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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핍박 시달려 시장 면담 원했던 이사장·사장들

중앙일보

입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JTBC캡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JTBC캡처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초대 사장이 자신의 사퇴 외압 의혹을 제기하면서 과거 공사 사장 주변에서 나온 갈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황 전 사장 말고도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함께 일했던 이사장 또는 사장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기관장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읍소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0년 10월 공사의 전신인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공직을 시작한 유 전 본부장은 2018년 9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4명의 이사장·사장과 일했다. 시설관리공단에선 염동준(2020년 작고) 8대 이사장, 이상락 9대 이사장과 근무했다. 공단이 도시개발공사로 통합·전환된 이후엔 황 전 사장, 2대 황호양 전 사장 등을 상사로 뒀다. 약 8년간 직책상 2인자였던 유 전 본부장이 사실상 ‘1인자’였고, 이사장이나 사장들은 그에게 저항하지 못했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전횡에 시달리다 시장 면담 요청 시도도

황 전 사장 이전에 유 전 본부장과 심한 갈등을 겪었던 사람은 성남시설관리공단의 8대 이사장인 염 전 이사장이었다. 성남시의회 의장 등을 지낸 염 전 이사장은 유 전 본부장이 입사한 지 4개월 뒤인 2011년 2월 취임했다. 유 전 본부장은 염 전 이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1년 1월 14일 인사규정을 개정해 기획본부장이 직원 인사의 전결권을 갖도록 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이사장이 취임한 뒤에도 유 전 본부장이 인사 전결권 등을 내놓지 않아서 염 전 이사장이 주변에 불만을 많이 털어놨었다”며 “견디다 못한 염 전 이사장이 이재명 당시 시장과의 면담을 원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성남시의회에서도 유 전 본부장의 인사권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당시 장대훈 시의장은 2011년 6월 기자회견을 열고 “집행부가 의회를 핍박한다”고 비난하며 사례 중 하나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의 인사권을 일개 경영기획본부장에게 이전시키는 해괴한 조치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해 7월 열린 시의회 제179회 본회의에서는 유근주 시의원이 “성남시설관리공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사권 박탈을 통한 ‘이사장 허수아비 만들기’”라고 말하는 대목이 회의록에 남아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시설관리공단은 같은 달 이사회를 거쳐 인사권을 이사장에게 돌려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염 전 이사장이 생전에 ‘자식 같은 사람한테 무시당하고 있다’라거나 ‘유 전 본부장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염 전 이사장은 결국 임기(3년)를 채우지 못하고 2012년 5월 성남시 새마을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사장·사장 바꿨지만…여전히 유동규와 갈등

염 전 이사장에 이어 취임한 이상락 전 이사장은 지인 등에게 “유 전 본부장 때문에 (이사장) 못 해 먹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잘 안다는 한 관계자는 “이 전 이사장이 ‘유 전 본부장이 근무 태도가 너무 엉망’이라며 ‘속상하다’고 하소연해 ‘이사장님이 전권을 가지고 있으니 징계위원회를 열라’고 했는데 실행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 전 이사장은 유 전 본부장과 관련해 퇴임 이후에 이 시장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전 이사장은 “이 시장이 2014년 재선에 성공한 뒤 유 전 본부장을 다시 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임명했다는 얘길 듣고 화가 나서 ‘그런 사람을 왜 또 쓰느냐’고 전화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이 시장이 ‘아직 (유 전 본부장에 대해)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는데, 만나서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는데 따로 만나진 못했다”고 했다.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참고인 신분 조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참고인 신분 조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성남시설관리공단은 2014년 1월 출범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통합됐다. 공사 초대 사장으로 취임한 황무성 전 사장은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의혹을 폭로한 상태다. 그를 이어 성남시 도시주택국장 출신인 황호양 2대 사장이 취임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2대 사장은 시에 있을 때부터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얘길 많이 들어서 그런지 맞서는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과 일했던 기관장 중 임기를 다 채운 사람은 황호양 전 사장밖에 없는데, 이를 두고 ‘유 전 본부장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아서 무사했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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