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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석탄 품귀 나비효과, 국내 화물차 멈춰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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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디젤 엔진 자동차의 필수품인 요소수 품귀에 국내 운전자들이 아우성이다. 요소수는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과 반응해 오염물질을 줄여주는 저감장치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요소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미리미리 사둬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요소수 품귀 현상은 중국 석탄 부족에 따른 나비효과다. 비료 등의 원료로 쓰이는 요소는 석탄 화공 플랜트에서 생산한다. 요소수는 요소에 물을 섞어 만드는데 석탄이 부족해진 중국 정부가 요소 비축에 나서면서 국내 품귀 현상을 야기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요소에 대해 수출화물표지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사실상 수출 제한에 나섰다. 자국 내 요소 공급을 우선한 것이다. 요수 수입 중 중국 비중은 전체의 60%가 넘는다. 2013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요소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 있었지만, 중국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현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요소수 품귀에 발을 구르고 있는 건 화물차 운전사들이다. 디젤 승용차는 운행 거리 기준으로 1만5000~2만㎞마다 요소수를 보충해도 된다. 하지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화물차는 100㎞를 달릴 때마다 요소수1L를 보충해야 한다. 차급에 따라 300~400㎞마다 10L를 보충하는 경우도 있다. 요소수 품귀가 계속될 경우 화물차가 멈춰 서면서 물류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요소수 재고량은 올해 연말이면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공급사 기준으로 국내 요소수 재고는 11월 말이면 동이 날 것”이라며 “미리 풀린 물량 등을 고려해 유통사 기준으로 잡아도 올해 연말이면 요소수 재고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요소수 공급사는 수입 물량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요소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은 러시아 등에서 요소수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으나 재고 확보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도 요소수 수입 물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요소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석탄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수급 불안은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도 범정부 차원의 수급현황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부는 중국 당국과 협의해 수출제한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한편 요소 수급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국토부는 물류난이 발생할 경우 대체수단 등에 대해 검토 중이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사실상 요소수 수출을 금지하고 있어 기업 차원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나서 수입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당분간 품귀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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