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저작권 8만원에 샀더니…한우·빌딩 별별 투자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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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카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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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강모(26)씨는 지난 8월 평소 좋아하는 가수 ‘아이유’가 부른 음악의 저작권 일부를 구매했다. 저작권의 일부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1주당 8만원에 총 4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두 달이 지난 10월 중순 가격은 13만원까지 오르면서 6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강씨는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는 마음에 소량의 저작권을 구입했는데, 막상 값이 오르니 돈을 좀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욕심도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의 재테크 분야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주식과 펀드 등 금융 상품을 넘어, 음악 저작권과 한우 등 축산까지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다양한 분야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들이 생기면서 2030세대의 새로운 투자 분야의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음악부터 한우까지…별의별 투자가 다 뜬다

음악에서 빌딩까지...별의 별 투자 뜬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음악에서 빌딩까지...별의 별 투자 뜬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는 올해 초부터 회원 수와 월간 거래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누적 회원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71만 명을 기록해 1년 전(15만명)보다 네 배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의 거래액은 70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액(339억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뮤직카우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투자자가 저작권을 사들인 뒤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은 연평균 8.7% 수준이었다. 만약 눈 밝은 투자자가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처럼 역주행 곡에 투자하면 이른바 대박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저작권 투자에 나서는 이들의 설명이다.

축산 분야에 투자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핀테크 업체 ‘스탁키퍼’가 운영하는 투자 플랫폼 ‘뱅카우’는 지난 5월 한우 농가와 개인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출범했다. 뱅카우가 여러 한우 농가와 협약을 맺고 개인 투자자를 공모하면, 한우 농가는 전달받은 투자금으로 생후 6~11개월의 송아지를 사들여 키운다.

투자자는 약 2년 뒤 사육이 끝난 한우를 경매로 팔면 지분에 비례해 투자금과 수익금을 나눠 갖는다. 뱅카우 측이 추산한 연간 수익률은 8% 내외다. 뱅카우의 회원 수는 지난 5월 말 595명에서 5개월 후인 지난달 말 6000여명으로 10배가 불어났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4차 펀딩에는 투자자 1538명으로부터 5억4000만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개인적으로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업용 빌딩의 소유권 일부를 사들이는 투자자도 있다. 2019년 12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스타트업 카사코리아는 상업용 빌딩 등의 부동산 소유권을 ‘댑스(DABS·디지털 수익증권)’라는 증권의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고가의 부동산 소유권을 기업의 주식처럼 소액으로 쪼갠 후 나눠서 파는 구조다.

지분에 비례해 3개월마다 임대 수익을 배당받고, 건물이 매각되면 차익도 나눠 받는다. 댑스의 값이 오르면 다른 투자자에게 주식처럼 판매해 시세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2030 세대가 열풍 주도, 40대가 뒤따른다

새로운 재테크 이끄는 2030, 뒤따르는 40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새로운 재테크 이끄는 2030, 뒤따르는 40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음악저작권부터 한우까지 투자처가 다채로워진 건 종잣돈이 적은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새로운 재테크 흐름을 주도하면서다. 핀테크 업체의 등장으로 투자 플랫폼이 다양해진 영향도 있다. 2030세대의 신 투자 트렌드를 40대가 따라가는 모양새다.

예컨대 카사코리아가 지난해 12월 공모한 역삼동 ‘런던빌’ 건물의 투자 공모 참여자(7091명) 중 20대와 30대는 각각 23%(1638명)와 41%(2938명)였다. 지난 7월 모집한 서초동 ‘지엘타워 12층’ 공모 투자자(3021명) 중에도 30대(34.2%) 다음으로 40대(32.1%)가 많았다. 20대(15.1%) 투자자는 50대(14.7%)와 비중이 비슷했다.

뱅카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5월 공모한 1차 펀딩에 투자한 290명의 경우 20대(33.3%)와 30대(48.9%)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난 8월 진행한 3차 펀딩은 30대(31.5%)와 40대(33.3%)가 가장 많았다. 지난달 말의 4차 펀딩 역시 30대(34.5%)와 40대(35.9%) 투자자의 비중이 컸다.

소액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어 이런 별별 투자가 뜨고 있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새로운 분야의 투자를 중개하는 핀테크 업체의 투자자 보호책이 미흡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규제 샌드박스 등로 승인한 곳을 제외한 상당수 업체들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체가 아닌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등록한 만큼 플랫폼이 파산하거나 재정상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가의 부동산이나 물건을 증권의 형태로 나눠서 소액으로 구매하게 되면 투자 대상에 대한 검증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투자업체로 신고하지 않은 핀테크가 파산할 경우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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