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일 오후 4시35분쯤 대전시 서구 한 교차로에서 모닝 승용차가 차선을 바꿨다. 옆 차선에서 주행하던 아반떼는 충분히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닝 승용차 왼쪽 옆 부분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날 사고로 피해 차에 타고 있던 탑승객 4명이 합의금 명목으로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았다. 차량 수리비까지 더해져 이들에게 쥐어진 돈은 960만원이나 됐다. 모닝 승용차 운전자는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상대방 차량이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20대 남성 64명 폭력조직 만들고 보험사기
모닝 승용차의 사고는 옆 차선을 달리던 차량 운전자와 탑승자들이 고의로 ‘보험사기’였다. 이들은 온종일 대전지역 큰 도로를 오가며 차선을 변경하는 차, 급하게 멈추는 차를 들이받는 수법으로 교통사고를 냈다.
대전경찰청은 보험사기단 일당 6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주범인 A씨(28)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이 보험사기로 가로챈 금액만 7억7000만원에 달했다. 보험사기는 A씨가 주도했다. 이들이 2019년 3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고의로 낸 교통사고는 84건이나 됐다.
차선변경 차량 범행대상, 고의로 들이받는 수법
조사 결과 A씨는 친구·후배들과 이른바 폭력조직 ‘구OO파’를 조직한 뒤 보험사기를 모의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20대 초~중반이 남성 64명이 가담했다. 범행 대상은 차선을 변경하는 가벼운 접촉 사고나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였다. 사고를 당해도 크게 다치지 않고 전치 2~3주 이내에서 퇴원하거나 아예 입원하지 않고 치료비 명목으로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수법을 이용했다.
A씨 일당은 주로 렌터카를 범행에 이용했다. 누구나 운전할 수 있고 보험금도 쉽게 받아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들은 지난해 4월 27일 오후 2시45분쯤 K7 렌터카를 몰고 가다 대전시 서구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서 진로를 변경하는 승용차를 들이받아 15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당시 K7에는 4명이 타고 있었다.
경찰은 교통사고 때 갑자기 속도를 높여 진행하거나 가해자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전문가처럼 사고를 처리할 경우, 사고 뒤 동승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는 등 무심할 경우에는 보험사기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 "가해자자 전문가처럼 사고 처리하면 의심"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대부분 사고를 낸 뒤 받아낸 보험금을 유흥비로 탕진했다”며 “고의 사고로 인한 무고한 시민 피해를 막기 위해 지속해서 단속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