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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부총리가 성폭행"...세계 1위 中 테니스 스타의 충격 폭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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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장가오리(張高麗·75) 전 국무원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중국 여성 테니스 선수의 폭로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유명 테니스 선수 펑솨이(彭師·36)가 전날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장가오리 전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지속해서 관계를 가졌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NYT는 "장 전 부총리급의 공산당 고위급 인사에 대해 이런 의혹이 제기된 적은 없었다"며 "권력층 핵심 인사에 대한 최초의 미투 폭로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 [EPA=연합뉴스]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 [EPA=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펑솨이는 장 전 부총리가 톈진 지역에서 근무하던 2007~2012년쯤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고 했다. 펑솨이는 장 전 부총리가 처음엔 부인과 함께 테니스를 치자고 집으로 초청한 뒤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전했다. 그는 구체적인 날짜와 정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날 오후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 계속 울었다"고 했다.

펑솨이는 또 "부총리쯤 되는 지위에 계신 분이라면, (나의 폭로가) 두렵지 않다고 할 것을 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진실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그가 올린 이 게시글은 올라온 지 몇 분 만에 삭제됐으나 게시글을 캡처한 파일이 인터넷상에 번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2018년 은퇴한 장 전 부총리는 국무원 부총리로서 2013∼2018년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고, 2002∼2007년엔 산둥 당 위원회 부서기를 맡았다. 펑솨이가 성폭력이 일어난 시점으로 지목한 2007∼2012년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었다. NYT에 따르면 의혹이 확산하자 중국 온라인에선 펑솨이와 장가오리의 이름은 물론, '테니스'란 단어도 검색이 제한되고 있다.

장가오리의 성폭력을 폭로한 펑솨이. [EPA=연합뉴스]

장가오리의 성폭력을 폭로한 펑솨이. [EPA=연합뉴스]

또 펑솨이는 NYT 측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고, 중국 국무원 역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의 미투 선구자로 불리는 시나리오 작가 저우샤오쉬안은 "(중국 당국의) 검열에도 의혹 제기는 널리 알려졌다"며 "펑솨이가 안전하기를 기원한다"고 응원했다. 저우샤오위안은 중국 관영 CCTV 진행자가 강제로 입맞춤을 했다는 사실을 2018년 폭로한 바 있다.

펑솨이는 한때 복식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중국의 테니스 스타다. 대만인 파트너 수웨이시에와 함께 2013년 윔블던 복식 우승을 차지했고, 2014년엔 프랑스 오픈에서도 복식에서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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