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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군 맞서던 英 무명용사 3명, 70년만에 전우 곁에 잠든다

중앙일보

입력

6ㆍ25 전쟁 당시 서울을 향해 진격하는 중공군 공세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영국군 무명용사들이 전우들 곁에 영원히 잠들게 됐다.

국가보훈처는 오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날’에 맞춰 경기도 파주 일대에서 전사한 영국군 시신 3구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한다. 이들 무명용사는 영국군이 중공군에 맞서 싸운 설마리 전투(1951년 4월) 현장 인근에서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발굴한 유해들이다.

경기도 파주의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에 설치된 영국군 제29여단 글로스터대대의 모습을 담은 조각상. 이들은 설마리 전투 당시 3만명의 중공군에 맞서 싸웠다. 사진 파주시

경기도 파주의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에 설치된 영국군 제29여단 글로스터대대의 모습을 담은 조각상. 이들은 설마리 전투 당시 3만명의 중공군에 맞서 싸웠다. 사진 파주시

설마리 전투 당시 652명의 영국군 제29여단 글로스터대대는 서울 점령을 목표로 서부전선에 총공세를 퍼붓던 중공군 3개 사단(4만2000여명)에 맞서 3일간 방어전을 벌였다. 사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글로스터대대는 고립됐고, 탄약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전선을 지키다가 물러났다.

숨지거나 포로가 되지 않고 중공군 포위망을 빠져나간 건 63명뿐이었다. 이런 영국군의 희생 덕분에 시간을 번 유엔군은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고, 중공군의 서울 진격도 무위로 돌아갔다.

보훈처 관계자에 따르면 발굴 당시 신원을 알 수 없는 외국군 유해여서 한ㆍ미가 공동으로 감식을 한 결과 글로스터대대 소속인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유가족을 찾지 못해 이름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전사자를 현지에 매장하는 영국군의 전통에 따라 이들의 시신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군 묘지인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하기로 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현재 11개국 2311명의 전몰장병이 안치돼 있다. 보훈처는 이번 안장식과 관련 “유엔군 참전용사 유해가 국내에서 발굴된 뒤 안장되는 첫 사례”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1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유엔찬점용사 국제 추모 행사인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에서 참석자들이 1분간 묵념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상공으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추모 비행을 펼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11월 11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유엔찬점용사 국제 추모 행사인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에서 참석자들이 1분간 묵념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상공으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추모 비행을 펼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2015년에는 프랑스군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가 처음 사후 안장됐다. 이후 “젊은 시절 죽음을 무릅쓰고 지켜낸 땅, 그리고 전우들이 묻힌 곳에 잠들고 싶다”는 유지를 받들어 참전용사 13명이 더 묻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11시 정각에 맞춰 1분간 묵념하는 ‘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 행사를 진행한다. 이같은 추모식은 지난 2007년 캐나다군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부산 유엔묘지를 향해 유엔 참전국이 동시간에 함께 1분간 묵념하며 먼저 간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전쟁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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