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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총리 “G20 합의, 바다의 물 한방울 수준…COP26 실패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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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3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이탈리아 로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기후 관련 논의가 구체적인 이행 약속 없이 끝나면서, 이어지는 제26회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도 요란하기만 한 빈 수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G20 정상회담 종료 이후 ″COP26이 실패하면 모든 것이 실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G20 정상회담 종료 이후 ″COP26이 실패하면 모든 것이 실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G20 정상회담 종료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에서 G20이 기후변화 대책으로 합의한 내용은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는 바다에 물 한 방울 떨어진 수준(drops in a rapidly warming ocean)으로 미미하다”며 “이는 분명히 충분치 않다. 시급한 대책 없이는 COP26도 실패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회담에서 G20 정상들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앞서 지난 2015년 197개국이 합의한 파리 기후협약을 재확인한 데 불과하다. 온실가스 감축‧탈석탄‧넷제로(탄소 중립) 달성 등 주요 환경 의제에 대해선 “노력을 추구한다”는 합의를 재확인했을 뿐, 실질 이행 약속은 하지 않았다. 이들 G20 소속 국가들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의 약 80%를 차지한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31일~11월 12일 개최된다. [AFP=연합뉴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31일~11월 12일 개최된다. [AFP=연합뉴스]

의장국 이탈리아를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은 탄소배출과 흡수가 서로 상쇄돼 증가량 ‘0’이 되는 탄소 중립 시점을 오는 2050년으로 못 박자고 제안했지만 러시아‧중국‧인도 등 ‘친화석연료’ 국가들이 강력 반대해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초안과 달리 실제 G20 성명에는 탄소 중립 목표가 “21세기 중반 무렵”으로 제시됐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했다”며 “우리도 더 많은 일을 해야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또 사우디아라비아가 하지 않고 있는 일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글로벌 공급망 회복 관련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글로벌 공급망 회복 관련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탄소배출 각각 1위와 4위인 중국‧러시아는 자국 내 발표를 통해 2060년까지 넷제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과 인도 등 세 나라는 COP26 개최 이전에 참가국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하기로 약속했던 2030 탄소 감축 목표안(NDC)을 제출하지 않았다.

탄소 배출량 세계 3위인 인도는 앞서 지난달 27일 부펜데르 야다브 환경부 장관이 “인도가 개발도상국의 목소리를 대신해 ‘기후 정의’를 위한 투사가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기후 문제의 ‘선진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뉴스1]

다만 정상들은 ‘탈석탄 정책’과 관련해 올해까지 각국이 해외에서 추진 중인 신규 석탄발전 프로젝트에 금융 지원을 중단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이번 회담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히지만, CNN은 “석탄의 실제 감축을 어떻게 해낼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후속으로 열리는) COP26 정상회담에서 어려운 협상의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31일 당사국 총회와 부속기구 회의를 시작으로 개막하는 COP26은 1~2일 정상급 회의와 9~10일 고위급 회의를 거쳐 12일 폐회한다. 중의원선거(총선) 일정상 G20에 불참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신임 일본 총리도 COP26 정상회의엔 참석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불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석할 전망이다.

숫자로 보는 COP26 그래픽 이미지.

숫자로 보는 COP26 그래픽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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