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롤 모델 황의조 선배 공백 메우겠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04 00:03

지면보기

경제 06면

오랜 부진 털고 태극마크를 처음 단 수원의 스트라이커 김건희. [사진 프로축구연맹]

오랜 부진 털고 태극마크를 처음 단 수원의 스트라이커 김건희. [사진 프로축구연맹]

“언젠가는 (대표팀에서) 불러줄 거라 믿었습니다. 꼭 기회를 잡겠습니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공격수 김건희(26)가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단 소감은 특별했다. 김건희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6차전(11일 아랍에미리트·16일 이라크)을 앞두고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빠진 주전 스트라이커 황의조(보르도) 대신 발탁된 것이다.

김건희는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롤 모델이 황의조 선배다. 최전방 연계 플레이와 왕성한 활동량이 닮았다. 대표팀 훈련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서 기회를 잡겠다. 대표팀 발탁을 내 축구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어 “황의조 선배는 없지만, 손흥민 선배를 만나게 돼 벌써부터 설렌다. 손흥민 선배로부터 몸 관리와 골 넣는 요령도 배우겠다”고 덧붙였다. 김건희는 ‘꼭’이라는 단어를 되풀이했다.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는 수원 유스 매탄고와 고려대 시절 득점왕과 우승컵을 휩쓸었다. 장신(1m86㎝)이면서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김건희를 막을 또래 수비수는 없었다. 프로가 아닌데도 인터넷에 ‘김건희 하이라이트’ 영상이 올라올 정도였다. 2016년 수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을 땐 ‘괴물 신인’으로 K리그 팬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어렵게 출전 기회를 잡아도 부진했다. 지난 시즌까지 수원에서 네 시즌을 뛰는 동안 4골(53경기)에 그쳤다. ‘만년 유망주’라는 비아냥이 싫어 더 열심히 훈련했다. 그게 부상으로 이어지는 역효과가 났다. 김건희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프로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내지 못해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면 더 이상 축구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당시 속마음을 털어놨다.

물러날 곳이 없는 그는 올 시즌 배수의 진을 쳤다. 전반기에만 6골을 터뜨리며 상승세를 탔다. 팀도 선두권을 달렸다. 이번에도 부상이 그를 또 멈춰 세웠다. 지난 5월 사타구니 근육이 찢어져 독일로 가서 수술을 받았다. 김건희가 빠지자, 수원은 후반기 8경기에서 3무 5패에 그치며 7위까지 추락했다.

김건희는 “시즌 중 가장 중요한 시기에 경기에 나서지 못해 너무 속상했다. 코칭 스태프와 동료들에게도 미안했다. 우리 팬에게도 죄송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수원 팬 덕분이었다.

김건희는 “힘든 시간을 보낼 때도 팬들이 날 응원해줬다. 내가 잘 못해도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셨다. 작은 선물도 챙겨주셨다. 덕분에 자존감을 지켰고, 자신감을 얻었다. 팬들이 날 키웠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재활훈련을 마친 그는 지난 9월 복귀했다. 수원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남은 건 복귀 골이다. 대표팀 소집 전에 K리그1 35라운드(6일 제주 유나이티드전) 한 경기가 남았다. 김건희는 제주를 상대로 반드시 부상 복귀 골을 넣겠다는 각오다. 그는 “내가 부상에서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시선이 있다. 골로 우려를 씻고 당당히 대표팀에 합류하겠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