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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부 성폭행 토로 여중생, 극단선택 전 “아빠는 무죄” 탄원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 화단에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 2명을 추모하는 편지글이 쓰여 있다. 최종권 기자

지난 5월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 화단에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 2명을 추모하는 편지글이 쓰여 있다. 최종권 기자

유서 2장 쓴 여중생…재판부에 탄원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 친구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이 작성한 유서 내용이 공개됐다.

‘오창 여중생 사건’으로 딸을 잃은 A양 아버지와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 회장은 2일 충북NGO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양이 쓴 유서는 탄원서와 편지 등 2장이며, 숨지기 전날인 5월 11일 오후 6시~10시 사이 작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A양 유족은 증인신문 등 공판기록과 딸이 B양과 나눈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유서는 2건이 작성됐다. 첫 번째 유서는 탄원서 형식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에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B양은 자신과 A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계부를 옹호하는 글을 썼다. 유서에는 “저희 아버지는 저를 보물처럼 아껴주시는 딸바보 이십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희 아버지는 무죄입니다”라고 썼다.

두 번째 유서는 ‘사랑하는 엄마, 아빠’로 시작했다. B양은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가 맛있다’, ‘어버이날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 ‘먼저 가도 너무 오래 슬퍼하지 마’라며 부모를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내가 쓴 편지가 아빠한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B양은 숨지기 직전 한 친구에게 “서랍장에 유서 2장이 있으니 아빠한테 알려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김석민 회장은 “B양은 지난 2월 정신과 상담에서 성폭행 피해 사실을 토로했다”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B양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도 재판장에게 쓴 유서(탄원서)를 통해 계부에게 도움을 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일 충북 청주시 충북NGO센터에서 A양 아버지(왼쪽)과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 회장이 '오창 여중생' 사건에 대한 유족 의견을 말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2일 충북 청주시 충북NGO센터에서 A양 아버지(왼쪽)과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 회장이 '오창 여중생' 사건에 대한 유족 의견을 말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2월 “성폭행 당해”…계부 구속 지연되자 “꿈이었다”

A양 유족 측이 제시한 증인기록에 따르면 “B양은 지난 2월 26일 정신과 면담에서 작심한 듯 피해 사실을 얘기했고, 성폭행을 당한 부분에 대해 울면서 수긍한 뒤 ‘예’라고 답했다”고 쓰여 있다. 이어 “아빠가 새벽에 친구(A양)에게 와서 성폭행했다고 한다. 아빠는 아니라고 한다. 아빠가 나에게 협조를 구하고 있다”는 말도 기재돼 있다.

정신과에서 계부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털어놨던 B양은 3월 들어 알 수 없는 진술을 한다. ‘나는 계부에게 피해를 본 사실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니고 친구 성폭행 사건의 참고인이다(3월 11일), ‘아니라고 얘기하니까 좋았다. 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3월 20일ㆍ정신과 상담) 등 계부 성폭행을 부인하는 듯한 말이다. 4월에 진행된 성폭력센터 상담 때는 친모가 B양을 중간에 데리고 나가는 바람에 제대로 된 진술을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과 친구 B양은 지난 5월 12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두 여학생은 숨지기 전 경찰에서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로 조사를 받았다. 가해자는 B양의 의붓아버지 C씨였다. 3월~5월 사이 계부의 구속영장이 3차례 반려되면서 B양은 조사 내내 계부와 함께 지낼 수밖에 없었다.

성폭행 혐의 등을 받는 계부 C씨는 지난 5월 피의자신문조서에서 “아내 보면서 이 악물고 참고 있다. 두 아이가 원망스럽다”란 진술을 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양 유족은 “B양에 대한 계부의 성폭행, 위증과 증거인멸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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