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쿠킹] 설탕보다 뒤끝 심한 '이것', 건강 적신호를 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닥터 라이블리의〈부엌에서 찾은 건강〉
②뒷끝 심한 악당, 과당을 조심하세요

한 해가 가기 전에 해야할 일 중 하나가 건강검진이다. 사진 unsplash

한 해가 가기 전에 해야할 일 중 하나가 건강검진이다. 사진 unsplash

“요산 수치가 높아요. 통풍 아시죠? 요산 수치가 높으면 통풍 같은 병이 올 수 있어요. 고기를 줄여보세요.”
“지방간이 있으시네요. 술도 안 드시는데 지방간이 있으니, 기름진 음식을 줄여보세요.”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본 경험이, 여러분에게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굳이 내 일이 아니어도 가족이나 지인의 건강검진이 끝나면 자주 나올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높은 요산 수치와 지방간은 당뇨, 고지혈증 등의 대사질환이 일어나기 전 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몸이 “살려주세요!”하고 보내는 SOS 신호다. 이 같은 신호를 받으면 먼저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그것 말고도 정말 중요하게 필요한 생활습관 교정이 있다. 바로 주로 과일 속에 포함된 ‘과당’을 줄이는 것이다.

과당을 줄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일은 보통 몸에 좋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일은 ‘많이 먹으면’ 우리 몸에 ‘독’이 된다.

과일엔 과당이 들어 있어, 과도하게 섭취하는 건 좋지 않다. 사진 pixabay

과일엔 과당이 들어 있어, 과도하게 섭취하는 건 좋지 않다. 사진 pixabay

과일이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과일에 포함된 식이섬유와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포함한 영양소들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충분히 타당한 말이다. 두 번째는 과일의 GI 지수가 낮기 때문이다. GI 지수는 해당 음식이 혈당을 얼마나 올리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다. 당뇨 환자들의 식단에서는 GI 지수가 높은, 즉 혈당을 많이 올리는 음식은 최대한 피하라고 권하고 있다.

물론 과일의 과당은 혈당을 ‘덜’ 올린다. 혈당측정기에 기록되는 혈당 상승효과도 적다. 때문에, 혈당을 올리는 다른 음식에 비해 과일이 몸에 좋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공공연히 몸에 나쁘다고 알려져 있는 설탕은 어떨까.

설탕은 포도당 1분자와 과당 1분자가 결합한 물질이다. 우리 몸에 들어오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다. 설탕은 포도당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이유로 과당에 비해 대역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설탕에 들어있는 과당은 나서기 좋아하는 친구 포도당을 함께 데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포도당은 앞에 나서기 좋아하지만 뒤끝 없는 친구, 이에 비해 과당은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데 뒤끝 심한 악당으로 생각하면 쉽다.

포도당은 나서기 좋아하는 탓에 혈당을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높여 혈당 측정기에 아주 쉽게 감지된다. 반면, 과당은 혈당은 높이지 않고 포도당 뒤에 숨어서 몰래 들어온다. 모두의 시선이 혈당을 올리는 것에 집중된 사이, 과당은 조용히 몸을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혈당을 올리는 것을 제외하면, 설탕이 나쁘다고 알려진 8할은 과당의 몫이다.

설탕이 나쁘다고 알려진 원인은 과당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설탕이 나쁘다고 알려진 원인은 과당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이 이야기를 들으면 “과당이 그렇게나 나쁜데 왜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과거 비만과 당뇨를 비롯한 대사 질환 연구의 초점이 대부분 측정 가능한 ‘혈당’과 ‘인슐린 분비’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과당의 영향은 측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측정 가능한 부분에서 시작해 대사 질환의 원인을 점점 더 파고들다 보니, 그 핵심에 여태까지 잘 파악되지 않았던 ‘과당’의 작용이 있었다. 덕분에 최근 들어서는 과당이 당뇨, 비만, 고지혈증 등의 대사질환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과당은 우리 몸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악영향이 ‘지방간’과 ‘요산’이다. 과당이 이러한 악영향을 유발하는 기전에는 과당만의 아주 특이한 점이 있다. 보통 포도당의 경우에는, 우리가 먹은 후 온몸의 세포들이 이것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과당은 대부분 ‘간’에서만 대사된다. 간으로 흡수된 과당은 대사 과정에서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만드는데 바로 ‘요산과 지방’이다. 즉, 요산 수치를 올리고 간에 지방을 쌓아 지방간을 만든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과당과 요산·지방간과의 관계가 놀랍지 않은가?

자, 이제 우리는 “요산 수치가 높아요”하는 사람에게, 특히 고기를 아무리 줄여도 요산 수치가 꿈쩍도 하지 않는 분들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과일이나 달콤한 디저트류를 좋아하진 않나요?”라고 말이다. 대답이 “예”라면 당연히 ‘과당’을 줄여야 한다.

지방간도 마찬가지다. 지방간과 당뇨가 있어서 체중을 줄일 목적으로 자연식을 한다고 과일을 한 아름씩 먹는 분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과당은 혈당 안 오르는 설탕을 먹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간에서 대사되는 과당은 간에서 지방을 만들고, 그것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면 간에 쌓여 지방간을 만든다. 지방간은 당뇨 악화의 핵심인 ‘인슐린 저항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당 줄이기’는 혈당이 높은 환자, 당뇨 환자, 지방간 환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생활습관 교정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과일은 히루에 사과 반쪽, 블루베리 한 움큼이면 충분하다. 사진 pixabay

과일은 히루에 사과 반쪽, 블루베리 한 움큼이면 충분하다. 사진 pixabay

몸이 SOS 신호를 보낼 때,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원인을 모르면 애써 생활습관을 바꿔도 달라지는 게 없다. 달라지는 게 없으면 노력도 허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확하게 아는 게 힘이다. 과일을 아예 먹지 말란 소리는 아니다. 분명 과일에는 좋은 성분들이 많다. 제철 과일이 주는 즐거움은 일 년을 살아내는 즐거운 기쁨이기도 하다. 단, 양을 조절하면 된다. 하루에 사과 반쪽, 블루베리 한 움큼 정도면 충분하다.

가장 좋은 것은 병이 오기 전에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아직 “당뇨는 아니지만, 지방간이 있네요”라든가 “다행히 증상은 없으신 것 같지만, 요산이 높네요” 같은 말을 들었다면, 혈당 안 올리는 설탕인 ‘과당’을 많이 섭취한 게 아닌가 한 번쯤 돌이켜볼 차례다. 너무 많은 과당은 우리 건강의 적신호를 켜는, 뒤끝 심한 악당임을 잊지 말자.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구독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됩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