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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심상찮은 미르4 흥행…메타버스·블록체인 향해 뛰는 K-게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과,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과,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

국내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의 주가가 석달 만에 10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 8월말 2만 원대이던 주가는 3일 종가 기준 19만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6조 3000억원을 넘어서며 코스닥 6위까지 올라섰다. 3위 펄어비스, 5위 카카오게임즈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

무슨 일이야?

8월 26일 출시한 ‘미르4 글로벌’이 분기점이 됐다. 블록체인을 결합해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게임 아이템을 코인으로 교환해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을 선보이며 위메이드 주가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 미르4 글로벌 게임에선 이용자가 흑철 아이템을 드레이코(DRACO)라는 코인으로 교환해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플랫폼(위믹스)에서 거래할 수 있다. 게임하면서 최대 월 40~45만원(10월말 기준)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용자 수도 급증했다. 8월 평균 11만명이던 동시접속자는 지난달 27일 100만명을 넘어섰다. 아마존의 최근 히트작 '뉴월드'의 동시접속자 기록(90만명)보다도 앞섰다.
● 더 주목해야 할 건 '위믹스(Wemix)'다. 위믹스는 게임에서 생성된 아이템과 코인을 다른 이용자와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 올해 1월 이용자 1명, 월 거래 금액 7달러로 출발한 위믹스 플랫폼은 9월 들어 2만 8000명이 2900만 달러(342억원)를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위메이드는 게임 개발사들엔 토큰과 NFT(대체불가능 토큰)를 게임에 붙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킷(SDK)을 제공하고, 이용자에겐 위믹스 월렛(블록체인 지갑)을 줄 계획이다. 이용자는 위믹스 기반 게임들에서 얻은 게임 토큰과 NFT를 위믹스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위메이드가 구상하는 블록체인 이코노미다.
●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3일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블록체인 게임의 오픈 플랫폼이자,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하고 있다"며 "미르4 글로벌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내년까지 100개의 게임을 위믹스 생태계에 온보딩(안착) 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위믹스 플랫폼 지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위믹스 플랫폼 지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과도한 과금으로 비판받던 국내 게임사들의 변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위메이드는 "우린 블록체인 플랫폼 회사"라고 선언했고,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추격하는 2K(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와 중견 게임사들도 변신을 모색 중.

● 발단, '쏟아진 비판' : 올해 초 확률형 아이템의 공정성 시비로 시작된 비판은 '페이 투 윈(Pay to Win·돈을 쓰면 이기는 모델)'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고, 게임 이용자들은 엔씨소프트 본사 트럭 항의와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 전개, '주가 폭락, 위기' : 게임업계 선두주자 3N은 주가 폭락과 주요 게임 흥행 실패로 위기감이 커졌다. 지난해 3사 합계 70조원이 넘었던 3N의 시총은 1년 사이 28조원 이상 증발했다. 김택진 NC 창업자는 9월 사내 메일을 통해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라며 "당연히 여긴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고 냉정히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절정, '2K와 패러다임 전환' : 게임업계 서열에 이변이 시작됐다. 카카오게임즈가 6월 선보인 '오딘 : 발할라 라이징'이 리니지M 시리즈를 제치고 구글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크래프톤은 8월 상장으로 단숨에 게임사 시총 1위(3일 종가 기준, 코스피 16위)에 등극. 여기에 데브시스터즈(쿠키런 킹덤), 위메이드(미르4 글로벌) 등의 글로벌 성공이 업계에 자극이 됐다.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업계도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가 왔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며 "최근 업계의 적극적 인수합병 사례만 봐도 다음 스테이지의 먹거리 싸움이 치열하단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변신하나

