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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한국어가 된 ‘파이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과거 우리말 바루기에서 ‘파이팅’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파이팅’은 대표적인 콩글리시라는 것이다. 격려할 때, 회식할 때 등 여기저기서 “파이팅”을 외치다 보니 혹 외국인에게 싸움 좋아하는 나라로 비치는 게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영어권에선 ‘파이팅(fighting)’을 우리처럼 ‘힘내라’ ‘잘해보자’ 등의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국립국어원도 이런 이유로 ‘아자’ ‘힘내자’ 등의 우리말로 바꿔 쓰라고 권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파이팅’ 구호는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국어원마저 표준국어대사전에 ‘파이팅’을 표제어로 올리기에 이른다. 그래도 ‘파이팅’ 사용을 두고 논란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번에 아주 못을 박는 일이 생겼다. 국어원도 아니고 바로 영국의 옥스퍼드사전이 해냈다. 얼마 전 ‘fighting’을 한국어에서 유래한 새 영어로 표제어에 올렸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사용하는 영어로 한국말이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요즘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가운데는 ‘파이팅’을 외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옥스퍼드사전이 한국어로 공인했으니 더 이상 쓰지 말자는 얘기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전에 ‘파이팅’에 대해 쓰면서 이것이 대표적인 콩글리시(konglish)라고 했더니 “이 사람아, ‘콩글리시’도 한국식 영어인데 그 말은 써도 되나”라고 핀잔을 주신 분이 있었다. 고맙게도 옥스퍼드사전은 이번에 이것까지 해결해 줬다. 한국어 기원 단어로 ‘konglish’도 함께 올렸다. 이거야말로 ‘대박’이 아닐 수 없다. 참 옥스퍼드사전은 이번에 ‘대박(daebak)’도 함께 등재했다. 그 밖에 불고기(bulgogi), 김밥(kimbap), 오빠(oppa), 언니(unni) 등 모두 26개의 한국어를 표제어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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