을 보여주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프랑스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 스마트폰을 열어 프랑스의 탄소 배출 현황(동그라미)을 보여주고 있다. 김상선 기자

향후 한국과 프랑스의 에너지 협력 과제는
프랑스는 한국의 산업·기술·과학발전 과정에 참여해 왔다. 원자력·고속철도·우주항공분야가 특히 그렇다. 이제 새롭게 부상하는 신기술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도모해야 할 때다. 에너지에서는 수소 분야를 생각할 수 있고, 여러 탈 탄소화된 교통 및 차세대 반도체 분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공지능(AI)이나 여러 양자 물리학 분야에서 가져올 변화 발전도 있다. 우리는 상호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들이다. 양국 모두 자주성과 주권을 보존하는 것을 대단히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과학 기술을 다른 국가에게 의존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권 수호는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민주주의는 우리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소형모듈화원전(SMR)이란

소형모듈화원전(SMR)은 300MWe 규모 이하의 소형 원자로다. 한국 최신 원전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항공 모함, 핵 잠수함에 적용돼온 기술이다. 최근에는 전력 생산을 위한 목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공장에서의 대량 제작 및 조립을 통해 건설 기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기존 원전 대비 안전성이 높다는 기대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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