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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본 세상] ⑺‘군자’는 어떤 사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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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 있는 칭화(淸華)대학은 중국 최고 명문이다. 아시아 전체로도 1등이다(THE 세계 대학 순위 기준).

이 학교 교정에 교훈석이 하나 있다.

ⓒ바이두

ⓒ바이두

自强不息(자강불식)
厚德載物(후덕재물) 

1914년, 당시 중국 최고 지식인 양계초(梁啓超)가 칭화학당에 와 강연을 한다. 강연 제목은 '군자(君子)'였다. 그의 강연 내용은 대략 이랬다.

"하늘은 끊임없이 강건(剛健)하게 움직입니다. 그렇듯 여러분도 쉬지 않고 노력해 스스로 강해져야 합니다(自强不息). 폭염도 혹한에도 굴하지 않고 힘쓰십시오. 사리(私利)를 위해 나가지 말고, 어렵다고 물러서서도 안 됩니다.

동시에 대지의 너그러움(厚德)과 조화로움(和順)를 배워 만물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容載萬物). 자기에게는 엄격하되, 남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워야 합니다(責己嚴, 責人輕). 마음을 열어 신문명을 흡수하십시오."

명문 칭화대학의 교훈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군자 양성'이 이 학교의 교육 이념이다.

그렇다면 '군자'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주역 1,2 괘를 함께 보자.

주역의 첫 괘는 '건위천(乾爲天)'이다. 하늘을 의미하는 건(乾, ☰)괘가 아래위로 겹쳐있고(䷀) 양효(―)가 6개 이어졌다. 한마디로 '양(陽)의 세계'다. 하늘, 태양, 남성, 강건함 등을 상징한다.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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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건위천' 괘상(卦象)을 이렇게 설명한다.

'天行健, 君子以自强不息'
'하늘은 끊임없이 강건(剛健)하게 움직인다. 군자는 이로써 부단히 노력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칭화대학 교훈의 앞 글귀가 여기서 나왔다.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군자다.

주역 두 번째 괘는 '곤위지(坤爲地)'다.

땅을 상징하는 곤(坤, ☷)괘가 위아래로 겹쳤다(䷁). 음효(--)가 6개 쌓인 꼴이다. 주역 첫 괘가 '양의 세계'였다면 둘째 괘는 '음(陰)의 세계'다. 대지, 달, 여성, 유순함 등을 상징한다.

'곤위지' 괘의 괘상은 이렇다.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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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地勢坤, 君子以厚德載物'
'대지의 형세와 힘, 이것이 곤(坤)이다. 군자는 이로써 덕을 두껍게 하고 만물을 포용한다.'

땅이 가진 너그러움과 조화로움을 배워 세상을 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칭화대 교훈 뒤 글귀가 여기서 비롯됐다.

결국 주역이 말하는 군자란 '스스로 끊임없이 강해지려 노력하고, 너그러움과 포용력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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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자강불식'이 남학생의 전유물은 아니다. '후덕재물'이 오로지 여학생의 몫은 더더욱 아니다. 남자도 너그러움과 포용력을 키워 '후덕재물'해야 하고, 여성도 스스로 강해지는 노력을 기울여 '자강불식'해야 한다.

하늘과 땅, 남성과 여성이 서로 화합해야 길(吉)하다는 게 주역의 일관된 철리(哲理)다.

만물은 음양 조화의 산물이다. 아들이라고 해서 아버지만 닮지 않는다. 아버지의 엄격함도 갖고 태어나지만, 엄마의 따뜻함도 함께 이어받는다. 그 두 성질을 함께 발양해야 조화롭고 균형 잡힌 인간이 된다. 남성은 더욱 남성적이고, 여성은 더욱 여성적으로 발전했다면 인간계는 남인류(男人類)와 여인류(女人類)로 나뉘었을 게다. 주역은 극단을 매우 싫어한다.

이 같은 주역의 '군자' 상은 유가 철학에 그대로 스며든다.

'君子中庸而時中小人反中庸而無忌憚'
'군자는 중용의 도를 지켜 시의적절하게 행동하고 소인은 중용의 도를 거슬리니 언사에 기탄이 없다'

공자(孔子)님 말씀이다. 그의 손자 자사(子思)가 쓴 논문 '중용(中庸)'에 나오는 말이다. 극단으로 치우치면 군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시중(時中)!

'시의에 맞게, 상황에 맞게 절제하면서 행동한다(中節)'는 뜻이다. 주변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설명이기도 하다(中和). 나갈 때 나가고, 물러설 때 물러설 줄 아는 게 군자다.

그러나 소인은 기탄이 없다(無忌憚). 막무가내로 행동하고 거리낌이 없다. 누가 뭐라든 지가 옳다고 우겨댄다. 그런 소인배들이 판치니 사회는 더 혼탁해진다. 군자 교육이 사라진 탓이다.

'스스로 끊임없이 강해져라, 만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춰라!' 주역의 이 같은 군자상은 공자의 '시중'이 곁들어지면서 더욱 세련되고 충실해졌다.

우리 교육도 그런 군자를 키워야 한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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