① 메타버스 더하고
메타버스 원조는 게임.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 부는 메타버스 열풍에 한국 게임사들도 뛰어들었다.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에픽게임즈) 등 글로벌 성공 사례는 이미 있다.
● 컴투스는 게임을 넘어선 종합 콘텐트 회사로 변신 중이다. 지난 8월 '위지윅 스튜디오'에 2000억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넷플릭스 '승리호'의 CG·VFX(컴퓨터그래픽·시각특수효과)를 맡았던 제작사다. 송병준 컴투스·게임빌 의장이 위지윅 스튜지오 의장에 취임해 직접 메타버스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 지난달엔 VR 전문 게임사 '컴투스로카'를 설립했고, 이달 3일엔 메타버스 NFT 글로벌 기업 '더 샌드박스'와 미국 부동산 메타버스 기업 '업랜드미'에도 전략적 투자를 발표했다.
● 게임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는 8월 메타버스를 접목한 게임 '도깨비' 영상을 사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당시 7만원 가량이던 펄어비스 주가는 도깨비 영상 공개 후 11만원까지 치솟았다. 카카오게임즈 계열사 넵튠도 오픈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버추얼휴먼 개발사 '온마인드' 인수에 이어,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맘모식스', 3D 소셜 서비스 '퍼피레드' 지분도 확보했다.

펄어비스의 '도깨비' 트레일러(좌)와 블록체인게임 플랫폼 플레이댑이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

펄어비스의 '도깨비' 트레일러(좌)와 블록체인게임 플랫폼 플레이댑이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

② 블록체인 맞추고
● 위메이드 말고도 NFT와 블록체인 기반 플레이투언(P2E)을 신사업으로 낙점한 개발사들도 속속 등장. 스카이피플은 NFT 게임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를 내놨고,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플래이댑은 일부 게임에서 P2E 전용 서버를 선보였다. 3일엔 뉴욕 타임스퀘어에 '놀면서 돈 벌자'라는 광고를 집행하며 글로벌 사용자 확보에 나섰다. '랜덤 다이스'로 유명한 게임사 111%도 올해 P2E 게임 전문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 컴투스와 게임빌도 블록체인에 투자하고 있다. 게임빌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85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사내엔 NFT 전문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컴투스는 메이저리그 등 NFT 기반 스포츠 카드를 유통하는 캔디디지털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카카오게임즈도 5월 보라코인 발행사(웨이투빗)와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합병하며 블록체인 NFT 진출을 공식화 했다.

③ 글로벌로 나간다
급부상한 2K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는 '글로벌'을 정조준하고 있다.
● 크래프톤은 지난달 29일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 월즈'를 8800억원에 인수하고 6번째 독립 스튜디오로 삼았다. 언노운 월즈는 북미·유럽의 콘솔 시장 강자다. 11일엔 크래프톤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 '배틀그라운드 : 뉴스테이트'를 전세계 200여국에 동시 출시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기존 모바일 게임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여줄 게임”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 카카오게임즈도 4500억원을 투자해 1일 '오딘 : 발할라 라이징'의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를 인수한데 이어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게임'이라는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남궁훈·조계훈 각자 대표는 3일 주주서한을 통해 "향후 카카오 게임즈의 모든 게임은 글로벌 출시가 목표"라며 "카카오게임즈 시즌2로 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대표가 북미와 유럽을, 조 대표가 아시아를 맡는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오는 11월 4일 런칭한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오는 11월 4일 런칭한다. [사진 엔씨소프트]

3N의 대응은

3N은 17일 개막할 국내 최대 게임박람회 지스타에 모두 불참한다. 신작 준비와 사업모델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는 리지니W를 4일 글로벌 출시한다. 회사의 핵심 IP인 리니지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킨 후, 다음을 준비하겠단 계획. 그간 국내 시장에 집중했던 엔씨가 과금 요소를 줄이고, 해외까지 시장 저변을 넓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넷마블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버추얼 아이돌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고 지난달엔 스포츠게임과 버추얼 휴먼 기술을 보유한 '나인엠인터랙티브'도 사들였다. 넥슨은 '프로젝트 MOD'를 통해 메이플스토리 IP 기반의 메타버스형 제작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 제페토 등이 주목하고 있는 콘텐트 창작자 생태계에 배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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