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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삭제 안했다"던 초과이익 환수, 정민용이 상급자 시켜 지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남시 대장동 민·관개발 사업 추진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투자사업파트장이었던 정민용(47) 변호사가 최종 사업협약서에서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도록 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나타났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가 아니라 ‘초과이익 환수 의견 미채택’”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삭제’로 판단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당시 상급자인 김모 개발사업1팀장 등을 불러 직접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등 공사 몫으로 배당받을 수 있었던 이익이 전부 민간사업자에 가도록 최종 사업협약서와 주주협약을 체결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10~11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6)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 등과 함께 일방적으로 민간에 유리한 방식의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계획을 미리 짜고 공사에서 이 업무를 전담할 전략사업팀을 신설했다. 전략사업팀장에는 정 회계사가 추천한 김민걸 회계사를, 전략사업팀 투자사업파트장(차장 직급)엔 남 변호사가 추천한 정 변호사를 각각 채용했다.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로 지난 1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민용 변호사(사진)는 민간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로 지난 1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민용 변호사(사진)는 민간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

정 변호사는 2015년 1~2월 대장동 개발 사업과 이익배분의 골격이 되는 공모지침서를 작성하면서 정 회계사가 삽입을 요구한 7개 필수조항을 유 전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모두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공모지침서 안을 검토한 주모 개발사업1팀 개발계획파트장이 “초과이익을 민간사업자가 독점하지 못하게 추가 사업이익 배분 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신청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지만, 정 변호사는 이를 묵살했다. 2월 13일 공모지침서 공고 이후에도 주 파트장은 같은 취지의 반대 의견을 전달했으나, 역시 묵살당했다.

유 전 본부장의 비호 아래, 정 변호사의 행동은 더 과감해졌다. 2015년 3월 27일 화천대유가 자산관리회사(AMC)로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공사 개발사업1팀은 성남의뜰과 사업 이익배분 비율 등 사업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다. 화천대유 측은 같은 해 5월 21일 ‘공사가 확정으로 배당을 요구할 경우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추가 배당이나 사업계획서 외에 추가 비용 지출을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사업협약서 초안에 담아 공사에 제출했다. A11 블록 임대주택 부지를 평당 1400만원으로 산정한 금액만큼만 확정이익으로 배당받도록 한 초과이익 배분 제한 조항이다.

이에 대해 당시 개발사업1팀 소속 김문기 팀장, 이모 파트장, 한모 실무관은 5월 26일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인 평당 1400만원을 상회하여 발생되는 추가이익금은 출자 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하기로 한다’는 조항을 사업협약서에 추가해 당시 협상 회의에서 화천대유 측에 전달했다.

왼쪽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파트장이자 남 변호사의 서강대 법대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왼쪽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파트장이자 남 변호사의 서강대 법대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이튿날인 5월 27일 오전 10시 34분 한 실무관은 이 같은 내용의 사업협약서 수정안에 대한 검토 요청 공문을 전략사업팀 등에 보냈다. 그러자 정 변호사는 직급상 자신보다 상급자인 김 팀장 등을 불러 해당 조항을 삭제한 사업협약서 재수정안을 다시 기안해 회람하라고 요구했다. 공모지침서 작성 단계에서의 묵살을 넘어서 이번엔 직접 삭제를 지시한 것이다. 이후 한 실무관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재수정안을 최초 기안 뒤 약 7시간 만인 오후 5시 50분 다시 기안했다. 개발사업1팀은 5월 28일 사업협약서 체결을 위한 협상회의에서 화천대유 측에 이 같은 재수정안을 제시했고, 6월 15일 공사의 추가 사업이익 배분 요구권이 누락된 사업협약이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향후 막대한 추가이익이 발생하더라도 A11 블록 임대주택 부지 등 확정이익 외 추가 이익을 공사가 취득할 수 없도록 해, 액수 불상의 이익을 출자비율(50%+1주)에 따라 배당받지 못하고 화천대유 측에게 몰아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지난 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김씨, 남 변호사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 변호사는 이날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유 전 본부장 측은 “공소장 내용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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