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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 바꿀 때 들이받아"…64명이 돌아가며 자동차 보험사기[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7월 2일 오후 4시35분쯤 대전시 서구 한 교차로에서 모닝 승용차가 차선을 바꿨다. 옆 차선에서 주행하던 아반떼는 충분히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닝 승용차 왼쪽 옆 부분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지난해 7월 2일 대전시 서구 탄방동의 한 도로에서 모닝 승용차(노란색 원)가 차선을 변경하지 옆 차선을 달리던 차량이 멈추지 않고 그대로 충돌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해 7월 2일 대전시 서구 탄방동의 한 도로에서 모닝 승용차(노란색 원)가 차선을 변경하지 옆 차선을 달리던 차량이 멈추지 않고 그대로 충돌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이날 사고로 피해 차에 타고 있던 탑승객 4명이 합의금 명목으로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았다. 차량 수리비까지 더해져 이들에게 쥐어진 돈은 960만원이나 됐다. 모닝 승용차 운전자는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상대방 차량이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20대 남성 64명 폭력조직 만들고 보험사기 

모닝 승용차의 사고는 옆 차선을 달리던 차량 운전자와 탑승자들이 고의로 ‘보험사기’였다. 이들은 온종일 대전지역 큰 도로를 오가며 차선을 변경하는 차, 급하게 멈추는 차를 들이받는 수법으로 교통사고를 냈다.

지난 3월 22일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의 한 도로에서 보험사기단 일당이 앞서 가던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 3월 22일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의 한 도로에서 보험사기단 일당이 앞서 가던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은 보험사기단 일당 6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주범인 A씨(28)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이 보험사기로 가로챈 금액만 7억7000만원에 달했다. 보험사기는 A씨가 주도했다. 이들이 2019년 3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고의로 낸 교통사고는 84건이나 됐다.

차선변경 차량 범행대상, 고의로 들이받는 수법 

조사 결과 A씨는 친구·후배들과 이른바 폭력조직 ‘구OO파’를 조직한 뒤 보험사기를 모의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20대 초~중반이 남성 64명이 가담했다. 범행 대상은 차선을 변경하는 가벼운 접촉 사고나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였다. 사고를 당해도 크게 다치지 않고 전치 2~3주 이내에서 퇴원하거나 아예 입원하지 않고 치료비 명목으로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수법을 이용했다.

A씨 일당은 주로 렌터카를 범행에 이용했다. 누구나 운전할 수 있고 보험금도 쉽게 받아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들은 지난해 4월 27일 오후 2시45분쯤 K7 렌터카를 몰고 가다 대전시 서구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서 진로를 변경하는 승용차를 들이받아 15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당시 K7에는 4명이 타고 있었다.

지난해 4월 27일 대전시 서구 괴정동의 한 도로에서 클릭 승용차가 차선을 변경하자 옆 차선에서 주행하던 차량이 멈추지 않고 그대로 들이받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해 4월 27일 대전시 서구 괴정동의 한 도로에서 클릭 승용차가 차선을 변경하자 옆 차선에서 주행하던 차량이 멈추지 않고 그대로 들이받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경찰은 교통사고 때 갑자기 속도를 높여 진행하거나 가해자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전문가처럼 사고를 처리할 경우, 사고 뒤 동승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는 등 무심할 경우에는 보험사기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 "가해자자 전문가처럼 사고 처리하면 의심"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대부분 사고를 낸 뒤 받아낸 보험금을 유흥비로 탕진했다”며 “고의 사고로 인한 무고한 시민 피해를 막기 위해 지속해서 단속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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