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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복장 핼러윈 인파…방역 해방구 된 이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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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위드 코로나’를 하루 앞둔 31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을 찾은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드 코로나’를 하루 앞둔 31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을 찾은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전인데도 핼러윈 데이(31일)를 맞은 주말을 전후해 서울 이태원 등 도심 곳곳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방역 당국은 핼러윈 데이발(發) 확진자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며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은 31일 중대본 회의에서 “외국인 밀집 지역과 다수 방문 지역을 중심으로 ‘유관기관 합동 순회단속’(10월 27일~11월 2일)과 함께 모임 자제 협조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 수칙을 위반한 외국인은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핼러윈 데이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저녁, 이태원 일대는 축제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넘쳐났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증명하듯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이들이 모의 권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영화 ‘마블’ 시리즈 캐릭터나 할리퀸, 조커 등의 코스튬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태원역 앞은 한발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파로 꽉 찼고, 몇몇 술집 앞은 수십 명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이날 여우 모양 코스튬을 하고 거리로 나온 신모(35)씨는 “백신 접종을 완료해 이제는 핼러윈을 즐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조심스레 나왔다”며 “매출이 끊긴 자영업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지나친 비난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각 매장에선 좌석 간 거리두기와 QR 체크인 등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고, 거리의 시민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 다만 일부 시민은 골목 구석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담배를 피우거나 ‘턱스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확진자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태원 거리에서 만난 이모(27)씨는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수백 명이 몰리면 방역의 핵심인 거리두기가 안 돼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며 “외국 축제인 핼러윈 데이를 왜 못 챙겨서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의 한 헬스장. 유흥·체육시설 등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뉴스1]

같은 날 서울의 한 헬스장. 유흥·체육시설 등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뉴스1]

영업 종료 시간인 오후 10시가 되자 경찰이 시민들을 통제했다. 좁은 골목은 아예 들어올 수 없게 막았고, 대로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흩어져서 이동하라”며 분산을 유도했다. 경찰청은 위드 코로나 시행과 맞물려 연말연시 술자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 동안 유흥가와 식당가 등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음주단속도 벌인다.

한편 1일부터 시행되는 위드 코로나로 고위험 시설인 실내체육시설·노래방 등도 각종 제한이 풀리면서 손님맞이 준비로 바쁜 모습이었다.

31일 서울 서대문구의 A헬스장 앞엔 ‘임시휴무’ 팻말이 걸려 있었다. 헬스장 트레이너들은 오전 11시부터 분주하게 청소를 시작했다. 트레이너 김모(30)씨는 “쉬는 날이지만 전 직원들이 출근해 샤워실 청소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1일부터 운동 후 샤워실 이용이 가능해지니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김씨는 “자정까지 운영이 가능해졌으니 운동기구들도 더 꼼꼼히 소독해야 할 것 같아 오늘은 종일 쓸고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라드가 흘러나오던 헬스장의 ‘음악’도 바뀔 전망이다. 그동안 GX(그룹운동)류의 운동을 할 경우 음악은 100~120bpm(분당 박자수)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다. 서울 중구의 프랜차이즈 헬스장 트레이너 임모(36)씨는 “그동안 본점에서 정해준 노래들만 틀었는데, 이젠 규제가 없어졌으니 신나는 노래들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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