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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 90분 매복후 웃으며 탕탕…충격의 등굣길 총격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영국 잉글랜드 동부 입스위치에서 발생한 ‘10대 소년 총격 사건’의 전말이 1년 만에 드러났다. 이 소년이 평소 가상현실(VR) 게임을 즐겼고, 범행 직전까지 게임을 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청소년 게임의 폭력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가상 현실(VR) 고글을 착용한 게이머들이 두바이의 한 VR 공원에서 모형 산탄총을 들고 게임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상 현실(VR) 고글을 착용한 게이머들이 두바이의 한 VR 공원에서 모형 산탄총을 들고 게임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현지 언론은 등굣길 친구에게 총을 쏜 제이컵 텔버트-루미스(16)에게 재판부가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24년 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텔버트-루미스에게 적용하던 신상 공개 제한도 해제하고 그의 얼굴을 공개하도록 했다.

사건은 지난해 9월 발생했다. 당시는 코로나19 봉쇄령 해제로 수개월 만에 학교 수업이 재개되던 때다. 텔버트-루미스는 등굣길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에 총격을 가했다. 피해 학생은 생명은 건졌지만, 얼굴 측면과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신체 마비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현지 언론은 “참담하고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상상할 수 없이 심각한 상처”라고 전했다.

조사 결과 범행에 쓰인 도구는 2연발식 산탄총으로 텔버트-루미스의 할아버지 소유로 확인됐다. 그는 집에서 총을 챙겨 나온 뒤 학교 가는 길목에서 90분가량 매복하고 있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텔버트-루미스는 법정에서 “이 친구는 나에게 수년간 ‘굴욕과 두려움’을 안겼다.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납치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친구를 차에 태우려고 했지만, 거부당했다. 당황하는 사이 총이 발사됐다”며 “단지 겁을 주려 했다. 총격은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영국 16세 소년 제이콥 텔버트-루미스. [영국 서퍽 경찰]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영국 16세 소년 제이콥 텔버트-루미스. [영국 서퍽 경찰]

그러나 피해자 측의 주장은 달랐다. 피해 학생은 “텔버트-루미스가 냉담하게 웃으며 스페인어로 ‘안녕, 친구?’라고 말했고, 곧바로 총알이 날아왔다”고 했다. 아들을 구하러 달려온 피해 학생의 어머니 앞에서는 ‘의로운 일을 했다’는 표정으로 비웃으며 총을 흔들더니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텔버트-루미스는 사건 2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자신의 집 창문을 깨고 쳐들어온 무장경찰을 향해 “흥미진진하네”라고 말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는 텔버트-루미스가 평소 폭력성 강한 VR 게임을 즐겼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VR 게임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컴퓨터 게임 중독이 폭력적인 판타지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텔버트-루미스의 친구들은 그가 청부 살인자가 다양한 무기를 이용해 종교 집단 대학살을 벌이는 스토리의 VR 게임을 즐겼다고 말했다. 이 게임은 화면이 극사실주의로 묘사돼 폭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게임 제작사도 “VR 게임 중 가장 폭력적인 게임”으로 소개한다고 더 선은 전했다.

지난 8월 영국 플리스머 지역 총격 사건 현장의 경찰들.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AP=연합뉴스]

지난 8월 영국 플리스머 지역 총격 사건 현장의 경찰들.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AP=연합뉴스]

텔버트-루미스는 범행 몇 시간 전에도 이 게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행 6개월 전에는 BB탄 총을 흔들며 “너를 쏠게. 약속할게”라고 말하는 영상을 보내는 등 줄곧 폭력적인 행동을 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텔버트-루미스 측 변호사는 그가 이번 사건에 대해 후회와 회한을 내비쳤다며 정상 참작을 요구했다.

그러나 판사는 이번 사건이 철저하게 계획된 범행이라는데 무게를 뒀다. 판결을 맡은 마틴 레벳 판사는 “텔버트-루미스가 모든 종류의 치명적인 무기에 중독되어 있었고, 폭력적인 비디오와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었다”며 “폭력적인 VR 게임에 중독된 그의 상태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격 장면을 ‘미화’한 VR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고 했다.

최종적으론 계획된 범죄라는 점에 죄를 물었다. 레벳 판사는 “본 사건은 우발적이 아니라 철저하게 사전에 계획된 행동이었다.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선 어떠한 참작도 있을 수 없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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