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예에서 길을 찾다...2021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5일 개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개막하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 출품된 정도준 작가 작품. [사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5일 개막하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 출품된 정도준 작가 작품. [사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서예 역사를 말하다'전에 출품된 최민렬 작품. [사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서예 역사를 말하다'전에 출품된 최민렬 작품. [사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5일 개막해 12월 5일까지 31일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14개 시·군 28개 전시장에서 열린다. 올해는 '자연을 품다(回歸自然·회귀자연)'를 주제로 세계 20개국의 30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국내외 서예인들이 서예에 담긴 ‘자연’의 깊은 원리와 가치를 탐구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이 주제엔 코로나19를 계기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도(道), 예(藝), 기(氣)가 통합된 서예 정신으로 성찰하고 극복해보자는 바람도 담겼다.

'자연회귀' 주제로 12월 5까지 #한,중 작가 '천인천각전' 눈길 #전북 14개 시·군 28개 전시장

이런 주제의식은 여러 전시 프로그램과 작가들의 작품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본전시인 '서예 역사를 말하다'엔 세계 20개국 104명이 참여한다. 서예 역사의 흐름을 탐색해보는 이 전시에선 고대 상형문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화해온 글씨를 조망할 수 있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독일·러시아·일본·중국 작가들은 물론 이용, 정도준, 판궈치앙 등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을 여기서 볼 수 있다.

20대부터 9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과 배경을 지닌 한국과 중국의 전각가 1000여 명이 한 글자씩 새긴 천자문 전각돌을 감상하는 '천인천각(千人千刻)전'는 올해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중 하나다. 한국 전각가 770명, 중국 전각가 230이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천자문(千字文)』에 나오는 글자를 각 작가가 한자씩 전각한 뒤 이를 모아 가로 8m, 세로 2m 40㎝의 병풍으로 제작해 전각돌과 함께 선보인다. 작가 1000명의 각기 다른 개성이 모여 '하나'로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한국과 중국의 1000명의 전각가가 참여한 '천인천각전'. [사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한국과 중국의 1000명의 전각가가 참여한 '천인천각전'. [사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일본 서예가 尾崎蒼石의 작품. [사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일본 서예가 尾崎蒼石의 작품. [사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명사서예전에 출품된 도종환 시인의 작품. [사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명사서예전에 출품된 도종환 시인의 작품. [사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올해는 특히 서예 장르의 융합과 확장에 초점을 맞춘 점이 눈에 띈다. 서예와 도자·조각의 협업전인 ‘융합서예전’, 문자와 시·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시·서·화전' 등이 그 예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서예의 역사를 돌아보는 ‘나랏말ㅆ·미'와 '선률&음률'에선 한글로 쓴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서중화&화중서'에선 한국화가 25인의 그림과 글씨를 선보이고, '디자인 글꼴전'에선 30인의 캘리그라피 전문가들의 작품도 선보인다.

서예를 사랑하는 명사 45인이 참여한 ‘명사서예전’도 눈길을 끈다. 홍석현 서예진흥재단 이사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 나태주 시인, 가수 장사익, 소리꾼 박애리와 팝핀현준, 송하진 전북지사 등이 출품했다.

최은철 예술감독은 "자연과 인간의 소통을 강조한 동양의 사상과 생명정신은 현대사회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올해는 보다 유연하고 융합적인 자세로 서예의 역사성과 다양성, 예술성을 폭넓게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전북 출신의 서예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뿌리 깊은 전북 서예의 역사를 전하는 특별전 ‘강암 송성용전’과 ‘석전 황욱전’ 등도 여는 동시에 단구대 암각화와 추사의 세한도를 주제로 ‘디지털 영상서예전’도 연다.

윤점용 집행위원장은 "과거에 서예비엔날레가 '보는' 전시였다면 이번 비엔날레는 귀로 '듣고' 몸으로 '체험'하는 전시로 진화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서예가 단순한 붓글씨가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중시하는 예술이라는 것을 다 함께 다시 한번 확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는 "올해는 여느 해보다 행사 규모도 커졌고 내용도 풍부하고 탄탄해졌다"면서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서예가 한·중·일에 갇힌 예술이 아니라 세계 서예로 도약하는 중요한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13번째로 열리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서예문화 보존과 진흥을 위해 마련된 국내 최초의 서예 특화 비엔날레로 1997년부터 격년으로 열리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