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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고물가, 금리도 껑충…서민 허리 꺾인다

중앙일보

입력

물가도 오르고, 금리까지 오른다. 서민의 걱정은 커져만 간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3.2%를 기록했지만, 서민이 실제 체감하는 물가는 더 큰 폭으로 올랐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6% 상승했다. 2011년 8월(5.2%)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생활물가지수는 물가 조사 품목 460개 가운데 구매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큰 141개 품목으로 작성한다. 소비자가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품목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체감물가라고도 한다.

생활물가지수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생활물가지수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27.3% 뛰어올라 2008년 8월(27.8%) 이후 13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휘발유(26.5%)ㆍ경유(30.7%), 자동차용 LPG(27.2%)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찍었다.

지난해부터 소비자를 괴롭혔던 먹거리 가격은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0.2% 상승했다. 그러나  고기ㆍ계란 등 축산물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달걀은 1년 전보다 33.4% 비싼 상태고 수입 쇠고기(17.7%)ㆍ마늘(13.1%) 등이 높은 가격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쌀값이 오르며 막걸리 가격을 17.5% 끌어올렸다. 소금(23.9%)ㆍ국수(19.4%) 등의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도 높다.

축산물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지난해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서비스 가격도 3.2% 올랐다. 지난달 개인서비스 가격은 1년 전보다 2.7% 상승했는데, 특히 외식 물가가 3.2% 뛰어올랐다. 구내식당 식사비가 4.3%, 생선회(외식) 가격이 8.8% 오른 영향이 반영됐다.

주거비 부담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집세는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특히 전세 가격 상승률이 2.5%로 2017년 11월(2.6%)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월세는 0.9% 상승했다. 공공서비스의 경우 5.4% 급등해 2001년 10월(5.4%) 이후 2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상승분의 대부분은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대부분의 품목의 가격이 오르고, 집세ㆍ공공서비스 같은 서비스 물가까지 상승히면서 서민들의 밥상과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먹고사는 물가 모두 올라 

10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서초구 한 주유소 가격판 모습. 뉴스1

10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서초구 한 주유소 가격판 모습. 뉴스1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물가가 단시일 내에 안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10월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2.8%를 기록해 2012년 1월(3.1%)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는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른 일시적 기저효과(0.7%포인트)를 제외할 경우 9월(2.5%)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저효과가 소멸하는 11월에도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비롯한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더구나 이달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 조치가 시작되며 늘어난 외부 활동 수요가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4%를 달성하기 위해 막판 내수 부양에 나서는 점도 물가를 자극할 여지가 크다. 이번 달부터 소비쿠폰을 재개하고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를 개최한다. 게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을 제안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에 힘을 더하고 있다. 계속 치솟는 국제 유가도 부담이다.

위드 코로나에 맞춰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이젠 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관리해야하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대출금리 하루에 0.2%P 오르기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하루 사이 0.2%포인트 뛸 정도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연합뉴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하루 사이 0.2%포인트 뛸 정도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당초 하반기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게 패착을 불렀다고 지적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교란 상태에 빠져 있어 원자재 확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는데도 정부가 예전에 계속 사용했던 물가 안정책을 뒤늦게 꺼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유류세 인하처럼 직접 가격을 낮추는 대책을 넘어 원자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전 부처의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에 더해 하루가 다르게 뛰는 금리도 서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하루에 약 0.2%포인트 오르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한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ㆍ1년)는 3.68~4.68% 수준으로,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3.47~4.47%와 비교해 상단과 하단 모두 0.21%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최고 수준은 이미 5%대 중반에 이르렀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오르고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중앙은행은 불안정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보통 금리를 올리는 방법을 쓴다.

한은은 이날 소비자물가 동향과 관련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상당폭 상회하는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 분기(2.6%)보다 높아지면서 올해 연간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망 수준(2.1%)을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또 올라 그 영향까지 시장금리에 반영되면, 대출 금리 상단은 연말께 6%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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