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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데 ‘여름감기’ 파라인플루엔자 유행, 올 겨울 ‘트윈데믹’ 오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병원에서 어린이가 독감 예방접종하는 모습. 뉴스1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병원에서 어린이가 독감 예방접종하는 모습. 뉴스1

가을이 깊어지면서 날씨가 추워지는데도 ‘여름 감기’로 불리는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이례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올겨울 인플루엔자(계절 독감)가 크게 유행할 전조 증상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자칫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두 가지 감염병의 대유행)’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2일 질병관리청은 “최근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의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흔한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다. 코로나19나 독감처럼 감염된 사람의 분비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비말 접촉으로 전파된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4~8월 유행해 여름 감기로 알려져 있다. 발열ㆍ기침ㆍ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어린이의 경우 컹컹 짖는 듯한 기침이 특징인 급성후두기관지염이나 세기관지염, 폐렴 등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따로 없어 해열제나 수액 보충 등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한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증은 주로 4~8월 사이에 유행하는 감염병인데 현재의 유행은 예외적”이라며 “9월 말 이후에 영남 지역에서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환자 발생이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의 급성호흡기바이러스 표본(병원급 의료기관 219곳) 감시 결과, 파라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환자 수는 9월 셋째 주 56명에서 10월 넷째 주 515명으로 급증했다. 벌써 사라졌어야 하는 바이러스가 더 오래, 더 크게 유행하는 것이다. 특히 6세 이하 영유아 환자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질병청의 병원체 감시 결과에서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지난해 10월 말 기준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 0%였으나 올해는 62.5%로 급증했다.

지난해 잠잠하던 파라인플루엔자가 올해 크게 유행하는 데 대해 이 단장은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는 과학적 근거는 없으나 몇 가지 가설은 있다”라며 “작년 파라인플루엔자와 인플루엔자가 모두 유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면역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은 더 떨어져 있기 때문에 좀 더 취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보다는 거리두기나 방역수칙 준수가 느슨해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본다. 또 계절적 요인으로 보통 파라 인플루엔자가 여름에 유행하지만 인플루엔자가 활동하기 좋은 시기(추운 계절)를 만나 유행하는 것이 아닐까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오범조 서울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한 차를 타고 소풍을 다녀온 뒤에 절반 가량이 파라인플루엔자에 감염되는 식으로 번지고 있다”라며 “지난해보다 접촉이 늘어나기 때문에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도 커지는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파라인플루엔자 등 호흡기감염병을 예방하려면 손 씻기, 기침예절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특히 가을 이후 유행가능성이 있는 독감 예방을 위해 어린이, 임신부, 어르신 등 접종대상자는 일정에 맞게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또 수두, 유행성이하선염, 백일해 등 예방접종 대상 호흡기감염병의 전파 차단을 위해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접종 일정에 따라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질병청은 파라인플루엔자의 이례적인 유행이 올겨울 독감 대유행을 부르는 전조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단장은 “올해의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가능성도 미루어 견주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파라인플루엔자와 인플루엔자는 서로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지만, 똑같이 외피를 가진 바이러스라는 특징이 있다”라며 “작년에는 이런 파라인플루엔자가 유행하지 않았지만 이런 외피를 가진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인플루엔자도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조증상으로 보고 주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도 꼭 받아주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파라인플루엔자처럼 지난해 유행하지 않았던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트윈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징조”라며 “코로나19 돌파 감염과 독감이 동시에 급증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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