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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주차민원 거부했다고…3급을 ‘8급 업무’ 검표원 발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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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구속영장심사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구속영장심사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1일 추가 기소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의 재직 시절 전횡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잦은 지각과 회의·행사 불참 등으로 지적받는가 하면, 이를 바로잡으려는 직원을 좌천시키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시의회에서 “출근 시간 지켜라” 지적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10월 공사의 전신인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성남시설관리공단 이사장직이 공석이었던 탓에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4개월을 근무했다. 하지만 잦은 지각 등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복수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유 전 본부장의 지각은 임용 한 달만인 2010년 11월 29일 열린 성남시의회 행정 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조정환 시의원이 제174회 회의에서 “(오전) 9시 반에 출근한 일이 몇 번 있지 않으냐”고 추궁하는 내용이 회의록에 나온다. 강한구 시의원은 “(유 전 본부장이 임용된) 첫날 출근 (시간)이 (오전) 8시 59분”이라며 “본부장이 9시가 다 돼서 나와서 무슨 일을 하느냐. 일찍 출근하라”고 지적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시의회에서 출근 시간을 지적하자 다른 직원에게 출근 기록을 대신 체크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성남시설관리공단은 2011년 11월 ‘조직 진단 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었는데, 용역 발주를 지시한 유 본부장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년퇴임식 등 행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 다른 공사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이 유일하게 제때 얼굴을 비친 행사는 모두 이재명 성남시장이 참석하는 행사였다”고 회고했다.

이상락 9대 이사장은 “(유 전 본부장이) 자주 자리에 없고,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간부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화를 내면 말로만 ‘죄송하다. 반성한다’고 하고선 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 안 된다” 바른말 했다가 좌천 인사

유 전 본부장에게 바른말 하거나 불만을 내비친 직원들은 피해를 봤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사부서에서 과장(4급)으로 근무했던 A씨는 막 입사한 유 전 본부장이 “처장과 팀장 등 간부급 직원 모두에게 사직서를 받아오라”고 한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가 팀장으로 강등됐다. 몇 개월 뒤엔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다. 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정직 3개월로 징계가 줄었지만, 1년간 운동장 관리원으로 배치돼 일했다고 한다. A씨는 “2010년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전 직원이 밖에 나가 제설작업을 했는데 ‘제대로 치우지 않았다’며 나만 해임했다”며 “지금 생각하니 유 전 본부장이 간부들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우려고 사직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했는데 들어주지 않자 좌천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성남도시개발공사

3급 직원 B씨는 유 전 본부장의 요구한 주차 민원을 거부했다가 공단이 관리하는 빙상장 검표원으로 발령이 났다고 한다. 당시 시설관리공단 노조는 “공단 임원을 제외한 최고위직인 3급·4급 직원들을 일용직이나 8급 직원이 담당하는 검표원이나 관리원 등으로 배치했다”며 항의했다.

이런 식으로 유 전 본부장의 눈 밖에 나서 해임된 직원만 2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은 지방노동위원회 제소와 해임처분 무효 소송 등을 거쳐 복귀했다. 한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에게 ‘지각하지 말라’고 했다가 좌천되고 해임된 직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처분을 받은 직원들의 사유도 전부 ‘업무 시간에 은행에 다녀왔다’ ‘점심시간을 넘겨서 복귀했다’ ‘기자와 차를 마셨다’ 등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며 “이들의 공통점은 유 전 본부장에게 맞섰던 것”이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의 인사 전횡 등으로 감사원은 2011년 11월과 2013년 3월 성남시설관리공단을 두 차례 감사했다. 두 차례 ‘부적절한 인사’라는 주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성남시는 유 전 본부장에게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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