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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멜론·오이 먹으면 목 간질간질? 놔두면 쇼크까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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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다른 가을 알레르기 

요즘 콧물·재채기 등 알레르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흔히 ‘알레르기’ 하면 봄에 잘 나타나는 증상으로 여기지만, 알고 보면 봄보다 가을에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 심지어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하는 요인이 봄보다 가을에 몰려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알레르기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676만
9157명으로, 봄(593만8115명)뿐 아니라 연중 가장 많았다. 봄과 다른 가을 알레르기의 대표적 유발·악화 요인과 요인별 대처법을 알아본다.

잡초류 꽃가루
귀가 시 옷 털고 마스크 착용 
가을에도 봄처럼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 다만 원인 식물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봄에 참나무·자작나무·오리나무의 꽃가루가, 가을에는 환삼덩굴·돼지풀·쑥 등 잡초류의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다가 이에 반응하는 사람에게서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킨다. 이들 꽃가루의 지름은 20~40㎛가량에 불과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코·입으로 들어가거나 눈·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성 비염·결막염과 천식 등 각종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 교수는 “일부 꽃가루는 수백㎞까지 날아갈 정도로 멀리 이동한다”며 “꽃가루가 집 안까지 침입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꽃가루의 생성을 부추기는 요인도 있다. 바로 미세먼지·온실가스 등 공해 물질이다. 오 교수는 “공기 중에 이들 공해 물질이 많을수록 식물을 자극해 광합성이 활발해지고 꽃가루를 더 많이 뿜어낸다”며 “게다가 공해 물질은 꽃가루와 뭉쳐 알레르기 환자를 강하게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알레르기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피부 단자시험이나 채혈을 통한 혈청 특이 IgE 항체 검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홈페이지에서 알레르기 전문병원을 검색할 수 있다.  꽃가루가 알레르겐으로 진단되면 회피 요법이 최선이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면 아침 시간대 환기나 조깅은 금물이다. 오 교수는 “식물은 동이 트는 오전 5~10시에 꽃가루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므로 환기·조깅은 퇴근 후, 방과후, 점심시간 이후의 시간대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꽃가루는 야외에서 옷에 묻었다가 귀가 후 옷을 통해 환자에게 접촉할 수 있다. 외출 후 집에 들어가기 전 옷을 깨끗이 털어낸다. 숲·잔디밭에서의 활동은 최대한 자제한다. 차에 탑승하기 전 충분히 환기한다. 마스크 착용은 가장 손쉬운 회피 요법이다. 계절성 알레르기의 경우 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거나, 3~5년간 피하 면역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집먼지진드기
침구류 갈고 기존 것은 삶아 소독 
가을철 집 안에서, 또는 카페의 소파에 앉을 때 알레르기 증상이 심하다면 집먼지진드기를 의심할 수 있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동규 교수는 “많은 사람이 집먼지진드기는 연중 봄에 가장 많을 것으로 여기지만, 덥고 습한 여름에 가장 많이 알을 낳았다가 두 달가량 지난 가을에 가장 많은 개체 수를 기록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생존 기간이 2~4개월인 진드기는 습도 65~80%, 온도 20~30도에서 번식을 잘한다. 가을엔 개체 수가 많은 만큼 집먼지진드기가 유발하는 알레르기 항원의 농도도 이 시기에 가장 짙다. 김 교수는 “같은 집에서 사는 알레르기 환자라도 봄에는 집먼지진드기에 대한 알레르기 증상이 없다가 가을만 되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집먼지진드기가 분비하는 항원의 전체 농도가 가을에 가장 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흔히 ‘봄맞이 대청소’를 연중 봄에 한 번 실시하는 것으로 여기는데, 대청소는 연중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집먼지진드기로부터 알레르기 반응을 막으려면 가을을 맞이할 때 침구류를 갈면서 기존 침구류는 뜨거운 물에 삶아 집먼지진드기를 죽이는 게 안전하다.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인 통년성 알레르기 환자에게는 혀 밑에 약물을 투여하는 설하 면역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구강알레르기증후군 
멜론·바나나·오이 날것 피해야 
가을에 멜론·바나나·수박·마늘·양파·오이 등을 먹고 나서 입술이 붓거나 입 주변, 목구멍이 가렵고 소화불량·메스꺼움·두통 등 증상이 나타난다면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은 특정 음식을 먹은 후 음식과 접촉한 부위에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이들 환자의 상당수가 꽃가루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이는 꽃가루의 알레르기 유발 펩타이드(아미노산 결합체)와 비슷한 펩타이드가 특정 음식에도 들어 있어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이소희 교수는 “해외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의 70~90%에서, 국내에는 30~40%에서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을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가을철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인 식물인 돼지풀은 참외·멜론·수박·바나나·캔털로프멜론·오이·쥬키니호박과, 가을철 산쑥은 셀러리·후추·마늘·양파와 펩타이드가 비슷하다. 이들 과일·채소를 먹고 나서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이 나타난다면 원인 검사를 받아보자. 특히 가을철 꽃가루로 이미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상태에서 이들 음식을 먹을 경우 알레르기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실제로 이들 환자의 일부에서는 가을철 해당 음식을 먹고 전신 증상이나 심한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다. 해당 음식을 날것으로 먹지 말고 익혀 먹으면 알레르기 증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했다면 에피네프린 주사액을 상시 들고 다녔다가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허벅지에 투약해 1차 응급조치를 취한 후 119를 불러 응급실에 내원해야 한다.

건조하고 큰 일교차 
식염수로 코 헹구고 체온 유지해야 
가을철엔 일교차가 큰 데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평균 온도가 떨어진다. 또 찬 바람이 불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기 쉽다. 모두 가을 알레르기를 ‘악화’하는 요인이다. 가을철에 악화한 알레르기 증상은 춥고 건조한 겨울까지 이어질 수 있어 봄과 달리 장시간 괴로울 수 있다. 김 교수는 “코는 외부에서 들어온 공기를 깨끗하게 거르고 그 공기를 폐가 좋아하는 온도(32도)와 습도(70~80%)로 조절하는데, 일교차가 크고 건조하면 코의 조절 기능이 떨어져 알레르기 비염과 다양한 중증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코는 외부 유해 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콧물 등을 분비해야 하는데, 일교차가 크고 날이 추워지면 코점막이 건조해진다. 이런 이유로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콧속이 장시간 건조하면 알레르겐에 대한 과민 반응이 심해져 알레르기성 천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마신 공기의 찬 온도, 건조한 습도가 그대로 폐로 전달돼 기관지 세포가 손상되는 등 기관지 기능이 떨어지고 천식,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이미 기관지 천식이 있거나 COPD를 앓던 환자가 큰 일교차와 건조한 환경에 노출되면 기저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실내 습도는 60%를 유지하며, 코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면서 식염수로 콧속을 하루에 여러 번 헹궈낸다. 콧물이 심해 닦아내더라도 그 직후 식염수로 코를 헹궈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외출할 땐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어 큰 일교차에도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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