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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리콜보다 무서운건…머스크 '입방정'에 주주들 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루 동안 테슬라 주주들의 환호와 한숨이 엇갈렸다. 주식 23%를 보유한 대주주이자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트윗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주식시장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3.04% 급락한 1171.84달러(약 138만원)를 기록했다. 12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가를 누린지 하루 만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AP=연합뉴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AP=연합뉴스

자율주행 문제로 1만1704대 리콜

주가변동선이 방향을 튼 건 이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가 2017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 가운데 1만1704대를 리콜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NHTSA는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전방 충돌 경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긴급 제동 장치가 갑자기 활성화되는 등 주행 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23일 완전자율주행(FSD) 베타 버전을 탑재한 일부 차량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다. 2017년부터 판매된 모델SㆍXㆍ3과 2020년부터 판매된 모델 Y 중 일부인데, 이 차량들이 리콜 대상이 됐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이 적용된 차량이 정지된 자동차와 충돌해 사상자를 낸 사건들과 관련해 NHTSA로부터 수개월째 조사를 받고 있다.

”계약 아직” vs “이미 인도 시작”  

리콜보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 건 머스크가 2일 오전 올린 트윗이었다. 전날 주가가 폭등하면서 사상 최고인 1208.59달러를 기록하자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최근의 주가 상승이 렌터카 업체 허츠와의 10만대 공급계약과 관련 있다는 데 대해 “허츠와의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테슬라는 생산보다 수요가 훨씬 많으므로 허츠에 소비자와 같은 가격으로 전기차를 판매할 것”이라며 “허츠와의 거래가 테슬라의 매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달 20일 이 회사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줄곧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25일 허츠가 2022년 말까지 테슬라의 ‘모델3’ 10만대를 살 것이라고 밝히면서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서며 일명 ‘1000슬라(천슬라)’를 달성했다.

허츠와 차량 공급 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고 밝힌 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의 트윗. [트위터 캡처]

허츠와 차량 공급 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고 밝힌 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의 트윗. [트위터 캡처]

차량 가격 할인 문제로 갈등? 

머스크의 트윗에 대해 허츠의 로렌 러스터 홍보 담당 디렉터는 즉각 반박했다. “테슬라 차량을 인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주에 발표한 대로 우리는 테슬라 차량 10만대를 주문했다”며 “글로벌 영업망 전반에 걸쳐 새로운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테슬라 측의 공식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테슬라는 따로 언론 담당 홍보조직을 운영하지 않고 머스크의 트윗이나 입에 회사의 입장 발표를 주로 의지하고 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와 허츠의 이런 진실게임은 차량 가격 할인 문제 때문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회사가 렌터카 회사와 대량의 물량공급 계약을 맺을 때 일반적으로 소비자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 하지만 허츠의 10만대 계약 발표 당시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허츠에 ‘팔린’ 차는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소비자와 똑같은 가격이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허츠 사무실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허츠 사무실 모습. EPA=연합뉴스

“주가에 영향…당국 조사해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권감독 당국이 개입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찰스 엘슨델러웨어대 재정학 교수는 “허츠는 거래가 있다고 했고 머스크는 부인했다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 문제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이는 양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트윗을 올려 주가 하락을 불러왔고, 증권사기 혐의로 SEC의 조사를 받은 후 4000만 달러의 벌금을 낸 바 있다. 당시 테슬라 사내 변호사들이 자신의 트윗 일부를 미리 점검하도록 한다는 데도 SEC와 합의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그 이후에도 회사 승인 없이 “테슬라 주가가 너무 높은 것 같다”(2000년 5월)는 등 회사 주식과 관련한 트윗을 올렸다가 SEC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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