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밝힌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수행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재난지원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자 “제가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해 달라”며 “로마까지 와서…”라고 답했다.
홍 부총리의 답변에 브리핑장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국민 모두가 입은 피해에 비해 국가지원 규모가 크지 않아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구상을 밝힌 상태다.
홍 부총리는 이날 이 후보의 구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이 후보의 정책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홍 부총리가 그동안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재정건전성을 해칠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이 후보와 여러차례 대립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지사이던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 비율보다 낮다”고 주장하자, 홍 부총리는 국회 예결위에서 “아주 철이 없다”는 야당 의원의 평가에 동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논리적으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이 하는 얘기”라고 즉각 반박했다.
또 지난해 12월엔 이 후보가 홍 부총리에 대해 “전쟁 중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라고 비난하자,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문구를 올려 맞대응했다.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돼 가던 지난 7월에도 두 사람은 부딪쳤다. 당시 여당은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홍 부총리는 ‘소득 하위 80% 지급’을 고수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억지 그만 부리고 집권여당 방침대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며 홍 부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