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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손쓰기 힘든 담도암, 생존 기간 반년가량 늘린 새 치료법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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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병원리포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팀

진행된 담도암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치료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팀은 1차 항암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이 진행한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의 항암제 단독 요법과 두 가지 항암제를 같이 쓰는 병용 요법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종양의 크기가 커지지 않고 생존한 기간(암 무진행 생존 기간)이 1.4개월에서 7.1개월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담도는 소화를 돕기 위해 간에서 생산된 쓸개즙(담즙)이 이동하는 담관과 쓸개즙이 잠시 머무는 공간인 담낭을 아우르는 말이다. 담도암은 국내에서 9번째로 많이 발생하지만,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3분의 2가량은 수술이 어려운 상태에서 암을 발견한다. 이 경우 항암제를 사용해 암을 치료하는 데 1년 생존율이 약 40%에 불과할 만큼 예후가 불량하다. 1차로 ‘젬시타빈·시스플라틴’이란 항암제를 쓰고도 암이 진행하는 경우에는 2차로 다른 소화기암을 치료하는 ‘플루오로우라실’ 항암제 요법을 시행하지만 치료 결과가 매우 좋지 않았다.  담도암의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해 유창훈 교수팀은 췌장암과 담도암의 종양학적 특성이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췌장암 치료에 사용돼 온 ‘리포좀이리노테칸’이란 항암제를 담도암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웠고, 담도암 세포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실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를 토대로 유 교수팀은 환자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항암 치료 효과를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2018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1차 항암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이 진행한 담도암 환자 17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약 1년간 2주 간격으로 한 그룹엔 플루오로우라실 단독 요법을, 다른 그룹에는 플루오로우라실·리포좀이리노테칸 병용 요법을 적용한 뒤 예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단독 요법과 비교해 병용 요법을 적용한 경우 암 무진행 생존 기간은 반년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암이 부분적으로 줄어든 비율도 단독·병용 그룹이 각각 6%, 15%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암이 더는 진행하지 않은 비율 역시 단독 요법은 약 29%, 병용 요법은 약 50%로 차이가 컸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의 삶의 질은 두 그룹이 비슷했다.  책임연구자인 유창훈 교수는 “그동안 수많은 담도암 신약 연구가 번번이 실패해 왔는데, 이번 연구로 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담도암 치료 프로세스 개선과 신약 개발에 관련된 국제 연구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해운대백병원·울산대병원·충남대병원·경북대병원이 참여해 전향적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지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됐으며, 종양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란셋 온콜로지’에 최근 게재됐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우수한 연구 계획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담도암 치료 성적 향상을 끌어낸 만큼 담도암 2차 항암 치료의 국제 가이드라인 개정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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