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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에 조각 300점, 산책하며 관람해볼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한강공원 반포지구에 설치된 전덕제 작가의 ‘어머니의 보석지갑’. 이은주 기자

한강공원 반포지구에 설치된 전덕제 작가의 ‘어머니의 보석지갑’. 이은주 기자

“오! 저것 좀 봐!”

1일 서울 한강공원 반포지구를 산책하던 사람들이 짧은 탄성을 질렀다.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은 잠시 자전거를 세우더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들이 반가워하며 찍은 사진은 반짝반짝 빛나는 초대형 구슬지갑. 전덕제 작가의 ‘어머니의 보석지갑’이라는 조각품이다. 한 중년 여성은 “어릴 때 우리 엄마도 이런 가방을 가지고 계셨는데 이렇게 보니 마음이 푸근해진다”며 “조각 전시가 열린다고 해 나왔다. 자주 산책하는 곳이지만 작품을 감상하며 걸으니 느낌이 완전히 새롭다”고 말했다.

지금 서울 한강공원에 조각 작품들이 깔렸다. 지난달 29일부터 여의도, 뚝섬, 반포 등 3곳의 한강공원에 각 100여 점씩 조각품 총 300점이 설치된 것. 세계 최대 규모 야외 조각전시회다. 크라운해태제과(회장 윤영달)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후원으로 열고 있는 K-조각 한강 ‘흥’ 프로젝트다.

변숙경 작가의 ‘Daybreak 2021-Symmetry’. 이은주 기자

변숙경 작가의 ‘Daybreak 2021-Symmetry’. 이은주 기자

크라운해태 측은 “지난 2019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본다이비치 해안조각전이 111점을 설치해 기존 최대 규모 기록을 깼다”면서 “기획 전시로는 이번 한강 전시가 최대”라고 말했다.

이 조각 전시는 나름 ‘큰 그림’을 품은 프로젝트다. 열린 공간에서 한국 조각을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하려는 동시에 한국 조각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준비 작업이다. 내년 9월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영국 프리즈(Frieze)가 열리는데, 이때 해외 미술계에 K조각을 널리 알리겠다는 것이다.

14년째 한국 조각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가져온 윤영달(76) 회장은 지난 7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젠 K-조각이 뜰 차례다. 그 기회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며 “내년 한강공원에서 조각 300여 점을 전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지인 작가의 ‘하늘을 날아 무지개를 뿌리는 얼룩말’. 이은주 기자

송지인 작가의 ‘하늘을 날아 무지개를 뿌리는 얼룩말’. 이은주 기자

‘풍류산책(Jogging&Joy)’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엔 전강옥, 민성호, 최은정, 김성복 등 국내 중견 조각가 289명이 참여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엔 ‘열정과 환희’를 주제로 박민섭 작가의 ‘버티기’, 이상헌 작가의 ‘맞서서(Stand against)’ 등 생동감 넘치는 작품 73점이 설치됐다. 반포 한강공원엔 ‘균형과 절제’를 주제로 최원석 작가의 ‘숨비소리’, 김원근 작가의 ‘남과 여’ 등 101점이 전시됐다. 뚝섬 한강공원에선 ‘생동과 비전’을 주제로 최승애 작가의 ‘별 2021’, 정춘일 작가의 ‘달리자’, 윤진섭 작가의 ‘웨딩(Wedding)’ 등 126점이 설치됐다.

이번 전시 총괄을 맡은 김윤섭 예술감독은 “야외에서 많은 작품을 한 번에 감상하며 최근 조각 작품의 경향을 살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달 회장은 “한국 조각이 살아남으려면 국내 시장만 바라봐서도 안 된다. 이번 전시가 한국 조각이 세계 조각시장을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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