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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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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지난주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신조어는 ‘설거지론’과 ‘퐁퐁남’이다. ‘설거지론’이란 젊은 시절 문란한 연애를 즐겼던 여성이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다니는 남자를 만나 ‘취집(집에 취직)’하고, 엘리트 코스 밟느라 연애 한 번 못한 남성은 그런 아내에게 월급 통째로 갖다 바치고 퇴근 후 설거지까지 한다는 내용이다.

이때의 ‘설거지’에는 식기를 씻는 것 외에, 문란한 젊은 시절을 보낸 여성을 설거지한다는 뜻도 담겼다. 음식은 다른 사람이 먹고, 여리 저기 내돌려져 더러워진 그릇은 남편이 설거지한다는 얘기다. 식기세제 이름을 붙인 ‘퐁퐁남’은 이렇게 아내에게 이용만 당하는 불쌍한 남편을 일컫는다.

거품 묻은 수세미. 사진 온라인 캡처

거품 묻은 수세미. 사진 온라인 캡처

위 신조어들의 출발지는 한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다. 도대체 왜 이런 자조 섞인 궤변을 만들어냈을까. 퐁퐁은 또 무슨 죄인가. 저녁밥 지은 아내는 애들이 내일 학교에 가져갈 준비물을 챙기고, 일찍 퇴근한 남편은 설거지하고. 요즘 가정의 평범한 저녁 풍경이다. 요리하기를 즐기는 남편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직장인·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찬반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또 다른 남성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배우자간의 사랑(존중)이 있는 가정은 이런 것에 휘둘릴 필요도, 관심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같은 남자지만 여성혐오와 콤플렉스를 배경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찌질한 남자들의 궤변에 신경 쓰지 말자는 주장이다.

“당신의 짝꿍은 쉬는 날이 없다.” ‘옥주부’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맨 정종철씨가 SNS에 올린 글 중 한 대목이다. 아내든, 남편이든 서로의 짝꿍을 좀 더 애틋하게 관찰해보자. 부부간의 정은 측은지심만으로도 돈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