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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음주 피할 수 없다면, 해산물 안주에 주 1회 이하로 절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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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두려운 간·심장·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소식으로 미뤄 뒀던 약속을 다시 잡는 사람들이 늘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회식 계획을 세우는 직장인도 많다. 사람이 모일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술’이다. 오랜만에 갖는 모임에선 반가움과 해방감이 교차하면서 예상치 못하게 과음·폭음할 수 있다. 요즘에는 혼자 혹은 가족과 단출하게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집에서 편안하게 술을 마시다 나쁜 음주 습관이 밴 사례도 흔하다. 과도한 술은 사건·사고에 노출될 위험을 키우는 데다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음주 폐해 예방의 달(11월)을 계기로 알코올의 건강상 위험성을 다시 한번 각인하고 올바른 음주 습관을 실천하자.

우리나라는 술에 관대한 편이다. 언제, 어디서나 구하기 쉽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실 수 있다. 사업·친목·인간관계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기도 한다. 술을 끊어야 한다기보다 ‘1~2잔 정도는 괜찮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이로 인해 음주는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질병관리청의 ‘2019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는 국민은 59.9%였다. 주 2회 이상 술자리를 갖고 한번에 남성 7잔, 여성 5잔 넘게 마신 고위험 음주 비율도 14.1%나 됐다.

간 질환 사망자 절반이 알코올 탓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술자리를 갖기 힘들어져 전체적인 음주 수준은 낮아졌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음주량과 음주 빈도가 다시 증가하는 분위기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1 대국민 음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주 빈도가 ‘늘었다’는 비율이 2020년 11월 5.2%에서 2021년 7월 13.9%로 늘었다. 코로나19 이후엔 혼자 술 마시는 비율이 12.6%에서 29.2%로 증가했다. 특히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비율이 27.1%나 됐다. 집에서 편하게 음주를 즐기다 보면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먹는 등의 잘못된 음주 습관으로 이어지기 쉽다. 조현장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은 “혼술·홈술은 잦은 음주로 이어져 음주량을 증가시키고, 이는 알코올 의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음에 따른 알코올 과다 섭취는 간·심장·뇌에 치명상을 입힌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 간이다. 술을 과도하게 마시면 간에 지방이 쌓이고 알코올의 대사 물질이 간세포를 손상시킨다. 계속 마실 경우 손상 정도가 더 심해져 체내 영양 부족 상태를 초래한다. 결국 간 질환에 노출돼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정한 교수는 “간 질환에 따른 사망의 50%가 알코올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은 심장 근육을 공격해 악성 변형을 유발하기도 한다. 술을 계속 마시면 심장 근육이 섬유화되면서 딱딱해진다. 심장 근육이 부드러워야 전기신호가 제대로 전달되는데 조직이 굳으면 신호가 끊기거나 이상 신호가 발생해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과음은 혈압을 급격하게 올리고 뇌 혈류량을 떨어뜨려 뇌경색·뇌출혈 등 뇌졸중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게다가 알코올은 생각이나 판단, 조절 능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에 분포하는 신경세포를 파괴함으로써 의존·중독에 빠뜨린다.

음주는 암으로 인한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한국인 대상 연구결과를 보면 과거에 술을 마셨으나 현재는 금주한 사람의 암 사망률은 평생 비음주자의 2.75배였다. 연구를 진행한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는 “가벼운 음주라도 술에 포함된 다양한 발암 물질 등이 암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 원인일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인은 알코올 분해 효소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없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그런데도 술을 즐기고 싶다면 신체적·심리적·행동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 음주 대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덜한 저위험 음주법을 따르는 게 낫다. 술은 음주량이 많을수록, 빈도가 잦을수록 건강에 타격이 크다. 특히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더라도 매일 마시면 주 1회 과음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김 교수는 “술에 의한 간 장애 발생은 알코올의 양, 기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특히 지속적인 음주가 간헐적인 음주보다 더 위험하다고 알려진다”고 설명했다. 과음할 경우 건강한 사람도 일시적으로 지방간이 생기지만 수일간 금주하면 소실된다. 그러나 매일 술을 마시면 간이 회복할 시간이 없어 손상이 계속 진행한다.

심장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심장학회지’(2019)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매일 술 마신 사람은 심방세동 발생 가능성이 주 2회 술 마신 사람의 1.4배였다. 심방이 파르르 가늘게 떨리는 심방세동이 잦을수록 뇌경색·심부전과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한번에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음주 횟수 자체를 줄여야 한다. 음주 후에는 최소 3일간의 휴주기를 둬야 한다.

최소한 사흘은 몸에 휴주기 줘야

저위험 음주량은 술자리를 주 1회 이하로 가지면서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소주를 기준으로 남자는 5잔(알코올 40g), 여자는 2.5잔(알코올 20g)을 넘지 않는 선이다. 물론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고 알코올에 특별한 거부 반응이 없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기준이다. 주종별로 고유의 잔에 먹는다고 하면 병맥주는 남자 4잔·여자 2잔 이내, 캔맥주는 남자 3캔·여자 1캔 이내, 와인·위스키는 남자 3잔·여자 1잔 이내, 동동주는 남자 5잔·여자 3잔 이내다. 술로 인한 건강 문제를 줄이려면 평소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영양 상태가 불량할수록 음주 후유증이 커진다. 음주 중에는 이뇨 작용에 의한 수분 부족을 방지하고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지연시키기 위해 물을 수시로 마셔준다. 빈속엔 술을 마시지 말고 손상된 간세포 재생과 해독을 돕고 뇌 신경세포에 이로운 생선, 해산물, 해조류나 비타민 B·C가 많은 채소와 과일을 안주로 먹는 게 좋다.

술에 관한 속설 풀기

적당량의 술은 약주다?
한때 적당한 음주가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음주가 주는 건강상 이점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우세하다.

여자는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술에 약하다?  
O 같은 체중의 남녀가 같은 양의 알코올을 먹더라도 여성은 체지방이 많고 수분이 부족하며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저하돼 있어 혈중알코올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안주 안 먹으면 살 안 찐다?  
X 알코올 1g당 열량은 7㎉로, 4㎉ 정도인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열량이 높다. 소주 한 병을 마시면 이미 밥 한 공기가 넘는 열량을 섭취한 것과 같다.

한번에 여러 종류 술 마시면 숙취 심하다?  
O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셨다고 알코올의 대사 과정이 변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알코올 외에 포함된 각종 부산물이 서로 반응해 숙취가 심해지고 오래간다.

음주 후 땀 빼는 것이 좋다?  
X 일시적으로 혈액순환이 좋아질 순 있으나 땀 날 정도로 뜨거운 환경에선 혈관이 갑자기 확장해 피가 몰리거나 몸의 수분이 빠져나와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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