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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중국이 대만 침공하면 미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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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중국과 대만을 나누는 대만해협이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긴장 관계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륙의 중화인민공화국 국경절 연휴 초반인 지난 1~4일에만 149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해 전례 없는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데 중국과 대만이 정말로 무력 충돌할 경우 세계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두 대국’의 행보를 엿보게 하는 발언이 최근 잇따라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두 대국은 바로 미국과 러시아를 가리킨다. 지난 한달 동안 중국과 대만은 물론 러시아와 미국 지도자가 모두 나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일 게다.

대만 전차가 보병과 함께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 상륙 시 이를 격퇴하기 위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AP=뉴시스]

대만 전차가 보병과 함께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 상륙 시 이를 격퇴하기 위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AP=뉴시스]

대만해협의 파고를 우선적으로 높인 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다. 지난달 9일 있었던 중국에서 2000여 년이 넘는 황제(皇帝) 체제를 끝장낸 1911년의 신해혁명(辛亥革命) 110주년 기념식이 그 무대가 됐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조국 통일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천명했다. 미완의 수복 지역인 대만을 겨냥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그러자 이튿날인 10일 중화민국 건국 110주년의 쌍십절(雙十節) 행사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대만과 중국은 서로 예속돼선 안 된다”며 “대만의 미래는 대만인의 뜻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조국통일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며 대만 수복 의지를 드러냈다. [신화사=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조국통일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며 대만 수복 의지를 드러냈다. [신화사=뉴시스]

이 같은 중국과 대만 지도자의 설전 1라운드 여진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달 13일 중화권이 다시 술렁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만해협 관련 발언이 갑작스레 나온 것이다. 미 CNBC 방송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해 푸틴 대통령은 먼저 “중국은 경제 대국으로 구매력 기준으로 볼 때 이미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라고 운을 뗐다. 이어 대만 문제와 관련 중국은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경제 잠재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국가 목표를 실현할 수 있어 나는 현재 (중국의) 어떤 위협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중화권 매체에선 이후 푸틴의 말, 특히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어떤 위협도 찾아볼 수 없다” 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로 의견이 분분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대만 문제와 관련 중국은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중국 지지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무력 사용 경계에 나선 것인지 모호한 발언을 해 관심을 끌었다. [AP=뉴시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대만 문제와 관련 중국은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중국 지지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무력 사용 경계에 나선 것인지 모호한 발언을 해 관심을 끌었다. [AP=뉴시스]

한편으론 중국을 지지하는 것 같은데 다른 한편으론 시진핑 주석의 무력 통일 야심을 경계하는 발언이라는 등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중국이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을 추월했다”는 등 대만 문제를 갖고 미국의 자존심까지 긁는 발언을 하며 대만 문제에 있어 러시아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이 무엇이냐로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지난달 22일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깜짝 발언이 나왔다. 미 CNN 앵커의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냐”는 확인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그렇다.우리는 그렇게 해야 할 약속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중국이 미·중 수교의 금과옥조로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중국은 물론 세계가 놀란 건 불문가지다. 게다가 차이잉원도 지난달 27일 바이든의 말에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해 파문을 키웠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달 10일 중화민국 건국일인 쌍십절 행사에 참석해 “대만과 중국은 서로 예속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달 10일 중화민국 건국일인 쌍십절 행사에 참석해 “대만과 중국은 서로 예속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이후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진의와 관련해선 최근 ‘단순 착오’에 기인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수습에 나선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대통령이 정책이 달라졌음을 전달할 의도도 없었고, 우리가 정책을 변경하기로 결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는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9월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변경하려 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는 걸 상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데 정말로 그런가? 오는 20일로 만 79세가 되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이 벌써부터 혼미해지기 시작했다는 말인가. 아닐 것이다. ‘의도된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중국을 헛갈리게 흔드는 게 미국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에 나서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그 진의와 관련해 많은 해석을 낳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에 나서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그 진의와 관련해 많은 해석을 낳고 있다. [AP=뉴시스]

