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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꽃·古城·와인의 향연…코로나에도 빈방없는 프랑스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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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지역에는 그림 같은 마을이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사진은 르 바루(Le barroux) 마을 고성에서 내려다본 풍경.

프로방스 지역에는 그림 같은 마을이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사진은 르 바루(Le barroux) 마을 고성에서 내려다본 풍경.

백신 접종률 75%에 이르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외국 나가기는 쉽지 않지만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여행도 재개되는 분위기다. 그 리스트에 프랑스가 있다. 프랑스는 6월 9일부터 한국을 ‘녹색 국가’로 분류했다. 백신 접종을 마쳤거나 코로나 음성이 확인되면 자가 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다. 그러니까 프랑스는 현재 가장 쉽게 다녀올 수 있는 해외여행지 중 한 곳이다. 프랑스에도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는 여행지가 있다. 탁 트인 자연에서 한적하게 쉬기 좋은 프로방스 지역이다. 10월 말, 가을이 농익은 프로방스를 다녀왔다.

올리브 따고 농가에서 하룻밤

프로방스는 드넓다. 알프스 남쪽 자락부터 지중해 해안까지 아우른다. 가장 프로방스다운 풍경, 그러니까 보랏빛 라벤더꽃이 흐드러진 들판과 고성(古城), 주황색 지붕의 농가가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보클뤼즈(Vaucluse)’ 지역이다. 라벤더꽃 만개한 여름철에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몰린다. 꽃이 지면 포도가 영글고 관광객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한다. 이윽고 산과 들이 갈빛으로 물드는 이즈음 올리브 수확이 시작된다. 올리브나무 300그루가 있는 숙소 겸 체험농장 ‘마스 호노랏(Mas honorat)’을 찾아간 건 그래서였다.

프로방스 카바용 마을에 자리한 농장 '마스 호로낫'은 올리브 따기 체험도 하고 숙박도 할 수 있는 곳이다.

프로방스 카바용 마을에 자리한 농장 '마스 호로낫'은 올리브 따기 체험도 하고 숙박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카바용(Cavaillon) 마을에 자리한 농장은 코로나 시국에도 빈방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농장주 프레데릭 데넬은 “펜데믹 때문에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전원주택에서 쉬며 좋은 음식을 즐기는 여행을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다”며 “올해는 독일, 벨기에에서도 많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데넬을 따라 올리브와 끝물에 접어든 포도, 무화과 등을 땄다. 보통 나무 한 그루에서 올리브유 1ℓ가 나온단다. 모닥불 켜고 저녁을 먹은 뒤 창 너머 뤼베롱산이 보이는 아담한 방에서 잠을 청했다.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올리브 수확철이다. 보통 나무 한 그루에서 올리브유 1ℓ가 난다.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올리브 수확철이다. 보통 나무 한 그루에서 올리브유 1ℓ가 난다.

체험을 곁들인 농촌관광은 프로방스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이튿날 점심에도 비슷한 장소를 찾았다. ‘페르메 레 칼리스(Ferme les callis)’도 숙소와 농장 체험을 겸한다. 여기 묵으면 텃밭에서 각종 채소를 수확하고 압생트, 타임 같은 허브를 따서 차로 끓여 마신다.

고르드 외곽에 자리한 농장 겸 숙소 '페르메 레 칼리스'에는 지중해정원이 있다. 향수만큼 강렬한 향을 내는 허브류 식물이 많다. 이걸 따서 차로 우려 마신다.

고르드 외곽에 자리한 농장 겸 숙소 '페르메 레 칼리스'에는 지중해정원이 있다. 향수만큼 강렬한 향을 내는 허브류 식물이 많다. 이걸 따서 차로 우려 마신다.

점심으로 순무 샐러드와 인도네시아 볶음밥인 나시고랭을 프로방스식으로 해석한 음식을 먹었다. 현미와 대파, 고수, 껍질콩을 볶아낸 밥은 동남아와 프로방스 향기가 공존하는 묘한 맛이었다. 프로방스 사람은 제 고장 먹거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두시간 내내 음식과 식재료 자랑을 들었다. 연중 300일 맑다는 남프랑스의 날씨를 느끼며 느긋한 사람들과 어울리니 프로방스식 행복에 전염되는 기분이었다.

자전거 타고 포도밭을 누비다

보클뤼즈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란 수식어가 붙는 동네가 수두룩하다. 11세기 축조된 요새 마을 고르드(Gordes)가 대표적이다. 관광객에게 점령된 마을이라고 깎아내리는 시선도 있지만 절벽에 세워진 마을 모습 자체로 압도적이다. 중세에서 시간이 멈춘 듯하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히는 고르드. 절벽에 세워진 도시 모습이 압도적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히는 고르드. 절벽에 세워진 도시 모습이 압도적이다.

소설가 알베르 카뮈가 살던 루르마랭(Lourmarin)도 인상적이었다. 1957년 『이방인』으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카뮈는 이듬해 루르마랭에 정착했다. 불과 2년 뒤인 1960년 교통사고로 숨졌지만, 마을은 지금까지 작가를 기리고 있다. 생가에는 카뮈의 딸이 살고 있어 들어갈 순 없었다. 대신 카뮈의 단골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묘소를 방문했다. 이름과 생몰 연도만 적힌 작가의 묘는 공동묘지에서 가장 소박해 보였다.

프로방스 보클뤼즈 지역은 자전거 여행에 제격이다. 좁은 농로나 산길을 다니며 비밀스러운 풍경을 만날 수 있어서다. 전기 자전거를 타면 오르막길도 힘을 덜 들이고 오를 수 있다.

