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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충성 증명하라" 입수 강요…거절땐 대접에 벌주 건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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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_JTBC캡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_JTBC캡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재직 시절 직원들에게 “충성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워크숍 등에서 충성의 증거로 바다에 뛰어들게 하거나 큰 그릇에 술을 담아 마시게 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이 경영 평가 등을 위해 기존 노조를 회유하거나 자신에게 반발하는 신설 노조를 탄압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간부들 사직서 받아와라” 요구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10월 공사의 전신인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입사하면서 바로 ‘이사장 직무대행’이 됐다. 전 이사장과 기획본부장이 공석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사부서 A과장(4급)을 호출해 “팀장급 이상 간부들의 사직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A과장이 거부하자 팀장으로 강등시키고 “제설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운동장 관리원으로 배치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안다는 한 공사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이 갑자기 팀장급 이상 간부들을 한 자리에 부르더니 무작정 ‘전원 사직서를 써서 제출하라’고 해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며 “이 일로 사직서를 낸 직원은 없었지만, 다들 ‘내 말을 안 들으면 사직서를 쓸 각오 하라’는 암묵적 협박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충성 증명하라’며 입수·벌주

유 전 본부장이 직원들에게 강압적 지시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2년 6월 15일 자매결연 봉사활동을 위해 전남 신안군 임자도를 방문했는데 그날 저녁 참석한 직원 40여명에게 바다에 들어갈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현장에 있었다는 한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이 입수를 거부한 직원들에게 ‘충성심이 없다’고 화를 내며 10㎞ 거리에 있던 숙소까지 ‘걸어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성남도시개발공사

입수 명령은 2013년 4월 26일 강원도 속초시의 한 콘도에서 열린 ‘경영혁신 간부 워크숍’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참석한 팀장·차장 등 50여 명에게 “충성심을 보이라”며 입수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입수를 거부한 직원들은 저녁 식사 시간에 벌주로 냉면 그릇에 가득 담긴 술을 한 번에 마셨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이 지시를 거부한 사람들에겐 술자리에서 ‘벌주’ 명목으로 냉면 그릇에 담긴 술을 건넸는데 그걸 마시다가 쓰러진 직원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고 했다.

관용차를 타고 골프연습장 등 사적인 일을 하고 개인용 CD를 산 뒤“체육시설에서 쓸 CD를 산 것으로 경비 처리하라”며 영수증을 담당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잇단 기행 탓에 ‘공단(공사)의 네로(폭군으로 유명한 로마제국 5대 황제)’로 불리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성남시의원은 “제보가 워낙 많아서 회기 때마다 유 전 본부장 문제가 언급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노조와 신설 노조 차별?

유 전 본부장이 각종 평가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조를 회유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11년 1월 노조 관계자들이 잇따라 승진했다. B 노조위원장은 당시 다른 노조의 집회 현장에서 행패를 부려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는데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오히려 일반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했다. 감사원은 2013년 4월 ‘B 노조위원장의 승진은 인사규정 위반’이라며 시설관리공단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

기능직은 최고 5급까지 승진할 수 있었는데 노조 간부 C씨는 기능직인 운전 직렬인데도 일반직 3급까지 승진했다. 한 공사 관계자는 “지방 공기업 평가 항목 중 하나가 ‘노사 관계’인데 유 전 본부장이 이를 노리고 노조 관계자들을 승진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일부 직원들은 새로운 노조를 만들었는데, 유 전 본부장에 맞선 이들은 해임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지방노동위원회 제소와 해임처분 무효 소송 등을 거쳐 복귀했다. 한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의 신설 노조 탄압이 연일 지방 언론에 보도되고 시의회에서도 지적됐지만, 성남시는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유 전 본부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공사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7년 행정안전부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은 행안부 국감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8년 정부 공공기관 채용 비리 전수 조사에 징계 기관으로 선정되고 2016년부터 직원이 수천만 원 횡령한 사실 등이 드러났는데도 최우수 등급을 받았고, 이로 인해 유 전 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며 “내실 있는 평가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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