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나이 들어 덜 먹고 활동 줄이니 내몸에 이런 변화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환의 면역보감(110) 

효소 열풍이 대단하다. 수많은 사람이 효소를 챙겨 먹고 있다. 왜 효소가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하고 봤더니 소화의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의 식습관이 있었다. 소화가 안 돼 속이 갑갑하니 소화 효소제를 먹어 도움을 받고 싶은 것이다. 소화 효소는 몸 안에서 분비가 되어야 하는데, 분비량이 모자라거나 분비되는 것보다 많이 들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안 좋은 식습관은 안 씹어서 그렇다. 소화 효소의 가장 핵심적인 성분은 침에서 나온다. 침의 아밀라아제 성분은 웬만한 음식을 분해하고, 독소를 없애고, 영양 흡수가 잘되도록 만든다. 몸 안으로 들어오는 가장 첫 번째 통로인 입과 코는 해로운 물질을 방어하는데 특별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입에서 나오는 침이 정말 큰 역할을 하는데, 침은 잘 씹어야 많이 나온다. 그런데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면 침 분비가 적어서 음식이 덜 분해된 상태에서 위장으로 내려간다. 또 효소 분해를 통해 독소가 없어져야 하는데, 그것도 못 한다. 그러니 소화 흡수가 제대로 안 된다. 안 씹어서 소화가 불편한 사람은 그래서 아밀라아제가 들어 있는 효소 제품을 먹곤 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에는 효소가 풍부하다. 그런데 요즘 과일들은 당도가 높아지면서 효소로 작용하는 성분은 적어졌다. [사진 pixnio]

신선한 채소와 과일에는 효소가 풍부하다. 그런데 요즘 과일들은 당도가 높아지면서 효소로 작용하는 성분은 적어졌다. [사진 pixnio]

또 너무 많이 먹어 탈이다. 침이나 여러 소화 효소로 분해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먹으면 소화력이 떨어진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소화 효소를 외부에서 더 보충하게 된다.

육식을 많이 먹는 것도 원인이다. 요즘은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인 프로테아제와 리파아제 등이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는 식단이 많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인간은 육식을 그다지 많이 하지 못하고 지냈다. 지금처럼 풍부한 육식을 할 수 있는 시기는 1950년대 이후, 즉 100년도 안 된 기간이다. 인류 만년의 역사 동안 쌓아온 DNA가 0.01%의 기간 동안 바뀔 리 만무하다. 현대인의 몸은 단백질과 지방분해를 하기 위해 허덕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장지방이 쌓이고, 지방간이 생기며, 담석도 자꾸 생기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콜레스테롤도 증가한다.

육식과 반대로 채식이 줄어들었다. 신선한 채소, 과일 속에 효소가 정말 풍부하다. 그런데 채소와 과일을 먹는 양을 아주 적다. 심지어 요즘의 과일들은 당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느라 효소로 작용하는 성분은 적어진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식습관 때문이라 내 생활을 점검하면서 신경 쓰면 되는데, 마지막 항목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바로 노화다. 나이가 들면 자동으로 소화 효소와 대사 효소 두 가지가 모두 떨어진다. 그러니 나이가 들면 소화력이 떨어지니 덜 먹어야 하고 대사 기능이 떨어지니 활동을 줄여야 한다.

이래저래 대다수 현대인의 식습관은 효소 보충을 해야 하게끔 만들고 있다. 가급적 내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효소로 잘 지낼 수 있으면 건강할 텐데, 잘못된 식습관과 기타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인해 효소를 낭비하고 있다. 일단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고쳐본 다음 그래도 모자라는 건 적절하게 보충해 보면 어떨까. 속이 편하게 지내는 건 꼭 위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면역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