프로방스 보클뤼즈 지역은 자전거 여행에 제격이다. 좁은 농로나 산길을 다니며 비밀스러운 풍경을 만날 수 있어서다. 전기 자전거를 타면 오르막길도 힘을 덜 들이고 오를 수 있다.

보클뤼즈의 작은 마을을 둘러보려면 자전거를 타는 게 좋다.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농로, 마을길에 보석 같은 풍광이 숨어 있다. 크고 작은 언덕과 산길도 있지만, 전기자전거를 타면 큰 부담이 없다. 자전거 전문 여행사 ‘라이드 앤 모어’의 크리스토프 피에라르 대표는 “어린이나 60~70대도 전기자전거를 타고 여행한다”며 “올해 자전거 여행자 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맞먹었다”고 말했다. 르 바루, 수제트 같은 마을도 예뻤지만, 울긋불긋 물든 포도밭 옆을 달리는 시간 자체가 좋았다. 길섶에 타임, 로즈메리 같은 허브가 많아 달리는 내내 코끝이 향기로웠다.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 '샤토네프디파프'에는 와이너리가 320개에 달한다.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 '샤토네프디파프'에는 와이너리가 320개에 달한다.

프로방스에서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작가 피터 메일이 『프로방스에서의 25년』에서 극찬한 로제 와인도 유명하고, 아비뇽 유수 때 교황과 사제들이 마셨던 ‘샤토네프디파프’ 지역의 레드 와인은 프랑스를 대표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하룻밤은 ‘봄 드 브니즈(Beaumes de venise)’ 마을의 와이너리에서 묵었다. 드넓은 포도밭을 물들인 낙조, 말 한마디 안 통했지만 유난히 친근했던 노부부의 환대가 마음 깊이 남았다.

'봄 드 브니즈' 마을에 자리한 와이너리 '마스 레바자드(Mas l'evajade)'는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췄다. 포도밭 너머 멀리 해가 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봄 드 브니즈' 마을에 자리한 와이너리 '마스 레바자드(Mas l'evajade)'는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췄다. 포도밭 너머 멀리 해가 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황열병 환자 격리소로 쓰인 섬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마르세유 노트르담 성당. 올여름 대형 크루즈 입항이 시작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마르세유 노트르담 성당. 올여름 대형 크루즈 입항이 시작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프로방스의 관문은 파리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 마르세유다. 한국의 부산과 이미지가 비슷하다. 온화한 날씨, 청량한 바다, 다채로운 해산물 요리를 자랑하는 고장이다. 마르세유는 지난해 코로나로 홍역을 치렀다. 1차 록다운이 끝난 뒤 여름 바캉스철에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 관광객이 쏟아져 내려오면서 확진자가 폭증했다. 이후 2차, 3차 록다운을 거치며 암흑기 같은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달랐다. 프랑스 정부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일찌감치 관광 정상화에 나섰다. 여름부터 대형 크루즈가 입항을 시작했고, 구항구를 비롯한 주요 관광지도 마스크 벗고 활보하는 관광객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복작복작한 마르세유에서 배를 타고 20분만 나가면 이처럼 한적한 자연이 있다. 프리울 군도는 과거 황열병 환자 격리소로 활용됐다.

복작복작한 마르세유에서 배를 타고 20분만 나가면 이처럼 한적한 자연이 있다. 프리울 군도는 과거 황열병 환자 격리소로 활용됐다.

10월 29일 방문한 마르세유에서는 코로나 시대라는 걸 실감하기 어려웠다. 대관람차와 관광용 꼬마열차를 타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고,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MUCEM)과 노트르담 성당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노트르담 성당에는 크루즈 관광객을 실은 대형 버스가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여름부터 관광객이 급증하자 마르세유관광청은 특단의 조처를 했다. 직원 60명을 주요 관광지에 배치해 인적이 드문 외곽 지역 여행을 권고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른바 '비대면 관광지' 홍보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520㎢ 면적에 달하는 칼랑크 국립공원이다. 해변과 절벽, 작은 섬을 아우르는 공원이다.

구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프리울(frioul) 군도를 가봤다. 관광객 대부분이 부두 주변을 산책하거나 카페에서 쉬는데, 섬 안쪽으로 난 트레일을 걸으니 비밀스러운 풍경이 나타났다. 19세기 황열병 환자 격리소로 쓰였던 병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막사 등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쪽빛 지중해와 새하얀 암석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었다. 해수욕을 즐기는 열혈 청춘도 보였다. 물은 차 보였는데 햇볕이 워낙 강렬해 살을 태우기에 좋은 날씨였다.

여행정보

자가격리 없이 프랑스를 여행하려면 영문 백신접종증명서나 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갖춰야 한다. 여행서약서도 필요하다. '주프랑스한국대사관' 사이트에 있다. 식당, 박물관 등 실내 시설은 보건 패스(Health pass)를 확인한다. 프랑스 정부 보건 패스 사이트에서 신청한 뒤 ‘Tous Anti Covid’ 앱에서 QR코드를 등록하면 된다. 마스크는 실내에서만 쓴다.
프로방스 여행의 관문인 마르세유까지는 항공으로 이동하는 게 편하다. 올해 스카이트랙스 유럽 최우수 항공사, 코로나19 대응 우수 항공사로 선정된 에어프랑스가 인천~파리 노선에 주 3회 취항 중이다. 인천에서 수·금·일요일, 파리에서 월·목·토요일 출발한다. 파리 샤를 드골공항에서 마르세유로 가는 국내선은 하루 5~6편 뜬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프랑스관광청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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