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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코로나 잦아들자 ‘대사표’…인력난에 휘청이는 미국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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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기업들이 구인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금도 오름세다. 사진은 올 하반기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기업 안내문.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 있는 스타벅스에 사람 구함 안내문이 붙어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기업들이 구인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금도 오름세다. 사진은 올 하반기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기업 안내문.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 있는 스타벅스에 사람 구함 안내문이 붙어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노동력 부족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며 그동안 억눌렸던 직원들의 퇴직이 분출하는 ‘대 사표(Great Resignation)의 흐름’이 나타나면서다.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올린 임금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며,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물가도 올라 경제 전반에 부정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인력난으로 미국 대형 프랜차이즈와 유통업체 임금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달 중순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을 기존보다 1달러가 오른 18달러로 인상했다. 일부 지점은 입사 후 3000달러(약 352만원)의 상여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올해 4분기 임금 지출이 20억 달러(약 2조3500억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인 코스트코는 다음 달 1일부터 최저임금을 시간당 17달러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력난 타개를 위해 지난 2월 최저임금을 기존 15달러에서 16달러로 올린 지 9개월여 만에 추가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맥도널드는 입사 특별보너스로 500달러를 준다. [AP·=연합뉴스]

맥도널드는 입사 특별보너스로 500달러를 준다. [AP·=연합뉴스]

프랜차이즈 업체도 직원 확보를 위해 임금 인상을 단행하거나, 영업시간을 줄이며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스타벅스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기존의 14달러에서 내년 초 17달러까지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2년 이상 근무한 직원의 임금을 최대 5%, 5년 이상 근무한 이들의 임금을 최대 10%까지 올린 데 따른 것이다. 맥도날드는 올해에만 미국 내 직원의 임금을 10% 이상 인상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부 매장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심야 영업시간을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또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인 버거킹도 직원 부족 사태로 일부 매장의 문을 닫았다.

미 고용비용지수(ECI)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 고용비용지수(ECI)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내 고용난이 계속되는 까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 영향이다. 한동안 억눌렸던 퇴직이 한꺼번에 몰리는 ‘대 사표의 흐름’으로 고용 지표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전달(5.2%)보다 0.4%포인트 하락한 4.8%에 그쳤다.

웬디스 등 매장에도 구인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AP=연합뉴스]

웬디스 등 매장에도 구인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AP=연합뉴스]

앤서니 클로츠 텍사스A&M대 교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으면 사람들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에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노동자들의 퇴직이 올해에는 분출하듯이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력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며 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속보치·전분기 대비 연율)에 그쳤다. 소비 부진과 함께 성장률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저조한 성적을 보인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기업의 고용난으로 지적됐다. 특히 임금인상에 따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이로 인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 고용비용지수(ECI)는 전 분기대비 1.3%가 늘면서 2001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윈딕스 수퍼마켓 등 매장에도 구인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AFP=연합뉴스]

윈딕스 수퍼마켓 등 매장에도 구인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AFP=연합뉴스]

임금 지출 비용 상승과 국제 공급망 병목현상에 따른 제조 원가 급등은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맥도날드는 올해 미국 내 제품 가격을 지난해 대비 6%가량을 인상할 계획을 밝혔다. 생활용품 업체인 ‘킴벌리 클라크’도 올해 ‘크리넥스’를 포함한 자사 제품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피자헛 등 매장에도 구인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AFP=연합뉴스]

피자헛 등 매장에도 구인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AFP=연합뉴스]

구인난이 물가 상승압력을 키우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더 부추길 수도 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그룹 이코노미스트는 “근로자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 기업 생산량이 답보상태에 머무를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물가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과 아마존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시장 기대에 못 미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대란의 여파를 빅테크의 대표주자 격인 기업들도 피해 가지 못한 것이다.

버거 보이 등 매장에도 구인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버거 보이 등 매장에도 구인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의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어난 834억 달러(약 97조5000억원)였다. 시장 기대치 850억 달러(예상치 평균)보다 낮다. 애플의 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은 2017년 5월 이후 4년 만이라고 미 CNBC 방송은 전했다.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 가장 큰 원인은 아이폰의 생산 차질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공급 차질은 산업계 전반의 칩 부족,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동남아시아의 생산 문제 때문”이라며 “(이에 따른) 잠재적 매출액 손실은 60억 달러(약 7조원)”라고 추산했다.

아마존도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공개했다. 3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5% 늘어난 1108억1000만 달러였다. 시장 예상치 1116억 달러에 못 미쳤다. 순이익도 32억 달러로 시장 기대(46억 달러)를 한참 밑돌았다. 아마존은 공급망 대란에 노동력 부족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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