현재 대만 문제와 관련해 최대 관심사는 시진핑 주석이 과연 무력 해결에 나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어떤 경우 중국은 총을 들게 되나.이와 관련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집권 시기인 2005년 ‘반(反)국가분열법’을 통과시키며 세 가지 경우를 명시했다. 대만독립 세력이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는 일을 조성하거나,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중대사변이 발생하거나, 평화통일의 가능성이 완전히 상실됐을 경우다. 이후 미 국방부는 2018년 중공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수 있는 7가지 상황을 적시했다. 대만의 정식 독립선포, 대만독립을 지향하는 행동, 대만 내부동란, 대만의 핵무기 보유, 대만의 무기한 통일협상 연기, 외부세력의 대만문제 개입, 외국군대의 대만 주둔 등이다.

지난달 1일부터 4일까지 중국 국경절 연휴 초반 무려 149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대만을 압박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일부터 4일까지 중국 국경절 연휴 초반 무려 149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대만을 압박했다. [AP=연합뉴스]

대만의 첫 여성 부총통을 지낸 뤼슈롄(呂秀蓮) 여사는 『대만은 왜 중국에 맞서는가』라는 저서에서 위의 여러 위험 요소가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에 결집하면 중대한 위기가 야기되는 ‘퍼펙트 스톰’이 닥칠 수 있다고 본다. 전쟁이 터지는 것이다. 결과는 어찌될까. 싸움은 붙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중국의 우세가 점쳐진다. 차이잉원 집권 이전 마잉지우(馬英九) 총통 시기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이었던 안보 전문가 쑤치(蘇起)는 중공은 “전쟁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수준(首戰即終戰)”으로 단 하루 만에 대만을 제압할 수 있다고 밝혀 커다란 논란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이 대만 침공에 나설 경우 미국은 믿을 만한 벗이란 걸 증명할 수 있나.

대만의 첫 여성 부통령을 지낸 뤼슈롄 여사는 저서 『대만은 왜 중국에 맞서는가』에서 대만인의 정체성 변화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대만의 첫 여성 부통령을 지낸 뤼슈롄 여사는 저서 『대만은 왜 중국에 맞서는가』에서 대만인의 정체성 변화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뤼 여사는 이와 관련 국제적인 세 명의 저명 인사 말을 인용한다. 먼저 싱가포르 총리를 지낸 리콴유의 말. “미국이 대만을 영원히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게 불가능한데도 마치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믿게끔 하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 다음은 미국재대만협회(AIT) 회장을 지낸 미국의 유명 학자 리처드 부시의 언급. “대만이 미국을 100% 믿는다면 그건 아무 조건 없이 백지수표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 “트럼프는 펜촉을 가리키며 이게 대만이라면 책상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쥐뿔만 하다는 뜻.모두 미국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걸 말해준다.

바이든 미 대통령의 대만 문제 개입 여부 의중을 알 수 없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동은 보다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AFP,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미 대통령의 대만 문제 개입 여부 의중을 알 수 없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동은 보다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AFP, 로이터=연합뉴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을 신경 쓰지 않고 대만에 무력을 가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미국은 이를 어떻게 막아야 하나. 이와 관련 지난해 2월 데니스 블레어 전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힌트를 내놓았다. 그는 미 의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중공에 우리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들 앞에 닥칠 타격이 얼마나 큰지, 과연 그들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지 우려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중국이 대만을 때리면 미국이 나설 수도 있다는 의심을 중국에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현재 ‘실수’로 포장되고 있는 바이든의‘대만 방어’ 발언 배경으로 보인다. 의심이 클수록 시진핑 주석은 자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 공격하면 방어하겠다는 바이든 발언 #‘단순 착오’였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중국을 헛갈리게 만드는 ‘의도된 실수’ 가능성 높아 #중국이 미국 진의 의심할수록 대만 침공 나서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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