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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의혹 조각조각 보도만, 이해 쉽게 정리해 보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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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독자위원회 11/1

독자위원회 11/1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10월 회의가 김준영(성균관대 이사장) 위원장 주재로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열렸다. 위원들은 대선주자 공약과 인구 문제 등을 다룬 일련의 ‘리셋코리아’ 기사와 ‘탄소 중립’ 등 미래 에너지 기사,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기사 등에 관심을 보이며 날카롭게 비평하고 조언했다. 일부 위원은 서면 의견을 냈다.

▶임유진 강원대 교수=10월 11일자 2면 ‘136개국 디지털세 합의…삼성전자 법인세 1.5조 해외 낸다’ 기사는 2023년부터 적용되는 디지털세 내용과 의미를 삼성전자의 2022년 예상 매출, 이익 등의 구체적 예시로 설명해 독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웠다.

1일자 1·4·5면 ‘리셋코리아: 대선 주자 공약 분석’도 좋았다. 후보자에 대한 경마 중계식 보도가 많아 아쉽던 차에 예비 후보들의 주요 정책과 공통점, 차이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의미가 컸다. 인구 위기 관련 기사가 많았는데, 현상과 각 지자체의 지원책 나열에 그쳐 아쉬웠다.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일본의 스기야마 신스케 전 사무차관을 인터뷰한 8일자 26면 ‘김현기의 직격인터뷰’는 기시다 총리에 대한 디테일 등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내용이 많아 유익했다. 금리 인상의 부작용을 경고한 8일자 16면 폴 크루그먼의 뉴욕타임스 칼럼 소개 기사도 주목할 만했다.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함의가 있는 이슈다.

반면에 대출 총량제 관련 기사는 전세 대출 중단이 가져올 악영향 등의 분석이 부족해 보였다. 대장동 의혹 기사들은 양이 늘수록 논점이 뭔지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도할 필요가 있겠다.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위드 코로나’를 거의 매일 다루면서 심층적으로 정리도 잘했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돼도 방역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사실도 함께 부각해 좋았다. 다만 백신 접종 부작용 관련 보도 땐 보다 과학적 잣대로 다뤘으면 좋겠다. 특히 20일자 2면 ‘파월 돌파감염 사망 쇼크’ 기사는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의 사인이 코로나 돌파감염인 것처럼 보도했다. 백신 무용론이나 불안감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혈액암과 그로 인한 면역 저하를 주로 꼽고 있다.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14일자 ‘탈원전 외치던 마크롱, 원전에 1.4조원 투자’, 19일자 ‘더 세진 탄소 제로…산업계 벌써 비명’ 등 1면에 실린 에너지 정책 기사들을 관심 있게 봤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상황에서 세계적 추세, 국내 진행 상황 이해에 도움이 됐다.

반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 처분 취소 청구 소송 패소 사안은 15일자 5면 야당 경선 기사 아래에 간략히 넣은 게 전부였다. 15일자 1면 ‘중앙지검장 “이재명도 수사 범주, 그분은 아니다”’ 기사도 더 비판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했다. 수사 초기 특정 사안을 단언적·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섣부르고 위험한 태도다.

▶김소연 뉴닉 대표=12일자 2면 ‘여자 셋이 모이면 우정이 넘친다…여성 연대 예능 시대’ 기사는 여성들이 주인공이 되는 현상을 유흥이나 가십으로 소비하지 않고 ‘여성 연대’라는 의미 있는 현상과 변화로 해석해 반가웠다.

6일자 1면 ‘리셋코리아: 하남·과천·의왕도 분만실 없다’ 기사는 저출산 위기를 그래프와 함께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 인정 등 대안도 담았으면 좋았겠다. 여성의 출산 의지가 문제인 것처럼 비치는 ‘저출산’보다는 ‘저출생’이란 단어가 적절한 것 같다. 7일자 2면과 온라인에서 보도한 ‘과일 몇 개 우유 사면 5만 원 훌쩍…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 기사는 유익했다. 다만, 물가 급등의 원인과 전망 등도 함께 다뤘다면 더 좋았겠다.

