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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머리 보고 패스 주세요"...스트라이커 5개월차 이정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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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공격수로 변신한 이정문.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제주에서 공격수로 변신한 이정문.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제가 그라운드 어디에 있든 눈에 띄었으면 해서요. 동료들에게 최대한 많은 패스를 받아 골을 넣고 싶거든요."

U-20 월드컵 대표 수비수 출신 #올해 제주 입단 후 공격수 변신

프로축구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이정문(23)은 최근 머리카락을 금발로 염색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5개월차 공격수'다. 원래는 수비수였다. 지난 7월 제주 남기일 감독의 권유로 포지션을 바꿨다. 남기일 감독은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즌 막판을 대비해 이정문을 팀의 '비밀 병기'로 삼았다.

지난달 10일 강원FC전을 앞두고 공격수 주민규가 다치자, 남 감독은 이정문을 투입했다. 마침 이정문은 강원전을 앞두고 염색했는데, 공격수로서 데뷔 골까지 터뜨렸다. 이정문은 "이제 막 감을 잡았는데,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쉽다. 남은 기간 '공격수 이정문'의 이미지를 감독님과 팬들의 마음에 각인하겠다"고 말했다.

금발로 염색한 강원전에서 득점한 이정문. [사진 프로축구연맹]

금발로 염색한 강원전에서 득점한 이정문. [사진 프로축구연맹]

이정문은 연령대별 대표팀을 거친 수비수 유망주였다. 201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도 참가했다. 키 194㎝, 체중 80㎏ 탄탄한 체격이 강점인 그는 당시 한 살 위 정태욱(24·대구FC)과 주전 경쟁을 펼쳤다. 정태욱은 도쿄올림픽 대표팀 주장을 맡은 차세대 국가대표 센터백으로 성장했다.

반면 이정문은 성장이 더뎠다. 그는 2019년 K리그2(2부리그) 대전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큰 기대를 받았지만, 성적은 평범했다. 데뷔 시즌 23경기에 출전했고, 이듬해인 지난 시즌 21경기를 뛰었다. 프로에서 수비수로 경쟁하기엔 힘과 기술이 부족했다. 대전에서 그는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 등 전 포지션을 오가는 '대타 전문'이 됐다. 이정문은 "안 뛰어본 포지션이 없다. 기회를 받는 게 좋았지만, 한 포지션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고 털어놨다.

정조국 제주 코치에게 공격수 과외를 받은 이정문은 최근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정조국 제주 코치에게 공격수 과외를 받은 이정문은 최근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이정문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남기일 감독은 그를 공격수로 낙점했다. 제주 입단 초기 이정문은 갑작스러운 컨디션 저하와 부상이 겹치면서 전반기를 뛰지 못했다. 재활을 거쳐 지난 7월 팀에 복귀했다.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스트라이커 수업에 돌입했다. 정조국 제주 공격 코치에게 집중 레슨을 받았다. 이정문은 "수비수는 보통 공격수 뒤에 서는데, 스트라이커는 수비를 등지고 볼을 받아야 한다. 등지는 플레이에 익숙해지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다행히 석 달간 무한 반복하니 익숙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올 시즌 공격수로 6경기에 출전했다. 대부분 교체 출전이었지만, 수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어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정문의 시즌 목표는 5골이다. 그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리그 4경기 남았는데, 매 경기 1골씩 넣겠다. 팀 승리를 이끄는 골잡이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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