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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법이 핀테크 발목 잡아…‘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본사. [뉴스1]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본사. [뉴스1]

# 오는 3일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앞둔 카카오페이는 앞서 두 차례나 상장 일정을 연기해야 했다. 지난 8월에는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미국 페이팔을 비교대상으로 제시한 데 따른 정정 요구로, 9월에는 주요 서비스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 우려로 상장이 불발됐다. 특히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와 같은 핀테크 업체가 중개업 등록 없이 펀드·보험 등의 금융상품 비교 견적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카카오페이는 상장을 위해 해당 서비스를 축소 개편했다.

한경연, 원칙 중심 금융규제 도입 촉구  

최근 금융 산업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며 온라인 금융 플랫폼 등 새로운 핀테크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낡은 법체계가 금융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따라 진화하는 금융서비스를 수용하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면 허용하는 방식의 ‘네거티브 금융규제 시스템’을 도입을 서둘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일 ‘디지털 금융혁신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차기 정부에 금융규제 시스템의 개편을 촉구했다.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신규 서비스를 현재 법제도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지난 2016년 국내에서도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했고 지난달에는 토스뱅크가 문을 열었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2018년), 금융규제 샌드박스(2019년), 데이터 3법 개정(2020년) 등 금융제도 개선도 잇따랐다.

“현행 규제, 핀테크 기업 성장 저해”

주요국 핀테크 산업 발전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요국 핀테크 산업 발전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도 현재의 규제체계에서는 핀테크 기업의 성장을 온전히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경연의 지적이다. 한경연은 “기존 금융회사의 견제로 핀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격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카카오페이에 대한 금소법 위반 논란 등 현재의 규제체계와 온라인 금융플랫폼 간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입법안이 7건이나 되고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규제 강화 의견도 커지고 있다”며 “아직 국내에서 글로벌 핀테크 기업이 등장하지도 않은 현실에서 이 같은 규제 강화는 디지털 금융 혁신을 저해할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은 정보통신(IT) 산업의 발달로 핀테크 수용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핀테크 기업의 개수와 발전 상황, 그리고 경영환경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핀덱서블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핀테크 생태계 순위는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26위로 8계단 하락했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금융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다른 국가의 핀테크 기업 성장세가 워낙 빨라 상대적으로 한국이 뒤처지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차관급 규제개혁독립부처 고려해야”

한경연은 세계적인 금융혁신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규제의 틀을 대폭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규정 중심으로 이뤄진 현행 규제를 원칙 중심으로 바꿔,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행위는 모두 가능하도록 하는 ‘네거티브 금융규제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 은행, 보험, 증권 등 업권별 규제를 기능에 따른 규제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규제시스템의 전환이라는 장기적 과제 추진과는 별개로 영세업자 카드수수료 상한제와 같이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규제는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며 “규제개혁 노하우가 정부에 축적될 수 있도록 차관급 규제개혁독립부처를 신설하고 정권과 무관하게 개혁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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