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선승리 1년 만에…버지니아주, 트럼프에 뺏겼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04 00:02

업데이트 2021.11.0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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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럽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 뒤 귀국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3일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 뒤 귀국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3일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50.7%를 득표한 공화당의 글렌 영킨 후보가 48.6%를 얻은 민주당의 테리 매콜리프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고 CNN 등이 3일 보도했다.

민주당의 충격은 컸다. 버지니아는 지난 30년간 10명의 주지사 중 7명이 민주당 소속이었을 정도로 당의 텃밭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 이후 8년 만에 공화당 소속으로 버지니아 주지사에 당선한 영킨은 당선 확정 직후 “각종 세금을 감면하고 교육에 더 투자하는 등 임기 첫날부터 개혁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CNN “바이든 정부 속도조절하란 신호” 

바로 그 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마치고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대선 뒤 1년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평가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바이든은 앞으로 의회의 협조가 필요한 역점 사업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CNN 정치평론가 글로리아 보거는 이날 개표 방송에서 “버지니아 선거 결과는 바이든 정부에 인프라 법안 등에 대해 속도를 조절하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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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은 버지니아에서 10%포인트 차이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눌렀다. 매콜리프 후보도 선거운동 초기에는 두 자릿수 이상 격차를 벌리며 앞서갔지만, 바이든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선거 판도가 뒤집혔다. 지지율 하락의 직접 원인으로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의 혼란, 카불공항 폭탄테러, 아이티 이민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단속 등 외치 실책이 꼽힌다. 외교 전문가임을 내세우다 취임 뒤 잇단 악재 속에 지지율이 하락하며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영향을 준 것은 바이든으로선 낭패스러운 일이다.

G20 정상회의와 COP26은 바이든이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였다. 하지만 중국·러시아의 불참 등으로 진전된 기후대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이 기후 문제를 통해 미국뿐 아니라 자신의 리더십을 재평가받으려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주지사 선거, 현재 민심의 풍향계 역할 

지난 2일 민주당 텃밭인 버지니아의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의 영킨 후보(가운데)가 당선하면서 바이든은 내년 중간선거는 물론 재선 도전에도 악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 민주당 텃밭인 버지니아의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의 영킨 후보(가운데)가 당선하면서 바이든은 내년 중간선거는 물론 재선 도전에도 악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과 민주당이 더욱 신경이 쓰는 것은 내년 11월에 있을 중간선거다. 주지사 선거 결과는 현재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현재 연방하원에서 공화당과 불과 8석 차이로 다수당을 차지한다. 상원에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 덕분에 간신히 버티고 있다. 새 행정부가 출범한 뒤 치르는 중간선거는 으레 집권당에 불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의 지지율이 극적으로 오르지 않는 한 내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공화당에 다수당 자리를 내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바이든에겐 국정운영과 함께 재선 가도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프랭크 룬츠 공화당 선거전략가는 “지난 50년 동안 하원 선거에서 야당이 집권당을 누르고 다수당이 된 전례가 네 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결과가 전조가 됐다”며 “지금 정치권이 이번 선거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라고 CNBC에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은 영킨의 역전승에 기여하면서 정치적 영향력과 재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은 영킨의 역전승에 기여하면서 정치적 영향력과 재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AP=연합뉴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번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가 바이든과 트럼프의 ‘전·현직 대통령 대리전’ 성격을 띠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이틀 앞둔 지난달 26일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선 것은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주말에 버지니아를 찾아 매콜리프 후보를 지원했다. 두 사람은 공화당의 영킨 후보에게 “트럼프의 졸개”라는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하며 ‘공화당 후보=트럼프’라는 공식을 밀어붙였다. 지난 1월 의회 난입사건의 중심인물이며 선거 불복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으로 주지사 선거를 치르려고 했다.

영킨 후보는 “이번 선거는 버지니아의 문제”라며 트럼프를 유세장에 부르지 않으며 ‘거리 두기’를 했지만, 트럼프의 지지 선언은 받아들였다. 트럼프는 선거 전날에도 지지자들에게 “모두 나가 영킨을 위해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NBC “민주당 선거전략 수정 불가피” 

이런 상황에서 영킨 후보가 애초 불리했던 지지율을 뒤집고 당선한 것은 트럼프의 승리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이미 2024년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돼 온 트럼프의 재선 도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으로선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반(反)트럼프 정서를 자극하는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NBC는 지적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뉴저지 주지사 선거와 보스턴·애틀랜타·미니애폴리스 등 주요 도시의 시장 선거도 함께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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