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장 2명 숨졌는데…음주뺑소니 징역 10년이라뇨" 눈물 청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무면허 음주 뺑소니 운전자에게 남편의 목숨을 빼앗긴 아내가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6월 충남 서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두 남성 가족의 얘기다.

지난 6월 2일 충남 서산에서 발생한 무면허 음주운전 뺑소니 교통사고와 관련해 피해자 가족들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 6월 2일 충남 서산에서 발생한 무면허 음주운전 뺑소니 교통사고와 관련해 피해자 가족들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 6월 2일 오후 9시9분쯤 충남 서산시 해미면의 한 도로에서 A씨(50대 남성)가 자신의 모닝 승용차를 몰고 가다 도로 가장자리를 지나던 자전거 2대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자전거에 타고 있던 A씨(38)가 현장에서 숨지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던 B씨(38)도 숨졌다.

만취상태 운전…조치 안하고 도주

당시 자전거를 들이받은 A씨는 사고를 낸 뒤 119구급대나 112 신고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다가 또 다른 사고를 냈다. 당시 A씨는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66%의 만취 상태였다. 출동한 경찰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말하지 못할 정도였다.

숨진 B씨 등은 자전거 동호회 소속으로 퇴근 후 자전거를 타가 화를 당했다. 사고 당시 두 사람은 헬멧 등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덮친 승용차를 피하지 못했다. 경찰은 A씨를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구속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달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A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지난 6월 2일 충남 서산시 해미면의 한 도로에서 무면허인 50대 남성이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30대 후반의 남성 두명이 숨졌다. [사진 서산소방서]

지난 6월 2일 충남 서산시 해미면의 한 도로에서 무면허인 50대 남성이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30대 후반의 남성 두명이 숨졌다. [사진 서산소방서]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피해자 중 한 명의 아내는 ‘무면허 음주 운전자가 아이들의 아빠를 죽였습니다’라는 글을 청와대 청원에 올렸다. A씨에 대한 법원의 처분이 피해자와 유족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는 이유에서였다.

"병원 도착하니 남편은 차디찬 영안실에"
청원인은 “남편은 응급치료 중 사망했고 함께 있던 남편의 동료는 그 자리(사고 현장)에서 숨졌다”며 “가해자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등으로 구속되는 등 동종범죄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잠든 아이들을 두고 정신없이 병원에 도착했더니 남편은 이미 차디찬 영안실에 누워 있었다“며 “왜 그날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지 않았을까. 다녀오라고 김밥을 싸 먹이는 대신 자전거를 다른 날 타라고 말릴 걸 후회된다”고 했다.

지난 6월 2일 충남 서산에서 발생한 무면허 음주운전 뺑소니 교통사고 가해자인 50대 남성이 최근 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 6월 2일 충남 서산에서 발생한 무면허 음주운전 뺑소니 교통사고 가해자인 50대 남성이 최근 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신진호 기자

이어 “(경찰서에서) 남편의 유품을 찾고 사고 현장에 남은 처참한 흔적에 무너졌지만 어린 자식들 앞에서 울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며 “이젠 엄마밖에 없다는 생각에 3남매가 불안해한다. 앞으로 아빠 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유족 "무면허 음주운전 명백한 살인" 

청원인은 10살과 8살, 6살 세 자녀를 뒀으며, 또 다른 피해자는 아내와 9살, 7살 두 자녀를 뒀다. 청원인은 무면허,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웠다. 그는 “무면허 음주운전에 뺑소니는 명백한 살인으로 가해자는 자동차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며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쏴야만 살인이냐”고 반문했다.

충남경찰청이 충남지역의 한 도심에서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충남경찰청]

충남경찰청이 충남지역의 한 도심에서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충남경찰청]

청원인은 “가해자는 또다시 사고를 낼지 모른다.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또) 생기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며 “억울하고 기가 막히다. 더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두 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앗아간 가해자가 엄벌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