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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46화. 서유기

중앙일보

입력

천방지축 손오공의 모험이 수백 년간 사랑받은 이유

『서유기』는 손오공·저팔계·사오정이 삼장법사의 제자가 되어 천축으로 경전을 얻으러 떠나는 이야기로 다양한 영화·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최근 선보인 애니메이션 ‘서유기: 재세요왕’의 한 장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서유기』는 손오공·저팔계·사오정이 삼장법사의 제자가 되어 천축으로 경전을 얻으러 떠나는 이야기로 다양한 영화·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최근 선보인 애니메이션 ‘서유기: 재세요왕’의 한 장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옛날 화과산에서 돌로 된 원숭이가 태어났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엄청난 안광으로 옥황상제를 놀라게 한 원숭이는 수보리조사로부터 손오공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도술을 배웠고, 자라나면서 온갖 말썽을 부리다 결국 천계와 대결을 벌입니다. 상제의 수많은 부하가 원숭이와 맞섰지만, 아무도 이기지 못했고 결국 석가여래, 부처님이 나서서 그를 잡아 가두죠. 손오공은 단숨에 10만8000리를 날아가는 근두운으로 멀리멀리 날아갔지만, 결국 부처님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말은 이렇게 생겨났습니다.

손오공은 오행산에 갇혀 무쇠알과 구리 녹인 물을 먹으며 벌을 받게 되는데요. 500년 후, 그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죠. 그의 이름은 현장. 어릴 때부터 불경을 공부해 이름을 떨쳤고, 3가지 경전에 능숙하여 삼장법사라고 불리는 뛰어난 스님이었습니다. 삼장법사의 도움으로 풀려나게 된 손오공은 그를 스승으로 모시게 됩니다. 그와 함께 불교의 진경을 얻고자 천축(인도)으로 향하는 긴 여정에 떠나는 손오공. 과연 삼장법사와 손오공의 모험은 어떻게 될까요?

손오공·저팔계·사오정이라는 세 명의 괴물이 삼장법사의 제자가 되어 천축으로 경전을 얻으러 떠나는 이야기『서유기』는『삼국지』『수호전』『금병매』와 더불어 중국의 4대 고전 중 하나입니다. 손오공이 펼쳐내는 다채로운 모험담이 흥미를 끌죠.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다양한 도술을 부리는 손오공이 온갖 도술과 각종 보패들을 휘두르는 요마에 맞서서 싸우는 장면입니다. 분신술을 포함한 72가지 변신술에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근두운 술법을 익히고, 만근이 넘는 여의금고봉을 자유롭게 다루는 손오공은 그야말로 무적이죠.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닙니다. 손오공이 근두운으로 날면 단번에 천축까지 갔다 올 수 있겠지만, 고난을 겪지 않고는 진경을 얻을 수 없다는 이유로 삼장법사와 함께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삼장은 도력이 높은 스님이다 보니 수많은 요마가 그를 노립니다. 그를 잡아먹고 도력을 얻겠다는 욕심을 품고 말이죠. 당연히 손오공은 그들의 정체를 꿰뚫어 보지만 사람 좋은 삼장은 오공을 꾸짖고 그들을 도와주라 하고, 이런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서유기』는 손오공·저팔계·사오정이 삼장법사의 제자가 되어 천축으로 경전을 얻으러 떠나는 이야기로 다양한 영화·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최근 선보인 애니메이션 ‘서유기: 재세요왕’의 한 장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서유기』는 손오공·저팔계·사오정이 삼장법사의 제자가 되어 천축으로 경전을 얻으러 떠나는 이야기로 다양한 영화·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최근 선보인 애니메이션 ‘서유기: 재세요왕’의 한 장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서유기』의 바탕이 된 이야기도 그 이상으로 흥미롭습니다. 삼장법사, 현장이라는 스님이 천축으로 향하여 경전을 얻어온 이야기는 사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니까요. 현장은 중국 당나라 때의 스님입니다. 일찍부터 불교를 공부해 명성을 떨쳤지만, 불경을 보면 볼수록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게 됩니다. 이대로는 제대로 된 불교를 깨우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불경의 원본을 찾아보고자 불교의 고향, 천축을 찾아가기로 결심하죠. 당시 당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외국으로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은 몇 번이고 외국 여행을 신청했지만, 그때마다 허락을 받지 못했죠. 결국 참지 못한 현장은 불교 승려답지 않게 몰래 나라를 빠져나가기로 합니다. 불교를 깊이 알고자 하는 열망 앞에선 허락이고 뭐고 관계가 없었던 것이죠.

나라의 허락 없이 몰래 빠져나가는 건 쉽지 않았겠지만, 열정으로 가득한 현장은 다양한 시련을 넘어 당나라를 빠져나가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여행길도 쉽지 않았습니다. 자동차도 없고, 도로도 제대로 나 있지 않던 시절. 난생처음 여행을 나서 멀고 먼 천축까지 향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사막을 지나 그의 여정은 계속되었습니다. 가끔 지쳐서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각지의 스님과 신자들이 그를 도와주었다고 해요.

이런 노력과 도움이 열매를 맺어, 현장은 천축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행적을 따라 각지를 여행하며, 수많은 경전과 불상을 모아 돌아오죠. 떠날 때와 달리 그는 수많은 이의 환영 속에 당당히 수도인 장안으로 들어섰고, 황제로부터도 치하를 받았습니다. 그는 수많은 불경을 번역하는 한편, 자신의 여정을 남긴 『대당서역기』라는 책을 남겼는데요. 이 책을 본 사람들은 여기에 수많은 상상을 덧붙였고, 이들이 모여 『서유기』가 탄생합니다.

역사 속 삼장법사가 수많은 방해와 시련을 겪고 중국으로 돌아와 고승으로서 인정받았듯이, 『서유기』 속 손오공 역시 천축에 도착하여 싸움의 부처, ‘투전승불’이 됩니다. 중국에서 편히 불교를 배울 수 있었던 현장이 천축으로의 험난한 길에 나선 것은 모두 지금까지 배운 가르침에 의문을 품고 제대로 된 깨달음을 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손오공 역시 처음엔 어쩌다 보니 따라나섰지만, 그 내면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요. 돌원숭이라는 매우 이색적인 존재로 태어난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이 그를 모험으로 이끈 것입니다. 수백 년 전에 탄생한 『서유기』가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신나는 모험물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에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영화나 드라마가 지금도 계속 나오는 것이겠죠.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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