제19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독자위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제19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독자위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한 달간 탄소 중립 사안을 많이 다뤘다. 19일자에 산업계 반응, 다른 나라 사례 등을 보도했고 23일자 중앙선데이에서도 집중해 다뤘는데 높이 평가한다. 다만 나라별 사정이 다른데 해외 사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 정보로서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다. 호주·스페인 등 우리와 비슷한 나라들을 추려내 비교했다면 더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정부가 국가 현안에 대해 생색만 내고, 중요한 이슈들을 다음 정부로 넘긴다는 취지의 기사가 몇 개 실렸는데 공감하며 읽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질의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대안 제시 등으로 기사를 확대해 나갔다면 더 좋았겠다.

▶김은미 서울대 교수=대장동 의혹 관련해 너무 정보가 많고 기사가 조각조각 나온다. 중앙일보 같은 정론지는 독자들이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보도해 줬으면 좋겠다.

대선 보도도 정책 영역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특히 기술, 플랫폼, 디지털, AI 등 영역의 정책들을 비교 분석해줘야 한다. 26일자 1면 KT사태 헤드라인 ‘비대면 시대에 통신 재난…삶이 85분 동안 멈췄다’는 단순 사실 전달을 넘어 울림을 주는 제목이었다. 다만 중요 사안이 터졌을 때 온라인에서 과거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기 쉽도록 관련 기사 링크가 보다 많이, 꼼꼼하게 달렸으면 좋겠다.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누리호 발사 과정을 감명 깊게 봤다. 중앙일보도 22일자 1·3·4·5면에 대대적으로 잘 준비해서 실었다. 지난 30년간의 액체로켓 개발 과정을 소개한 것, 대형 그래픽을 통해 누리호 발사 과정을 시간대별로 잘 보여준 것도 좋았다.

부동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장동 사태의 핵심은 원주민 땅을 공공개발한다며 강제 수용해 시세보다 싸게 매입한 뒤 분양할 땐 민간 택지로 분류, 비싸게 팔아 소수의 민간 사업자가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점이다. 이런 행태를 막고 제도를 개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봐야 하고, 본질에서 어떤 식의 접근을 해야 할지에 대한 기사들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미래 사회가 직면할, 그래서 차기 정부도 알아야 할 기후 변화와 환경, 에너지, 안보, 원전, 공무원 문제, 탄소 감축에 대한 심층 보도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생각들을 일깨워준 것이 좋았다. 인구 구조 변화도 차기 정부가 다시 짚어야 할 문제라는 사실을 잘 부각했다.

생활 물가의 급속한 상승은 가계 경제 악화를 통해 소비 양극화,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 사안이다. 가계 경제 보도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고용은 매우 중요한데, 월별 고용 동향을 다룬 이달 기사는 실업률에 대해서만 언급한 듯했다. 다음 달엔 더 심도 있게 다뤄주길 바란다.

▶민영 고려대 교수=6·13·20일자의 ‘2022 대선 특집 리셋코리아’ 연속 보도가 특히 주목할 만했다. 대표적 전문가들이 인구 감소, 감염병 대응, 연금 고갈 등 시급한 사회 현안의 실태와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성을 제시했는데, 대선 후보들의 정책 방향을 평가하는 의미 있는 기준으로 생각한다.

반면에 ‘플라스틱 어스’ 기획 등으로 기후 위기 문제를 의제화한 중앙일보가 정부의 탄소 중립 계획안에 대해선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내고, 다양한 관점들을 반영하지 못했다. 19일자 ‘더 세진 탄소 제로, 산업계 비명’ 등 기사에선 강하고 빠른 길을 선택한 정부의 계획안을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 방안이 약하다고 비판한 환경단체 의견은 잘 보이지 않았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개헌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크게 보도한 25일자 1면은 아쉬웠다. 한국 언론의 문제 중 하나가 여론조사 의존인데, 정치가 국민투표하듯 움직인다면 민주주의는 위험해진다. 개헌 찬성 비율이 높게 나왔다고 그게 곧 개헌의 정당성을 말해주는 것도 아니다. 시민의 표피적 의견을 모아 정책을 결정한다면 포퓰리스트들이 승자가 될 것이다. 또한 상대적 소수 의견은 소홀히 다뤄지게 돼 정치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일보만이라도 여론조사에 의존한 기사 작성에 있어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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