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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선2035

여심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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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심새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심새롬 정치팀 기자

심새롬 정치팀 기자

“진짜, 어쩜 이럴 수가 있냐.”

동창 친구들 사이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얘기만 나오면 어김없이 탄식이 쏟아진다. 많은 2030 여성들이 이번 대선을 그야말로 ‘말잇못(말을 잇지 못한다)’, ‘노답(답이 없음)’의 절정판으로 본다. 한 전문직 여선배는 “쌍욕남과 쩍벌남 중 골라야 하는 것이냐. 막말 꼰대는 더 싫다”고 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조사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느끼는 인물 거부감은 유독 극심한 양상이다.

당장 여당 후보가 여심 구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돕는 한 의원은 지난주 기자에게 “우리도 지금 비상이다. 대체 여자들이 왜 이재명을 싫어하나. 욕을 잘해서 그런가”라고 반문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주자가 “사흘 동안 전국 유세차에 틀겠다”고 공언하는 형수 상대 욕설도 욕설이지만, 이 후보 주변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11년째 여배우 불륜 스캔들로 시끄럽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이 후보를 비호감으로 지목했다. 특히 30대 중 이 후보가 호감이라고 답한 여성은 28%로, 같은 연령대 남성 긍정 응답률(41%)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2030 여성의 주요 대선후보 호감도

2030 여성의 주요 대선후보 호감도

눈을 야당으로 돌려봐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같은 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59%, 홍준표 의원은 65%의 여성 비호감도를 보였다. 두 후보의 20대, 30대 여성 호감도가 10%, 23%(윤석열), 19%, 28%(홍준표)다. 아무리 페이스북에 반려견 사진을 올리고 ‘민초단(민트초코맛 애호가)’을 반복 암송하면 뭐하나. 윤 전 총장은 지난달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다 보니 채용 (군)가산점이 없어진다”고 해 안그래도 젠더 이슈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대남(20대 남성)’ 지지세에 흥이 오른 홍 의원을 보면 아예 여성 표를 포기한 건가 싶은 의문이 든다. 과거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돼지 발정제’ 논란, “이대 계집애들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그는 이번 국민의힘 경선 면접에 나와 “막말이라면 수용하겠지만, 성적 희롱은 아니다”라며 반성을 거부했다.

지난 두 차례 대선이 ‘여성 주도 심판’이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투표율(76.4%)이 남성(74.8%)을 앞질렀고, 같은 추세가 19대 대선(여성 77.3%, 남성 76.2%) 때도 이어졌다. 여성이 1위 후보를 더 강하게 밀어 당선시켰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4년 전 방송 3사 대선 출구조사에서 남성은 문재인 39.1%, 홍준표 26.6%로, 여성은 문재인 42.0%, 홍준표 23.2% 지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때 출구조사도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