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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메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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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기업 이름을 ‘메타(Meta)’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의 소셜미디어 서비스는 페이스북으로 변함이 없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오큘러스 등을 아우르는 모기업의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는 것이다. 최근 각종 폭로로 궁지에 몰리며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자 꺼낸 궁여지책이라는 비판이 많지만 ‘Meta.com’이라는 도메인을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저커버그가 요즘 열심히 홍보 중인 ‘메타버스’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단어지만, 이 이름과 도메인은 저커버그 부부가 소유·운영하는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ZI)’가 가지고 있었다. 원래 캐나다의 과학논문 분석회사였던 것을 2017년에 CZI가 인수했다. 그런데 저커버그가 브랜드명을 바꾸려고 하니 메타라는 적절한 이름을 자신이 소유한 CZI가 가지고 있었고, 그 이름을 가져다 사용하기로 하고는 기존의 메타는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폐쇄 결정은 페이스북이 새로운 이름을 발표하는 날 나왔다.

큰 뉴스가 아닐지 모르지만, CZI처럼 억만장자들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도 결국 큰 이윤을 내는 기업이 필요하다고 하면 간단하게 문을 닫고 이름을 넘겨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CZI의 전 직원은 이 기관이 유권자 데이터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그 프로젝트 때문에 저커버그가 불필요한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중단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억만장자의 기업과 그가 투자한 비영리 단체 사이에는 분명한 ‘방화벽’이 존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