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美서 61조 투자…최태원은 美 정치 거물 잇따라 만나

중앙일보

입력 2021.11.02 12:32

업데이트 2021.11.02 15:57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현지 유력 정치인들을 잇따라 만나 주목 받고 있다. 이에대해 SK측은 최 회장이 강조해온 화두 중 하나인 ‘글로벌 스토리’ 경영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美, 글로벌 기업에 정보·투자 요구 분위기

“미 의회 관심과 지원 요청”

2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 5박 6일간 미국에 머무르며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테네시 지역구의 공화당 마샤 블랙번, 빌 해거티 상원의원, 하원 외교위 아태지역 소위원장인 아미 베라 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백악관과 국무부·국방부 등 행정부 고위 인사와도 두루 회동했다.

최 회장이 먼저 이틀에 걸쳐 만난 이들은 공화·민주 양당의 상·하원 지도자들인 매코널 원내대표와 클라이번 원내대표다. SK그룹 관계자는 “매코널 대표(켄터키·7선)는 상원의원으로 37년째, 원내 대표로 15년째 재임 중인 ‘공화당 서열 1위’ 거물 정치인이고, 클라이번 의원 역시 민주당 하원 서열 3위의 유력 정치인”이라고 귀띔했다.

최 회장은 이들에게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할 520억 달러(약 61조1000억원) 중 절반 가량을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에너지 솔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미국 내 탄소 감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의 5%인 1억t 상당의 감축에 SK가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만났다. [사진 매코널 원내대표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만났다. [사진 매코널 원내대표실]

최 회장은 테네시에 지역구를 둔 연방 상원의원들을 만나 “SK온이 건설 중인 조지아 공장에 이어 포드와 합작해 켄터키와 테네시에 2027년까지 짓기로 한 배터리 공장이 완공되면 3개 주에서 모두 1만1000여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며 미 의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의원들은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이 미국 배터리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고, 향후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배터리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지역 대학과 협업해 인력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이후 만난 하원 외교위 아태지역 소위원장 베라 의원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는 바이오 등 미래사업 투자 활성화와 기후변화 대처, 지정학 현안 등을 주제로 대화했다. 최 회장은 베라 의원에게 “SK팜테코 등을 통해 미국에서 바이오 사업 협력을 늘릴 방침”이라고 했고, 베라 의원은 “바이오와 대체 식품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밖에 최 회장은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와 화상회의에선 배터리 합작 공장을 논의하고, 수잔 클라크 미 상공회의소 회장과 회동에선 양국 상의 간 협력을 넓히기로 했다.

“배터리 등 미국 비지니스 비중 커져”

SK는 이 같은 일정에 대해 “최 회장이 그간 강조해온, 글로벌 현지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형 사업 모델을 만들어 간다는 개념인 ‘글로벌 스토리’ 경영을 본격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의 행보는 최근 미국 정부의 움직임과 맞물려 더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정부는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제품별 매출액과 재고 같은 민감한 영업 정보를 묻는 설문지를 보냈다. 이에 대한 답변은 8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해당 정보엔 영업 기밀이 일부 포함돼 업체들은 자료 제출을 꺼리고, 한국 정부도 민감 정보 등은 빼자고 미국 측과 협상하고 있다. 이밖에 자동차, 배터리, 철강, 식품, 방위산업 등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민감한 업종을 둔 대기업들은 최근 미국 내 조직을 키우고 있다.

최 회장의 광폭 행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의 통상·투자 관련 정책 방향을 가늠해보고 재계 차원의 대응 방안도 모색했다”고 말했다. 또 “SK 총수로서 대규모 배터리 투자 등으로 미국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사업 환경을 점검하고, 의회·행정부 등 이해관계자에게 SK 미국 진출의 긍정적 파급 효과를 알려 우호적 사업 환경을 조성하려는 뜻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5박 6일간의 미국 일정을 마친 최 회장은 곧바로 헝가리로 이동해 유럽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순방단에 합류한다. 헝가리 상의 회장 면담, 한국-비세그라드 그룹 비즈니스 포럼, 국빈 만찬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2일 헝가리 코마롬에 자리한 SK온의 배터리 공장도 찾아 현지 배터리 사업 현황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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