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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또 인상, 클래식백 1000만원…"한국에 특히 잘 먹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샤넬이 올 들어 세 번째로 가격을 올렸다. 샤넬의 대표 상품이자 인기 품목인 클래식 플랩백과 2.55백, 지갑류 등이 약 8~15% 인상됐다. 지난달 말부터 명품 업계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돌던 인상 소문이 사실이 된 것이다. 샤넬코리아 측은 이번 인상에 대해 “다른 주요 럭셔리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제작비와 원재료 가격 변화,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클래식 플랩백. 사진 샤넬

클래식 플랩백. 사진 샤넬

‘클미’ 올해만 두 번, 260만원 올렸다

샤넬 클래식 플랩백(미디엄) 가격 인상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샤넬 클래식 플랩백(미디엄) 가격 인상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에 가격이 오른 품목은 샤넬 클래식 플랩백과 2.55백, 지갑, 신발 등이다. 특히 국내에서 예물로 인기가 높은 클래식백 위주로 10~15%의 높은 인상률이 적용됐다. 클래식 미디엄 플랩백은 971만원에서 1124만원으로, 클래식 라지플랩백은 1049만원에서 1210만원으로, 클래식 스몰 플랩백은 893만원에서 1052만원으로 인상됐다. 지갑 크기의 미니 사이즈를 제외하고 사실상 클래식 라인의 모든 가방이 1000만원을 넘게 됐다.

샤넬 인상은 올 들어 세 번째다. 지난 2월에 일부 품목을 2~5%, 지난 7월에 클래식백과 19백, 보이백 등 인기 품목 위주로 12%가량 가격을 올렸다. 이번 인상률은 품목에 따라 8~15% 정도인데 클래식백의 경우 올해만 두 번, 무려 27%나 가격을 올린 셈이다. 클래식 플랩 미디엄 크기를 올해 초에 샀다면 864만원이 들었지만 지금 산다면 1124만원을 내야 한다.

“샤넬은 오늘이 가장 싸다”

샤넬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다. 실제로 ‘11월 인상설’이 돌았던 지난주부터 샤넬 매장 앞은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지난주 기준으로 매장에 오전 7시쯤 도착할 경우 대기번호 30~40번대를 받아 오후가 지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주 서울 강남의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는 밤샘 대기를 위한 텐트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 수요자도 많지만, 인상 전 구매한 뒤 인상 후 판매하려는 ‘리셀러(재판매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사진 뉴스1

2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사진 뉴스1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너무 자주 올린다’‘한 번에 백만원이 넘게 오르는 건 너무하다’‘몇 달 전 700만 원대가지금 1000만원이 넘는 게 말이 되느냐’ 등 불만 섞인 푸념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 뒤에도 샤넬 가방을 사려는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재고가 없어 못 샀던 인기 품목이 인상과 함께 입고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소비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자주 가격 올리나  

업계에선 샤넬의 가파른 가격 인상 행보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상률이 커진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5월에 5~17%, 올 2월에 2~5%, 7월에 10~15%, 11월 현재 8~15%가 인상됐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인상률은 6.5%, 2015년까지 5년간 10%에 그친 것과 뚜렷이 비교된다.

가격을 올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겠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프랑스 로피시엘홀딩스의 써머 김(Summer Kim) 부사장은 “가격 인상을 통해 희소가치를 지속해서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라며 “현실적으로는 수익 개선의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전문 매체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도 지난 4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글로벌 명품 판매가 감소했기 때문에 브랜드가 수익 보전을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섰다”며 “명품 브랜드가 대부분 고정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 구조로 가격이나 판매량을 통해 수익을 유지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샤넬코리아 국내 실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샤넬코리아 국내 실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가격 인상 효과는 명품을 향한 열광적 ‘초과 수요’가 있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가격 인상과 상관없이 명품을 더 많이 구매하고 있는 데다, 오히려 가격이 오를수록 빨리 사고 보자는 심리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써머 김 부사장은 “한국과 중국에서 가격 인상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가격 인상 자체가 샤넬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바이럴(입소문) 요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도 동일하게 가격이 인상됐지만, ‘오픈런’ 등 한국만 유난히 과열 양상을 보이는 데에 따른 비판도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전미영 연구위원은 “과거엔 자본력에 따라 샤넬을 사는 부류와 아예 관심 없는 부류가 나뉘었다면 지금은 ‘샤넬 정도는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소비자층이 넓어졌다”며 “이런 욕망의 보편화 현상은 소비 욕망에 솔직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 사이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품의 경우 리세일(중고판매) 문화가 확산해 샀다가 팔아도 손해 보지 않는다는 계산이 더해졌다”며 “구하기 어려운 명품을 사는 행위를 자본력에 더해 물건을 얻는 ‘득템력’으로 인식해 마치 놀이하듯 과시하는 분위기가 이상 과열 현상으로 이어져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샤넬은 앞으로도 클래식 라인 등 인기 제품의 가격을 계속 올려 희소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클래식 백은 가격을 높이고 수량도 조절해 아무나 가질 수 없도록 하고, 트렌드를 반영하는 ‘시즌 백’이나 의류 등 패션 상품을 다양하게 공급해 자칫 고루해 보일 수 있는 샤넬의 이미지를 젊게 유지하는 방식의 투트랙 가격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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