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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만에 한국 덮쳤다…이탈리아 화산가스 몰고온 기류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8월 9일 분화중인 에트나 화산에서 용암이 솟아오르는 동시에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8월 9일 분화중인 에트나 화산에서 용암이 솟아오르는 동시에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화산에서 뿜어낸 가스가 9000km 넘게 떨어진 한국까지 넘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분화 5일 만에 강원도 상공을 지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지상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에서 분화된 아황산가스(SO2)가 아시아 대륙을 거쳐 한반도 상공까지 지나는 상황이 천리안위성 2B호(정지궤도 환경위성)에 포착됐다고 2일 밝혔다. 위성 자료는 환경위성센터 홈페이지(nesc.nier.go.kr)에서 볼 수 있다. 유정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에트나 화산 폭발로 나온 아황산가스가 국내 상공까지 지나간 건 정지궤도 환경위성으로 공식 관측한 이래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에트나 화산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동부에 있는 유럽 최대 활화산이다. 올해 2월 16일부터 지금까지 계속 분화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5시(한국시간)께 또다시 폭발했는데, 여기서 방출된 아황산가스가 동쪽인 아시아 대륙으로 향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계속 부는 편서풍 성향의 기류를 타고 이동한 것이다.

지난달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 가스가 국내 강원도 상공까지 이동하는 상황이 정지궤도 환경위성 천리안위성 2B호에 포착된 영상.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지난달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 가스가 국내 강원도 상공까지 이동하는 상황이 정지궤도 환경위성 천리안위성 2B호에 포착된 영상.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이는 25일께 두 개의 기류로 나뉘었고, 그중 하나가 한반도로 움직였다. 아시아 지역을 매시간 관측하는 천리안위성 2B호 영상에 따르면 일부 아황산가스가 27일 한반도 북쪽에 처음 유입됐다. 다음날인 28일엔 좀 더 한반도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북한과 강원도 일부 지역 상공을 지나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분화한 지 약 5일 만에 국내까지 도달한 셈이다.

29일에는 또다른 화산 가스가 일본 훗카이도 상공에서 확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한반도에서 9000여 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분화지만 대규모로 폭발한 탓에 화산 가스가 아시아까지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 가스가 국내 강원도 상공까지 이동하는 상황이 유럽 저궤도 환경위성에 포착된 영상.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지난달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 가스가 국내 강원도 상공까지 이동하는 상황이 유럽 저궤도 환경위성에 포착된 영상.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다만 국내를 통과한 화산 가스의 영향은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강원 지역 아황산가스 농도(에어코리아 자료)를 살펴봤더니 27일 0.002ppm, 28일 0.003ppm이었다. 지상 가스 농도엔 사실상 큰 변동이 없던 것이다. 이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화산 가스는 대류권(두께 약 10km) 상층부나 그 위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아래쪽에 있는 지표면 영향은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은해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우리의 정지궤도 환경위성을 활용하면 수천 km 떨어진 화산 폭발에 따른 가스의 시간별 이동 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지상관측망과 위성을 더한 입체관측체계로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감시와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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