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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2070년 탄소 제로" 선언에 몰디브 "우린 가라앉았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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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우징 석탄 전력 발전소 굴뚝.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우징 석탄 전력 발전소 굴뚝. 연합뉴스

주요 20개국 회의(G20) 공동선언문에 탄소중립 시점을 못박지 못한 채 영국 글래스고에서 다시 모인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성과 없는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협약 사무총장은 “COP26에서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정 때와 같은 중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고,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탄소 저감을 위해 연간 1000억 달러(약 117조원)을 내놓는다는 목표에 접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실망해서는 안되며, 우리가 하는 일의 복잡성을 진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26에는 전 세계 196개국 대표단과 각국 정상이 참여했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 사무총장. 우상조 기자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 사무총장. 우상조 기자

인도 "온난화는 선진국이 주범, 2070년까지 시간달라"

이날 세계 3위 탄소배출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탄소 순배출량 제로(0)를 달성하는 탄소중립 시간표를 2070년으로 늑장 제시했다. 그간 ‘부자국가 책임론’을 펼쳐온 인도는 COP26 개막 때까지 계획 설정 자체도 거부해왔다. BBC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인도의 가장 현실적인 로드맵이 그간 2070년 또는 2080년으로 예상됐다고 언급하면서 “상당히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미국·유럽 등 대다수 국가들이 약속한 2050년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의 2060년 계획표보다도 뒤처진 일정이다.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섬나라들은 선진국과 개도국이 서로를 비난하거나 치하하면서 탄소중립 시간표를 조금씩 늦추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낀다”며 절박한 심경을 토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전 대통령은 “과거 유럽인들처럼, 이제 중국과 인도 등이 지구를 독살하는 것이 자신의 권리인양 행동하고 있다”며 “이건 미친 생각”이라고 불충분한 합의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일 COP26 총회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일 COP26 총회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몰디브 등 섬나라 "시간을 늦추는 건 미친 생각"

만장일치가 원칙인 회의에서 대다수 나라가 높은 목표에 동의하더라도 느슨한 목표를 제시한 제3국의 목표에 맞춰서 합의하게 되는 방식도 비판했다.

니시드 전 대통령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에 맞춰야 한다는 대원칙에서 절대 비켜설 수 없다”면서 “1.5℃를 넘어서는 합의가 이뤄질 경우, 몰디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자살협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인도양의 섬나라인 몰디브는 평균 해발고도가 1m에 불과해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폭우, 홍수 등이 일반적인 상황이 됐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지구기후보고서에 따르면 몰디브를 포함해 해발고도가 낮은 섬나라가 2100년이면 수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9년 당시 몰디브 대통령이던 나시드가 바닷속에서 내각 회의를 열고 서류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9년 당시 몰디브 대통령이던 나시드가 바닷속에서 내각 회의를 열고 서류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평양 섬나라 마셜제도의 티나 스테지 환경특사 역시 워싱턴포스트와 CNN에 “이 세상 누구도 한 나라가 없어지는 것을 용납할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이 배출량 감축 약속 이행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호소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앤티가바부다의 개스턴 브라운 총리도 CNN과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지구 기온은 1.5℃ 이내로 억제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국제 비영리단체 옥스팜은 “G20에서 보여준 우유부단함과 분열이 (COP26마저 좌초시키면) 지구를 불태울 수 있다”고 했다. 프란시스코 교황은 COP26 개막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바티칸에서 “COP26 참석 정상들이 지구와 가난한 이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도록 기도하자”며 각국 정상들이 구체적 결론을 도출할 것을 우회적으로 종용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선 탄소뿐 아니라 메탄가스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COP26 연설에서 "2030년까지 메탄가스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줄이는 내용의 '국제 메탄 서약'에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70개국이 서약에 서명했으며, 이곳의 모든 국가가 서명하길 바란다"고 했다. EU는 국제메탄서약을 통해 지구의 전체 온도 상승에서 0.3℃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미국 환경보호국이 미국 전역 약 100만개의 기존 석유 및 가스 굴착 장치에서 나오는 메탄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를 80배 빠르게 가열해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스웨덴의 10대 기후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글래스고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웨덴의 10대 기후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글래스고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래스고로 모여든 세계 각국의 환경단체와 기후운동가들은 COP26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에게 ‘기후 비상사태’를 직시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18) 등 4명의 청년 환경 운동가들은 각국 정상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 지구에는 코드 레드(Cord Red·심각한 위기에 대한 경고)”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툰베리는 “COP26의 정치인들이 우리의 미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척 연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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