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쩜 이럴 수가 있냐.”
동창 친구들 사이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얘기만 나오면 어김없이 탄식이 쏟아진다. 많은 2030 여성들이 이번 대선을 그야말로 ‘말잇못(말을 잇지 못한다)’, ‘노답(답이 없음)’의 절정판으로 본다. 한 전문직 여선배는 “쌍욕남과 쩍벌남 중 골라야 하는 것이냐. 막말 꼰대는 더 싫다”고 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조사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느끼는 인물 거부감은 유독 극심한 양상이다.
당장 여당 후보가 여심 구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돕는 한 의원은 지난주 기자에게 “우리도 지금 비상이다. 대체 여자들이 왜 이재명을 싫어하나. 욕을 잘해서 그런가”라고 반문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주자가 “사흘 동안 전국 유세차에 틀겠다”고 공언하는 형수 상대 욕설도 욕설이지만, 이 후보 주변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11년째 여배우 불륜 스캔들로 시끄럽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이 후보를 비호감으로 지목했다. 특히 30대 중 이 후보가 호감이라고 답한 여성은 28%로, 같은 연령대 남성 긍정 응답률(41%)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눈을 야당으로 돌려봐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같은 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59%, 홍준표 의원은 65%의 여성 비호감도를 보였다. 두 후보의 20대, 30대 여성 호감도가 10%, 23%(윤석열), 19%, 28%(홍준표)다. 아무리 페이스북에 반려견 사진을 올리고 ‘민초단(민트초코맛 애호가)’을 반복 암송하면 뭐하나. 윤 전 총장은 지난달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다 보니 채용 (군)가산점이 없어진다”고 해 안그래도 젠더 이슈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대남(20대 남성)’ 지지세에 흥이 오른 홍 의원을 보면 아예 여성 표를 포기한 건가 싶은 의문이 든다. 과거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돼지 발정제’ 논란, “이대 계집애들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그는 이번 국민의힘 경선 면접에 나와 “막말이라면 수용하겠지만, 성적 희롱은 아니다”라며 반성을 거부했다.
지난 두 차례 대선이 ‘여성 주도 심판’이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투표율(76.4%)이 남성(74.8%)을 앞질렀고, 같은 추세가 19대 대선(여성 77.3%, 남성 76.2%) 때도 이어졌다. 여성이 1위 후보를 더 강하게 밀어 당선시켰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4년 전 방송 3사 대선 출구조사에서 남성은 문재인 39.1%, 홍준표 26.6%로, 여성은 문재인 42.0%, 홍준표 23.2% 지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때 출구조사도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