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양석환, LG 만나러 간다…두산 준PO 진출

중앙일보

입력 2021.11.02 22:26

업데이트 2021.11.02 23:46

양석환(30·두산 베어스)은 지난가을, LG 트윈스 더그아웃에 앉아 있었다. 당시 소속팀이던 LG가 두산과 KBO리그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만났다. 양석환도 준PO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LG가 1·2차전을 모두 내주는 동안, 양석환은 타석에 들어설 기회를 얻지 못했다. 스파이크에 흙 한번 묻히지 못한 채 두 경기 모두 두산의 승리를 바라만 봤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내가 이렇게 신임을 얻지 못했나 싶어 자책했다"고 했다.

두산 양석환이 2일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4회 말 2사 만루에서 두 번째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양석환이 2일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4회 말 2사 만루에서 두 번째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년이 흘렀다. 양석환은 두산 선수로 가을 잔치에 참여했다. 올 시즌 개막 직전 팀을 옮겼다. 그동안 트레이드를 피하던 '잠실 라이벌' 두산과 LG가 13년 만에 선수를 맞바꿨는데, 공교롭게도 양석환이 그 대상 중 한 명이었다.

예전보다 덜하다고는 해도, 두산과 LG는 여전히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펼치는 상대다. 늘 으르렁거리던 '옆집'으로 가게 된 양석환도 처음에는 속이 편치 않았다.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LG가 날 보냈다"는 아쉬움을 버렸다. "두산이 날 원했다"고 생각을 바꿨다. 실제로 양석환은 새 팀에서 야구 인생의 새 장을 열었다. 올 시즌 타율 0.273, 홈런 28개, 96타점을 올리면서 두산의 새 중심 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팀 내 홈런 1위, 타점 2위. 데뷔 8년 만에 기록한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시즌 막바지엔 옆구리를 다쳐 전열을 이탈하는 위기도 맞았다. 부상 부위가 타격할 때 예민한 곳이어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가을 야구를 위해 2주 만에 돌아왔다. 그는 "100% 회복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중요한 타석에선 힘을 모아 쳐보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4위 수성의 고비였던 지난달 24일 LG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두산의 가을 야구 첫 시리즈에서도 그랬다. 양석환은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와일드카드(WC) 결정 2차전에 5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1차전에서 4-7로 져 2차전을 치르게 된 두산이 올가을의 사활을 걸고 나선 경기였다.

양석환은 1회 말 2사 2·3루 첫 타석에서 지난해까지 LG 동료였던 키움 선발 정찬헌과 맞섰다. 3구째 커브가 밋밋하게 들어오자 그대로 받아쳤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적시타.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경기 흐름을 두산 쪽으로 끌어오는 2타점 선제 적시타였다.

승리에 쐐기를 박은 것도 양석환이었다. 그는 두산이 6-1로 앞선 4회 말 2사 만루에서 키움 두 번째 투수 한현희의 높은 직구를 밀어쳤다. 타구는 2루수를 넘어 외야 우중간에 떨어졌다. 추가 2득점. 리드는 8-1로 더 벌어졌다.

두산은 이후 키움 마운드를 더 강하게 두들겨 16-8로 크게 이겼다. 역대 WC 팀 최다 안타(20개)와 한 이닝 최다 득점(6회 6득점), 역대 포스트시즌 7호 선발 타자 전원 득점(WC 1호) 기록도 따라왔다. 키움은 선발 정찬헌(1과 3분의 1이닝 4실점)이 부진하자 또 다른 선발 요원 한현희, 최원태까지 차례로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가을 DNA'로 무장한 두산 타선의 폭발력을 막지 못했다.

양석환은 1차전에 앞서 "정규시즌에서도 친정팀 LG를 만나면 더 잘하고 싶었다. 포스트시즌에 만나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다"며 "키움전을 빨리 끝내고 LG를 만나겠다"고 했다. '빨리' 끝내지는 못했지만, 2차전에서 3안타 4타점을 올리며 두산을 목적지로 정확히 이끌었다. 두산은 4일 준PO(3전2선승제)에서 정규시즌 3위 LG와 PO행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지난 시즌에 이은 리턴 매치. 3경기 모두 두 팀의 홈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배영은·이형석·차승윤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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